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4월 4일 영화 <패러렐 마더스>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패러렐 마더스>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영화제목이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는데, 설명해주시고, 감독 소개도 함께 부탁해요!

에스파냐 영화인데, 영어 제목으로 소개하다 보니 <패러렐 마더스>

‘parallel’의 사전적인 뜻은 평행선, 나란한, 유사한 (나란히 마주 보는 철로)

‘닮은’ 엄마들 정도로 번역-가능하지 않을까?!

실제로 여주인공 야니스와 아나는 둘 다 미혼모 (출산을 원치 않은 남자와 (야니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 출산: 아나) - 가톨릭 국가지만 낙태 가능한 나라!

-> 혼자서 아이 낳아 길러야 하는 운명 (그들의 어머니-할머니들의 운명: 내전)

1949년 출생, 1980년 영화감독 -> 지금까지 23편 영화 연출

<귀향>으로 칸영화제 각본상 + <패러렐 마더스>는 여우주연상 (페넬로페 크루즈)


2) 언뜻 보면 병원에서 아이가 뒤바뀌어 생겨난 소동 같은 내용이 웃음을 불러올 듯한데?!

병원의 관찰실 (아이 상태가 조금만 안 좋아도 면밀하게 살피는 에스파냐 산부인과)

야니스의 애인인 아르투로가 아이를 보고 난 다음 자기와 닮지 않았다고 확신

-> 그 결과 아르투로와 완전 결별 선언하고 유전자 검사하는 야니스 (충격)

-> 같은 병실에서 출산한 아나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야니스와 재회

-> 아나는 그동안 유아 돌연사 때문에 아이를 상실하고 가출하여 홀로 생활

-> 야니스의 딸 세실리아를 돌봐주고 집안일 하면서 800유로 받기로 한 아나

-> 그들 사이의 친밀하고 애틋한 관계 설정


3) 미혼모 아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세상과 만난다고?!

만 17세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 남친 친구들에게 성관계 강요당하면서 임신 상태 돌입

->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휴대전화 (인터넷) 성범죄가 세계적인 현상 아닐까?!

아나 엄마는 연극배우로서 살아가고자 이혼하여 남편에게 아나 송출

-> 아나 임신 직후 아빠는 아나를 엄마한테 보내버림

-> 딸과 외손자보다는 자신의 경력과 출세를 중시하는 엄마

-> 그런 미혼모에게도 병실과 사회적 관심이 주어지는 나라 에스파냐

-> 엄마 역시 딸을 학대하거나 나무라는 장면 없음

-> 그 후 만 18세 이후 독립생활을 감행하는 아나 (우리와 아주 다른 궤적)


4) 그런데 이 영화에는 슬프고 어두운 에스파냐의 역사적인 사건이 복선처럼 자리한다고?!

사진작가인 야니스의 집안 어른들이 에스파냐 내전(1936-1939)과 프랑코 독재로

무차별적인 학살과 암매장 -> 그것을 할머니와 이웃 사람들의 증언으로 확인하여

아르투로와 협업 (2007년 <역사 기억법>: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2005)

우리나라의 과거사 정리를 위한 노력은 세계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여기서 깜짝 퀴즈: 에스파냐 내전을 배경으로 한 헤밍웨이 장편소설은?!

아르투로는 <역사 기억법>에 따라 활동하는 법의학 전문가

1936년 쿠데타를 일으킨 프랑코는 1975년 죽기 전까지 약 40년 동안 독재로

일관하면서 최소한 10만 명 이상의 에스파냐인들을 근면하게 학살-암매장

프랑코의 집권과 동반한 정파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당인 팔랑헤당 (이승만-자유당)

2007년 이후 그와 같은 과거사로 눈을 돌리면서 역사를 돌아보려는 영화

영화 끄트머리에 나오는 구절

“침묵의 역사는 없다. 아무리 없애고 바꾸고 부정하려 해도 역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우루과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1940-2015)를 인용한 것

<시간의 목소리>에서 그는 말한다!

“9.11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몇 달 뒤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촌 예닌을

폭격했다. 예닌은 폐허 아래 시신들이 널려있는 거대한 구덩이로 변했다. 예닌의 구덩이는

쌍둥이 빌딩의 구덩이와 같은 크기였다. 그러나 예닌을 본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식민주의, 노동착취, 권력 등 정치적 소재를 다룸!

그를 '정치적' 작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정치'를 넘어 '정직'을 강조.


5) <패러렐 마더스>에서 영화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역시 ‘정직’이라 할 수 있는가?!

영화의 어느 시점부터 이런 생각이 찾아옴 “에스파냐 사람들은 정말 정직한가 보다!”

영화에서 사건을 인도하는 중요한 갈등이 아이가 바뀐 사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나가 키우다가 돌연사한 아이가 야니스와 아르투로의 아이이고,

야니스가 키우고 있는 세실리아는 아나의 딸 -> 어떻게 언제 고백할 것인가?!

말 못 할 만큼 괴로워하면서도 야니스는 아나에게 진실 고백

아르투로 역시 자신의 아내에게 야니스와 맺은 관계를 고백하고 아내와 별거에 돌입

에스파냐 전체는 추악하고 역겨우며 괴기스러운 과거에 눈을 돌려 역사 기억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모두에게 만족할 만한 훈훈하고 따사로운 결말

-> 병원에서 뒤바뀐 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쓰라린 역사를 돌아보는 감독의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