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찰 둘러보고 상 나눠 갖고···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지난 9월 24일, 비슬산 일대에서 대구시 구군의회 합동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9개 구군 의원 73명과 수행 직원 75명이 참석했습니다.
워크숍 목적은 공동체 의식 함양과 지역 발전 우수 사례 시찰.
비슬산 전기버스를 타고 대견사를 둘러보고, 인근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조규화 대구광역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장 "정상에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건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자. 그래서 비슬산을 선정했어요. 가는 김에 대견사가 옆에 있으니까 간 거예요."
오후에는 예산 심의 대비 특강과 지방 의정 봉사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의원들은 1시간짜리 특강을 듣고, 24명은 의장 활동 잘했다고 상을 받았습니다.
워크숍 참여 의원의 3분의 1가량입니다.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관계자 "물의를 일으켰거나 이런 분들이 보통 시상에서 제외되는 것 빼고는 별도 특별한 기준은 없고요. 그 안에서 활동이나 이런 걸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뚜렷한 기준 없이 의원들끼리 상을 나눠 가진 셈인데, 받은 상은 의원들의 실적으로 포장돼 홍보에 활용했습니다.
4시간 30분 일정에 든 예산은 1,442만 원.
대관료와 식비로 651만 원, 상장과 감사패, 꽃다발 준비에 340만 원, 교육비로 313만 원을 썼습니다.

해마다 부실 연수 논란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가 2022년 이후 주최한 워크숍, 연수, 세미나는 모두 6번.
매번 구설에 올랐습니다.
2025년 7월은 1박 2일 영덕 워크숍이 진행됐습니다.
구군 의장 9명이 참가했습니다.
일정에는 재선을 위한 전략 특강, 퍼스널컬러 진단 등이 포함됐습니다.
같은 날 대구에는 예보대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대구 북구, 달서구에서 집과 차량들이 잠겼고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다음날 일부 의원들은 대구로 복귀했다고 알려졌지만 워크숍은 계속됐습니다.
누가 연수를 들었는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2년 6월, 300만 원을 들여 당일치기로 전북 고창과 경남 사천을 답사하는 국내 의정연수가 있었습니다.
참석 의원 명단도, 식비, 대관료 등 지출 세부 항목은 '자료 부존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한 유일한 증빙은 금액이 적힌 지출결의서뿐이었습니다.
당시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예산과 지출을 담당한 동구의회에 묻자, '탈탈 털어도 일정과 지출 결의서가 전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예산 절반을 연수에···세금으로 명절 '셀프' 선물·기부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가 최근 4년간 쓴 예산은 1억 6,361만 원.
그중에 절반에 가까운 7,943만 원이 각종 연수 비용에 들었습니다.
연수, 워크숍, 세미나··· 이름만 바꿔 6차례 열렸습니다.
구군의장이 모여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정례회, 간담회로도 비용이 지출됐는데, 대부분은 회의를 마친 뒤 식사에 썼습니다.
다른 시도 의장 6명의 출판기념회에 화환을 보내고, 명절에는 의장이나 수행 직원에게 과일, 벌꿀 등을 선물했습니다.
2022년 산불로 피해를 본 울진 500만 원, 달성 300만 원, 2023년 태풍이 휩쓸고 간 군위에는 300만 원을 성금으로 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연말에는 대한적십자사에 5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돈, 전부 세금입니다.

지자체에서 예산 끌어다···
대구 9개 지자체는 2025년 9천만 원을 부담금 명목으로 대한민국 시군 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에 냈습니다.
이 가운데 5천4백만 원을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가 받아씁니다.
각 지자체마다 700만 원 수준이던 부담금은 지난해부터 1,0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출 내역을 누리집 등에 공개하는 정부와 기초 지자체, 의회와 달리 의장협의회는 정보공개를 청구해야만 합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세금을 사용했으면 당연히 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도록 해야죠. 협의회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낮다 보니 마음대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 거고, 지금도 그 구조를 악용해서 계속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통제에서 벗어난 거죠."
예산을 불투명하게 집행하는데, 감사는 제대로 될까요?
협의회 소속 의원이 감사를 맡아 제대로 된 검증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최규종 대구 군위군의회 의장 "회장단에서 집행을 하고 감사는 1년에 한 번 그(집행) 사실이 확인되는 결과가 잘 됐다, 못 됐다는 것보다도 계획대로 됐나, 안 됐나 그걸 확인하는 거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런 협의체는 '사단법인'으로 분류됩니다.
정부가 감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10년 전에도 지적했지만···"안 바뀌면 정부가 감독해야"
지난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는 당시 지방자치법에 따라 전국 단위의 의장협의회만 법적 근거가 있는 협의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구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같은 시도별, 권역별 임의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없고, 지자체마다 한 해 수백만 원씩 정액으로 부담금을 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자체에서 임의 협의체에 부담금을 내지 않도록 예산 편성 집행이 불가능함을 명확히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업무와 관련해 필요한 비용은 실비로 집행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2019년, 법적 설립 근거가 있는 전국 단위 협의체 아래 지역 협의회를 둘 수 있도록 시행령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지방자치법 2019년 3월 신설됐지만···
"효율적 운영을 위해 시·군ㆍ자치구의회의 의장 전부가 참가하는 지역협의체를 하부조직으로 둘 수 있다."
지역 협의회가 지자체의 예산을 합법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각 지자체는 2026년에도 의장협의회 몫으로 천만 원을 냅니다.
협의회를 스스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없다면, 결국 정부 차원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협의회에 사용되는 예산까지도 공개되도록 하고, 이에 대해서 적절한 감사, 감독이 어떻게 이루어지도록 할 건지 규정을 정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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