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 2차 공판기일을 하루 앞두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재판 지연 전략을 쓰는 것이라는 지적에 이재명 대표는 선을 긋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헌재 흔들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탄핵 심판에서 빠져야 한다며 회피 촉구 의견서를 내고 ‘헌재 흔들기’를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토크 ON은 이재명 대표의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윤 대통령 측의 헌재 흔들기에 담겨 있는 의도는 무엇인지 분석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 대표가 본인의 재판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저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재판은 뒤로 미루고, 남의 재판은 빨리 끝내려 하는 거죠. 왜 이런 행동을 하느냐? 그것은 자기 재판을 뒤로 미루는 것이 자신의 권력 욕구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것이 반(反)이재명 정서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 자체가 저는 세상을 단순히 흑과 백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회색 그라데이션으로 얼룩져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현재 민주당 세력 역시 민주주의적 가치를 수호하는 정치 세력의 연합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이해타산적인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김상호 사회자]
강 교수님, 이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 문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쟁점이 있고, 논의해 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은 내란을 통해 헌정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이며, 따라서 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판단하고 책임을 규명하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만약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해도, 책임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문제는 민주당을 평가할 때 중요한 쟁점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 우리가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와 내란 문제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는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되는 문제와, 계엄령이라는 불법적·반헌법적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 두 가지를 엮어서 정치적 쟁점화하고 있으며, 민주당이 그것이 엮일 수 있는 물타기가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 헌법재판소 흔들기 문제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최근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 촉구 의견서가 제출되었습니다. 이 의견서는 단순한 의견서일 수도 있지만, 이를 제출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공정하지 않다는 프레임을 형성하고, 여론전을 통해 헌재의 권위와 신뢰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강우진 교수님, 현재 이러한 헌재 흔들기의 기초적인 사안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들은 그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을 보면 헌재를 흔들려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 성향의 재판관이 항상 특정 진영에 유리한 판결을 한 것도 아닙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법부를 민주주의의 최종적 보루라고 부르는 이유는,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외부에서 영향을 미쳐 재판의 독립성이 흔들린다면, 민주주의의 최종 보루인 법 앞의 평등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때문에 헌재 흔들기는 진보든 보수든,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간에 결코 바람직한 행태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이거나 명백한 하자가 없는 이상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삼권분립이라는 것은 상호 견제를 통해 권력을 분산하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여 재판관이 소신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완벽한 평등과 객관성, 공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하여 헌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구성이 바뀌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특정 시점에서는 누군가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즉, 최소한의 공평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려는 장치이지 특정 재판에서 피고인의 입장에서 유·불리가 공평하게 유지되느냐를 따지는 것은 굉장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이것이 단순히 헌재를 흔들려는 것이 아니라, 탄핵 심판 이후를 고려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봅니다.
그들도 헌재의 역할과 기능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헌재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만약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를 대비해 미리 헌재의 정당성을 흔들어 놓으려는 것이죠. 그리고 탄핵 심판이 끝난 후에는 이를 다음 대선에서 정치적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특히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이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다음 대선에서 보수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위험한 점은, 이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그렇죠.
[김상호 사회자]
헌재는 최종심을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이를 부정한다면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을 한 뒤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남아 있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선택지뿐입니다. 그래서 강 교수님, 애초에 삼권분립 원칙을 구현하고,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하도록 설계한 절차적 정의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까 이 교수님이 잘 설명하셨습니다만, 사실 이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고 여전히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시스템으로 가야 하느냐, 헌법재판소를 따로 두어야 하느냐, 그리고 지난 30~40년 동안 헌재가 수행해 온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를 설립한 것은 제도적 견제, 즉 상호 견제라는 중요한 민주주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추천하는 방식이 도입된 것은, 특정 세력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제도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제도를 선택했고, 운영해 왔다면, 분명한 흠결이 드러나 이를 바꾸지 않는 한, 그 제도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례도 있었고,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컸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당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던 같은 헌법재판소 재판부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탄핵을 인용했거든요. 즉,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특정 진영의 잣대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고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탄핵 정국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분열이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결국, 이 탄핵 정국을 수습하고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텐데,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혼란을 신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고견을 듣고 오늘 방송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이번이 두 번째 탄핵입니다. 원래 탄핵 같은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면,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들이 모색되고, 그것이 한국 사회의 향후 10년, 20년을 이끌어 가는 사회적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탄핵 이후 한국 사회는 정치적·사회적 갈등이 더욱 확대되고 심화하는, 역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클랜'이라 하는 씨족 정치의 문제라고 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다소 다르지만,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당 모두 씨족 정치, 즉 자기 집단 중심의 정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완벽한 제도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상호 견제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지해야 합니다. 문제는, 정작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사람을 심는 방식으로 헌법재판소를 이용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 씨족 정치의 승자 독식 논리, 즉 진영 논리를 해소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결국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시민들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이 다른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두 번째 탄핵 이후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사회 통합적 정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공동체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갈등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결국 한국 사회가 더 깊은 분열로 치닫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지역별 비례대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타협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의 통합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탄핵 결정이 1차적인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현재 예측으로는 9인 체제가 완성되든 되지 않든,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한국이 이 위기를 헌정 체제 안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느냐가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입니다. 2016년 탄핵 당시의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국정농단과 내란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위기를 넘어서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 탄력성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입니다. 이 교수님께서 중요한 제안을 해주셨는데, 지역 관점에서 본다면, 지역의 이해관계가 중앙에 의해 압도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지역이 스스로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도 개혁 패키지에 대한 국민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고민해야 할 중요한 부분은, 한 시인이 촛불 광장에서 외쳤던 말처럼, "우리는 대통령 하나 바꾸기 위해 촛불을 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1987년과 마찬가지로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비록 또다시 탄핵이 벌어지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위기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브라질의 사례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토크ON은 반환점을 돈 탄핵 심판의 이모저모와 앞으로 살펴봐야 할 쟁점들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님,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님 두 분 모시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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