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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그냥 쉬는 청년'이 아니라 '기다리는 청년'입니다

도건협 기자 입력 2026-02-14 14:00:00 조회수 31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아픈 것도 아닙니다.

그냥 쉰다는 청년이 5명 중 1명꼴인 시대.

우리 사회는 이들을 '눈높이가 높아서 편한 일만 찾는 세대'라고 손가락질하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심층 분석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던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일터가 아닌 집으로, 침묵으로 내몰았는지 집중 취재했습니다.

편견의 벽···그들은 정말 눈이 높은가?
가장 큰 오해는 '대기업만 선호해서 중소기업을 기피한다'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청년 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쉬었음' 청년들의 희망 임금은 연평균 3,100만 원 선. 구직 활동을 하는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취업 희망 기업 유형 중 1위는 중소기업, 48.0%로 압도적 1위였습니다.

공공기관 19.9%, 대기업 17.6%로 뒤를 이었습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희망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합니다.

대단한 복지나 고액 연봉을 꿈꾸며 쉬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고용 안정성과 상식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일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구조적 함정···신입의 문은 닫혔다
그렇다면 왜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지목합니다.

AI 기술의 급격한 도입과 기업들의 유례없는 '경력직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신입'이 들어갈 틈새가 사라진 겁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윤진영 과장은 지난 1월 20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짚었습니다.

"최근 AI 기반의 기술 변화나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청년층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학력 청년층 사이에서도 이런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하며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만 찾고, 청년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른바 '경력의 역설'에 갇힌 겁니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자신감은 급락합니다.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구직을 포기하고 '쉬었음'으로 빠질 확률은 4% 포인트씩 높아집니다.

소외된 계층···학력에 따른 이중 격차
심층 분석에서 드러난 또 다른 아픈 지점은 학력 간의 격차입니다.

4년제 대졸 '쉬었음' 인구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은 전문대 이하 학력층입니다.

윤진영 과장은 "다른 요건이 동일할 때는 전문대 이하 학력 청년층이 '쉬었음'으로 갈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청년층에 좀 집중을 해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정책의 방점을 어디에 찍을지 정책 당국의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대 이하 학력층은 4년제 대학생들에 비해 체계적인 진로 상담이나 직업 훈련의 기회에서 소외되어 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거나 아예 끼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더 빠릅니다.

일자리 매칭을 넘어 '여건의 혁신'으로
정부는 그동안 일자리 박람회를 열고 기업과 청년을 연결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윤진영 한국은행 고용연구팀 과장은 "임금 외에 고용 안정성이나 조직 문화 등 다른 근로 여건들을 정부에서 제도적으로 계속 개선해 나가는 그런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청년들이 진로 계획을 구체화하고 변화하는 직업 환경에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 절실합니다."라며 청년 일자리 정책도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국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월급 몇십만 원을 보전해 주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드는 '제도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청년의 침묵은 사회의 손실"
청년들의 '쉬었음'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고립의 신호입니다.

이들이 노동시장을 영구적으로 이탈할 경우 우리 경제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눈높이가 높다는 비난 대신, 왜 그들이 중소기업조차 문을 두드리기 힘들어하는지 그 구조적 장벽을 먼저 살펴야 할 때입니다.

22.3%라는 숫자는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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