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도시입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은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후보 경선은 사실상 시장 당락을 가늠하는 최종 관문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견고한 보수 아성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불법 선거 운동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역 사회는 물론 전국적인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 여론조사를 넘어, 정치자금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수뢰후부정처사, 뇌물죄 등 여러 혐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본격화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이 게이트의 전말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사건의 발단은?···불법 유출된 당원 명부와 의문의 여론조사
‘명태균 게이트’의 시작은 2022년 3월 대선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의힘 대구시 당원 명부가 홍준표 캠프로 유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 당원 명부에는 전화번호, 주소, 생년월일, 당원 가입 시기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상세히 담겨 있었습니다.
홍준표 캠프 측은 2022년 3월 21일, ‘대구당원’이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명태균 씨의 미래한국연구소에 넘겨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정당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이렇게 불법적으로 얻은 당원 정보를 활용해 총 7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조사 규모는 당원과 비당원 1만 293명의 지지 성향과 전화번호를 파악할 정도였습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운동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지지 성향 파악 규모는 당원의 1/5가량입니다.
이는 전체 당원의 약 5분의 1에 달하는 수준으로 경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조사 후 원시 데이터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홍준표 캠프 측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당시 대구시장 후보 경선은 홍준표, 김재원, 유영하 3인의 3강 구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운동이 낸 고발장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의 당원 대상 조사에서 홍준표-김재원, 홍준표-유영하 박빙 판세였습니다.
홍준표와 김재원의 양자 대결에서 당원의 경우 홍준표 40.6%, 김재원 39.5%로 1.1% 포인트 차이였습니다.
비당원의 경우는 홍준표 43.2%, 김재원 36.9%로 6.3% 포인트 차이였습니다.
홍준표와 유영하 양자 대결에서는 당원의 경우 홍준표 44.3%, 유영하 39.2%로 5.1% 포인트 차이였습니다.
비당원의 경우는 홍준표 43.3%, 유영하 38.4%로 4.9% 포인트 차이였습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경선이 당원 지지율 50%와 무당층 지지율 50%로 결정되는 만큼, '당심'을 파악하는 것은 승리에 매우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홍준표 캠프가 사전에 당원들의 지지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경선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홍준표 당시 후보는 당원 투표에 전력 다한다고 공언하기도 해 이 같은 의심이 더욱 짙어집니다.
홍준표 후보는 2022년 4월 16일, 유튜브 'TV홍카콜라'에서 “내 경선 트라우마가 좀 있는 게, 지난 대선 경선 때도 국민 여론은 10% 이상 압도적으로 이기고도 당내 당 투표에서 져버렸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당원 투표에만 지금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경선에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보다 지지율 크게 상승하며 압승했습니다.

‘거짓 공작’인가? ‘감출 수 없는 진실’인가?
홍준표 전 시장은 모든 혐의를 “거짓 공작”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명태균과 만난 일조차 없다"거나, "명태균 사기꾼에게 여론조작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홍 전 시장의 해명을 뒤집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 중 하나는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태균 PC의 포렌식 자료와 관련 녹취록입니다.
이른바 '명태균 김건희 게이트'의 공익 제보자인 강혜경 씨가 공개한 녹취록에는 홍준표 전 시장의 측근인 최 모 씨가 강혜경 씨에게 관련 자료를 넘겼다는 통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또한 명태균 PC에서 나온 카카오톡 메시지들은 홍 전 시장 측과 명태균 씨의 관계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친아들이 명태균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살펴보니···
2023년 4월 11일, 홍 전 시장의 친아들이 명 씨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복당 때 도와주신 것 항상 잊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홍 전 시장은 아들이 명태균에게 속아서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아들은 단순한 감사 표시를 넘어 여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이동민 대구참여연대 변호사는 "홍준표와 명태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관계를 이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언론 보도된 바에 따르면 같은 행사장에서 명태균이 사회를 보고 홍준표가 연사로 발언한 사실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명태균에게 신공항 법안 협조 요청한 홍준표 아들
2023년 2월 14일, 홍 전 시장의 아들은 명 씨에게 '신공항 법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홍 전 시장의 아들은 2023년 5월 14일에는 명태균 씨가 "세력을 만들어야 천하를 얻는다"고 조언하자, 아들은 "말씀 주시는 대로 따르겠다"고 답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홍 전 시장의 아들이 명태균 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는 무려 74개에 달합니다.
이 모든 증거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태균 PC의 포렌식 자료에서 나왔습니다.

측근들의 개입 정황···경남도지사 시절부터 이어진 관계?
홍준표 전 시장의 측근들 역시 이번 게이트에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홍 전 시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2021년 4월 18일과 19일, 카카오톡을 통해 명 씨가 홍 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하는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홍준표 전 시장이 경남도지사 시절부터 명태균 씨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의심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동민 변호사는 "하필 또 공교롭게도 홍준표가 경남도지사로 재직을 했었는데 당선이 됐었는데 명태균은 경남 쪽에서 창원 쪽에서 정치 브로커를 계속했었기 때문에 이 둘의 사이를 의심하는 것이 더 오히려 합리적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을 넘어선 중대 범죄 혐의들
이번 ‘명태균 게이트’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비리 문제를 넘어, 홍준표 전 시장에게 여러 중대 범죄 혐의를 안기고 있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홍 전 시장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 2021년 국민의힘 복당 과정, 2022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총 19차례에 걸쳐 명태균 씨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맡기고, 그 비용 1억 원가량을 측근들이 대납하게 하거나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비용을 후보자나 공식 후원회가 아닌 제3자가 대신 냈다면 이는 명백한 정치자금법 위반입니다.
특히 2021년 5월 8일, 홍 시장의 측근인 최 모 씨가 명태균 씨에게 당시 무소속이던 홍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 여론 조사를 의뢰했습니다.
그러면서 "2021년 5월 10일 월요일 오전까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시한을 못 박고 기자 회견 일정표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홍 전 시장은 예정대로 5월 10일 오전 기자 회견을 열고 복당 추진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때 홍준표 전 시장이 제시한 국민의힘 지지층 64.7% 찬성 여론조사 결과가 최 씨가 요구한 65%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수뢰후부정처사 및 뇌물죄 혐의
홍준표 전 시장은 여론조사 비용 수천만 원을 대납한 측근들을 대구시장에 취임한 뒤 지명직 공무원으로 채용하여 수뢰후부정처사와 뇌물죄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대구참여연대 이동민 변호사는 "비용을 대납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전부 다 지명직 공무원으로 간 것 자체가 대가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조사하면 충분히 뇌물죄라든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지부진했던 수사와 특검으로 넘어간 공
대구참여연대는 2025년 1월 7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에 고발했습니다.
대구지검은 2월 3일 이 사건을 대구경찰청에 이첩했고, 경찰은 3월 5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고발장이 접수된 지 다섯 달이 지나도록 피의자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수사 의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고발인 측 관계자는 "수사관이 직접 저한테 이야기하더라고요. 솔직히 이거 수사 우리 역량으로는 못한다"고 말하며 수사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구경찰청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측은 핵심 증거인 '명태균 PC' 포렌식 자료를 검찰로부터 받지 못한 것을 수사 지체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공익 제보자 강혜경 씨 또한 "여론조사 일체, 홍준표 관련 자료라든지 포렌식 했던 자료를 저희가 일체를 다 넘겼더니 이게 너무 방대하다 보니까 경찰 쪽에서도 선별하는 작업이 엄청 길어지더라고요"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7월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김건희 특검이 꾸려지자 대구경찰청은 뒤늦게 수사 속도를 내는 등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강혜경 씨에게 추가 서면 의견을 요청하고, PC 포렌식 증거에 대한 서명을 받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지난 7월 2일,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남겨둔 채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출범하자 사건을 이첩했습니다.
이제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을 밝히는 공은 특검으로 넘어갔습니다.
민중기 특검팀은 홍 전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선거에 활용했는지, 그리고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밝힐 예정입니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그 결말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비리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선거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당원 명부 유출을 통한 개인정보 침해, 이를 활용한 불법 여론조사, 그리고 선거 비용 대납 및 대가성 공무원 채용 의혹까지, 복합적인 불법 행위들이 얽혀 있습니다.
선거 범죄는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범죄입니다.
강혜경 씨 변호인 측은 "특검이 실체적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변호인단도 외부에서 조력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여러 정황상 홍준표 전 시장이 불법 여론조사를 맡기고 그 비용을 측근들에게 대납하게 한 것으로 의심됩니다.
하지만 아직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홍 전 시장이 '측근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특검은 피의자 조사를 통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 관건이 될 것입니다.
강혜경 씨는 7월 16일 특검에 출석하면서 명태균 PC와 여론조사들을 분석한 자료 등을 제출했습니다.
그의 변호인인 문건일 변호사는 "윤석열, 홍준표, 오세훈, 박형준 등 문제가 있어 보이는 총 100여 건의 여론조사 및 그와 관련한 데이터 메시지 등 관련 자료를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문 변호사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이 다수 발견되었는데, 구체적으로는 윤석열 22회, 홍준표 23회, 오세훈 18회, 박형준 7회 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관련한 위반 혐의가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많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민주주의 존립과 관련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 관련자들을 법의 준엄한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대구 시민들은 물론 전 국민이 ‘명태균 게이트’의 최종 결론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투명한 선거 문화를 확립하고, 정치권력의 사적 남용을 방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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