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대구 지역 청년 고용 시장은 심각한 침체를 겪어왔습니다.
청년 인구는 대규모로 이탈하고, 지역에 남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노동 시장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특히, 구직 활동을 포기한 채 '막연히 쉬고 있는' 청년 인구, 즉 '쉬었음' 인구의 급증은 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경고등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청년 인구 급감과 고용률 하락···전국 추세에서 이탈한 대구
지난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대구 지역의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층 인구는 20.5% 감소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감소율인 13.1%를 훨씬 웃도는 수치입니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는 변동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청년들이 급격하게 사회적 이탈을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아있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참여 역시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대구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5년 43.7%에서 2024년 41.2%로 2.5%p 하락했으며, 고용률 또한 2015년 39.3%에서 2024년 37.5%로 1.8%p 떨어졌습니다.
특히 대구 청년 고용률은 최근 3년간 전국적인 회복 추세(전국 청년 고용률은 2015년 대비 4.9%p 상승)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하는 모습을 보여 전국 추세와 이탈하는 양상을 나타냅니다.

고용 지표의 역설···실업률 하락과 '쉬었음' 인구 급증
대구 청년 고용 상황의 심각성은 실업률 지표의 역설적인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청년 고용률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 청년층 실업률은 2015년 10.1%에서 2024년 8.9%로 1.2%p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실업률 하락은 노동 시장의 상황 개선이 아닌, 청년들이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대거 이탈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막연히 쉬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 '쉬었음' 인구는 사실상 구직 활동을 포기한 잠재적 실업자로 해석됩니다.
2024년 기준 대구의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만 2천 명으로, 2015년 대비 15.8% 증가했습니다.
전체 연령층으로 확대하면 대구의 '쉬었음' 인구는 16만 3천 명으로 10년 사이 40.5%나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동북지방통계청 김오승 사회조사과장은 청년층이 일시적으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주요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는데요.
"최근의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서 청년들이 휴학하거나 이제 졸업 후에 진로를 정하지 못해 쉬는 경향이 늘고 있고요. 이에 따라서 전공과 그 일자리의 미스매칭에 따라 편입이나 재입학 사례도 늘고 있어 아마 일시적으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쉬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의 분석처럼, 청년들이 '쉬었음'을 택하는 주된 이유를 보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쉬었다'는 응답이 2016년 대비 2024년에 무려 96.2% 증가했으며,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다'는 응답도 145.8% 증가했습니다.
'다음 일자리 준비를 위해 단순히 쉬고 있다'는 응답 역시 109.6% 늘어나, 현재 제공되는 일자리와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사이에 심각한 미스매칭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구조적 악화···제조업 쇠퇴와 일자리의 질적 하락
청년층의 구직 포기와 이탈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대구 지역의 산업 구조 변화와 일자리의 질적 악화입니다.
대구의 산업별 취업자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업의 쇠퇴('탈제조업')가 뚜렷합니다.
제조업 비중은 2017년 21.7%에서 2024년 19.3%로 감소했는데요.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제조업이나 금융업이 일반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로 여겨진다는 점을 들어 제조업 비중 감소는 곧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분야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며, 이는 고령화 현상을 반영하고 산업 구조가 서비스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나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은 보통 양질의 일자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자리의 질적 악화는 고용 형태에서도 확인됩니다.
대구 임금 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10년 새 6.0%p 상승해 2024년 37.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제조업 쇠퇴와 함께 청년 노동시장의 일자리가 질적으로 크게 악화했음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입니다.

청년 이탈과 지역 소멸의 고리···"특단의 구조 개혁 있어야"
결국 대구의 청년 고용 악화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노동 시장을 떠나 비경제활동인구(쉬었음 인구)로 흡수되거나, 아예 도시를 떠나는 지역 소멸의 가속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승협 교수는 구직 포기 청년층이 지역에 남아 있으면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을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합니다.
"'도저히 해도 해도 나는 입직(취업) 시장에 못 들어가니까 일단 쉴래'라고 하는 청년들인데,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 지역에는 남아 있고 취업이 가능한 인구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노동시장이 지금 요렇게 되어 있어서···"
이 교수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 20% 정도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많이 늘리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이유로 연구개발(R&D)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지역에는 단순 생산 시설만 짓는 구조 속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사용자들은 지역 대학 인력의 우수성에 대해 회의적이며, 우수 인재는 수도권으로 유출되므로 R&D를 지역에 두기 힘들다고 주장해 미스매칭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김오승 과장은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이제 자신의 적성과 좀 강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책 부처에서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고, 미시적인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취업 박람회 등을 통해 기업과 청년층 간의 그 연결을 강화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이승협 교수는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건데, 주요 기업의 본사나 R&D를 지역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강제로 규제로 밀어내지 않는 한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뭘 하는 거는 제가 보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대구 청년 '쉬었음' 인구의 급증은 단순한 구직난을 넘어, 지역 산업의 쇠퇴와 수도권 집중 심화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의 결과물입니다.
10년간 청년 인구 20% 감소라는 지표는 대구가 마주한 지역 소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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