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를 목표로 추진되어 온 '방송 3법' 개정안이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MBC 배제 논란과 맞물려 한국 미디어의 미래와 언론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과연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오랜 숙원이었던 언론 독립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그 배경과 주요 내용, 그리고 쟁점과 파급 효과까지 다각도로 분석했습니다.

공영방송 독립성, 끝나지 않는 '역사적 숙원'
한국의 공영방송은 탄생부터 현재까지 정치권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1980년 언론통폐합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입니다.
당시 신군부는 강압적으로 언론사를 통폐합하고 지분을 정리하며 언론을 통제했고, 이 과정에서 MBC는 공영방송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분은 방송문화진흥회가 70%,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는 형태로 재편됩니다.
지역 MBC들 또한 서울 MBC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법적으로는 독립 법인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서울 MBC에 종속되는 구조가 고착화됩니다.
이는 현재 지역 MBC 배제 논란의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이후에도 공영방송은 정권 교체 시마다 이사회와 사장이 교체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겪어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MB 정부 언론 장악' 논란과 박근혜 정권 시기의 대규모 언론인 해직, 보도·편성 개입 등은 공영방송이 정권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공영방송을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해방시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방송 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거대 여당 입법 독재' 프레임에 가로막혀 신속하게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하에서 또다시 방송 장악 논란이 불거지자, 2023년에는 5만 명의 시민들이 국민 동의 청원을 통해 방송 3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시민사회의 강력한 개혁 의지를 표명하기에 이릅니다.
이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공영방송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정치적 후견주의' 약화 시도
이번 방송 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선하여 정치적 후견주의를 줄이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핵심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공영방송 이사회 확대 및 다원화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규모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것입니다.
KBS 이사회: 기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납니다.
이사 추천 주체는 국회 교섭단체 6명, 시청자위원회 2명, 방송사 임직원 3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2명, 변호사 단체 2명으로 구성됩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며, 국회 교섭단체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방송사 임직원 2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2명, 변호사 단체 2명이 추천합니다.
EBS 이사회: 9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되며, 국회 교섭단체 5명, 시청자위원회 2명, 방송사 임직원 1명,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 1명, 교육 관련 단체 2명, 교육부장관 1명, 교육감 협의체 1명이 추천합니다.
이처럼 추천 주체를 다원화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권의 영향력을 분산시키고, 학계, 시민단체, 내부 구성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여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이사 추천 과정의 민주화는 공영방송 독립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회 추천 몫이 여전히 전체 이사회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오히려 "정당의 이름표를 단 대리인들이 이사회에 들어와 정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2. 사장 선임 방식 변경: '국민 추천'과 '특별 다수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개정안은 사장 선임을 기존의 단순 과반수 찬성에서 재적 이사 5분의 3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로 변경합니다.
이는 특정 정파가 일방적으로 사장을 선임하는 것을 막고, 야당의 동의 없이는 사장 선임이 어려워지게 함으로써 사장의 중립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도입하여 시민들이 직접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위원회는 성별,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하여 100명 이상의 시민으로 구성되며,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특별다수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출합니다.
이는 사장 선임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사장 임기 보장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향후 논의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언론계에서는 사장의 독립적인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정권 교체 시마다 사장 교체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3. 편성위원회 및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
도입 개정안은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에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를 도입합니다.
편성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구성되며, 방송편성 규약의 제·개정 및 준수, 프로그램 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 등을 심의·의결합니다.
이는 방송사 내부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목적입니다.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는 KBS, MBC(서울 본사), EBS와 보도전문채널인 YTN, 연합뉴스TV에 적용되며, 보도 책임자 임명 시 보도 분야 직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합니다.
이는 뉴스 보도와 편집의 독립성을 보호하고, 정치적 개입을 방지하여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핵심적인 장치로 평가됩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정권의 보도 개입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뜨거운 쟁점들···'속도전'과 '배제' 논란
방송 3법 개정안은 지난 7월 7일 국회 과방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며 본회의 처리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김현 민주당 과방위 간사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사례가 있지만, 현재 정치 지형에서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속도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방송 3법을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영구히 장악하는 구조"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이재명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로 규정하고 과방위 전체 회의에서 퇴장하는 등 극한 대립을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공청회 없이 법안을 졸속 처리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1. 지역 MBC 배제 논란: '서울 중심적' 개혁인가?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이 지역 MBC가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입니다.
법안은 MBC를 '방송문화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 사업자'로 명시하는데, 이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직접 지분 70%를 소유한 서울 MBC에만 해당며, 법적으로 독립 법인인 16개 지역 MBC는 제외됩니다.
이에 대해 전국 16개 지역 MBC 노동조합 지부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이 오직 서울 사대문 안에서만 필요한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하며 독자적 행동을 선언했습니다.
이들은 지역 MBC가 비록 법적으로는 독립 법인이지만, 1980년 언론통폐합 이후 서울 MBC가 지역 MBC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운영상의 의존성이 심하고,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지적합니다.
특히 서울 MBC로부터 사장을 파견받는 관행 등 실질적인 종속 관계가 존재함에도 법안 적용에서 제외된 것은 '지역 언론의 공공성과 독립성 요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주장입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역 MBC 배제에 대해 "단체협약을 통해 이미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어 있다"는 논리로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지역 MBC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은 법적 보호를 대신할 수 없으며,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효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반박하며 '궁색한 변명'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는 전국언론노조와 지역 MBC 노동조합 간의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져, 미디어 개혁을 위한 공동의 목표 달성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 민영 방송사 배제 논란: '형평성'의 문제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 적용 대상에서 SBS를 포함한 민영 방송사들이 제외된 점 또한 중요한 쟁점입니다.
SBS 노동조합은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는 공정 방송을 염원하는 모든 언론 종사자들의 숙원이자 권리임에도 특정 방송사에만 적용하는 것은 차별적 법제화"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영방송만큼이나 민영 방송사 역시 정치적, 자본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 보도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 시절 탄압받았던 공영방송과 보도채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민영 방송사 노조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송사 사측이 이를 빌미로 임명 동의제를 없애거나 축소하려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법안이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독립성 강화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제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미디어 독립성과 지역 방송에 대한 광범위한 함의
방송 3법 개정안은 단순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넘어, 한국 미디어의 독립성, 지역 미디어의 위상, 그리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던집니다.
1.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이상과 현실
개정안은 이사 추천의 다원화와 특별다수제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려 하지만, 완전한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국회 추천 몫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사 선임 후에도 이사들의 정치적 성향이 이사회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법안이 시행령을 통해 세부 사항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경우 대통령령으로 시행령을 쉽게 변경하여 사실상 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점도 지적됩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의 BBC는 왕실 칙허장(Royal Charter)에 의해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ZDF는 이사회 구성 시 정치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는 단순히 법적 장치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언론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개입하지 않는 문화적 성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한국 공영방송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돌아가려면, 법적 개혁과 함께 이러한 정치 문화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2. 지역 미디어의 위기와 정보 격차 심화
지역 MBC 배제는 지역 미디어의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 간의 정보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지역 MBC는 광고 수익 감소,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 등으로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 뉴스와 공공 서비스 콘텐츠의 질적·양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적 보호마저 미흡하다면, 지역 미디어의 독립성과 공공성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미디어는 지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며, 지역 공동체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들이 쇠퇴할수록 지역 주민들은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집니다.
이는 곧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 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미디어에 대한 단순한 법적 보호를 넘어, 공적 자금 증액, 지역 광고 활성화, 지역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등 포괄적인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 독립성 확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방송 3법 개정안은 한국 공영방송의 오랜 숙원이었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의의를 가집니다.
이사회 다원화와 특별다수제 도입, 보도 책임자 임명 동의제 등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고 내부 견제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하지만 지역 MBC 배제 논란과 민영 방송사 제외 문제,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정치적 개입 가능성은 이 법안이 가진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체협약에만 의존하는 지역 언론의 현실은 법적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킵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중심의 미디어 정책이 지역 미디어의 존립을 위협하고 정보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국 미디어의 독립성을 진정으로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법안의 보완 및 확장
지역 MBC를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나아가 민영방송사를 포함한 모든 지상파 방송사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장 임기 보장 등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초당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 조성
미디어 개혁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사회 전체의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야는 물론,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역 미디어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
지역 방송의 재정적 취약성을 해소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적 자금 증액, 지역 광고 인센티브, 지역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지역 미디어가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 문화의 근본적 변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 공영방송을 더 이상 정치적 영향력 행사 대상으로 보지 않고, 국민의 재산이자 독립적인 언론기관으로 존중하는 문화적 성숙입니다.
이는 법적 제도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인식이 필요한 과제입니다.
이번 방송 3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단순히 법안 통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미디어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건강한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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