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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ON] ② 삼성 ‘한국시리즈 준우승’ 원동력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시즌 초 삼성의 하위권 예상을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불펜진이 전반기에 잘 버티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위기를 극복하며 기대 이상의 시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토크ON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라이온즈 파크를 일각에서는 ‘홈런 공장’이라고 부르는데, 삼성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많이 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분도 언급하셨지만, 삼성은 홈런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죠. 삼성이 홈런을 통해 이겼다고 생각하시면 청색을, 그렇지 않다면 백색을 선택해 주세요. 두 분은 어느 쪽입니까? 홈런 공장이 맞다고 보시나요? 두 분께 그 이유를 여쭤보고 싶은데, 윤 기자님 먼저 말씀해 주세요.

[윤승재 기자]
확실히 홈런의 팀답게, 삼성이 정규 시즌 팀 홈런 1위더라고요. 185개나 칠 정도로 굉장한 홈런 팀이었는데, 포스트시즌에서도 엄청난 홈런을 보여주면서 이긴 경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홈런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팀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홈런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에 저는 홈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석 기자, 홈런이 결정적이었다고 보시나요?

[석원 기자]
홈런이 결정적이기도 했죠. 큰 것을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줄지어 나오니까 상대 투수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줬습니다. 특히, "으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놀라운 홈런 장면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5차전에서 디아즈 선수가 연타석 홈런을 쳤을 때는 광주구장 챔피언스필드 전체가 놀랐던 순간이었죠. 홈팀, 원정팀 할 것 없이 모두가 놀랐습니다. 하지만 홈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팀이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홈런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삼성은 이번 코리안 시리즈에서 9개의 홈런을 쳤고, KIA는 4개를 쳤는데도 타점은 삼성 14점, KIA는 28점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습니다. 홈런을 두 배나 치고도 점수를 절반밖에 못 낸 것은 홈런 외에는 점수를 내는 방법이 부족했다는 뜻이죠. 이런 점이 삼성의 이번 시즌 전체적인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오프 때는 홈런에만 의존하지 않고 타점을 많이 양산했거든요. 하지만 홈런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포스트시즌을 취재하시면서 두 분께서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일이나 기자실 내에서 들려온 이야기 중에 전해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씩 말씀해 주세요. 윤 기자부터 해 주시죠.

[윤승재 기자]
이번 포스트시즌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강민호 선수와 구자욱 선수를 만났는데, 강민호 선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부상 때문에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선수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습니다. 구자욱 선수도 눈물을 글썽이며, 주장으로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선수단 미팅에서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하더군요.

강민호 선수와 구자욱 선수뿐 아니라, 안 아픈 선수가 없었어요. 김지찬 선수는 발목 부상을 안고 뛰었고, 이재현 선수도 훈련 중에 공을 밟아서 테이핑하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고참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점이 참 자랑스럽고, 다음 시즌에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습니다.

[석원 기자]
취재 후기를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외곽에서 봤던 느낌이라면 올 시즌에 원래 야구 인기가 정말 어마어마하지 않았습니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그 인기의 결정판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옛날처럼 야구장에 좌석이 그냥 있고 일찍 가서 먼저 앉는 게 아니라, 외야 좌석까지도 모두 넘버링이 되어 있어서 굳이 일찍 와서 자리를 맡을 필요가 없는데도 경기 시작 전에 야구장 개문하자마자 들어와서 팬들이 각자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일찍 준비하고, 이 경기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광주나 대구 모두 한국시리즈를 새 홈구장에서 치른 경험 자체가 소중한 팀들이다 보니 그 순간을 즐기고 가치를 크게 느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도 한국시리즈 취재가 9년 만인데요, 10년 전에는 대구시민운동장 시절이었고요. 그때는 지금보다 관중들의 열기나 관심이 덜했던 탓인지, 취재할 거리도 조금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 같은 경우는 기자만 해도 거의 100명 정도 온 것 같아 정신이 없더라고요. 두 팀이 이렇게 우승이라는 대의명분에 치열하게 도전하는 과정에서, 그 치열함과 동시에 축제처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취재하시다 보면 감이 올 때가 있지 않습니까? 홈런이 한 방에 넘어갈 때라든지, 그런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아, 이제 끝나겠구나' 하고 느낌이 왔던 인상 깊은 지점이 있다면 어느 순간이었는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윤승재 기자]
저는 아무래도 1차전이 가장 인상적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있었는데 비가 계속 내렸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경기를 개시했고, 원태인 선수도 정말 잘 던졌으며 선수들도 비를 맞으면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찬스 앞에서 경기가 갑자기 중단되고 서스펜디드가 되는 바람에 흐름이 확 끊긴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1차전이 서스펜디드가 되는 순간부터 ‘아, 이건 삼성이 좀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장면이었습니다.

[석원 기자]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그 1차전이 양 팀 다 제일 좋은 투수들이 어쨌든 붙은 경기였잖아요. 그런데 그날 원태인 선수의 공도 굉장히 훌륭했지만, 네일 선수의 공을 삼성 선수들이 아예 공략하지 못했거든요. 기대감이 준 실망감이 이 시리즈의 방향을 많이 좌우했는데, 김헌곤 선수의 홈런이 나온 이후로 분위기가 급격하게 삼성 쪽으로 오고, 네일 선수가 내려간 상황에서 찬스가 만들어졌는데 딱 끊겨버렸잖아요. 그러니까 삼성의 상승세가 아예 그 순간에 끊겨버렸으니 그 장면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만약 광주에서 1승 1패로 왔다면, 진짜 이 시리즈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반대로 플레이오프에서도 비 때문에 한 경기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자들이나 팬들이 화가 났던 게, 플레이오프 때 잠실에서 경기를 취소한 날은 취소하고 좀 이따 비가 그쳤어요. 그리고 그날 내린 비는 광주에서 경기 시작하기 전에 내린 비보다 더 많이 온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취소의 기준이 뭐냐, 도대체 이게 무슨 기준으로 흘러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의 유불리를 떠나 일관성이 너무 없다는 점이 이번 시리즈에서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많은 팬이 가장 아쉬워했던 결정적인 장면이 두 분이 생각하는 장면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삼성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가을야구가 9년 만에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렸습니다. 시즌 초에 하위권으로 평가받았었는데, 두 분도 계속 언급하셨듯이 그래도 인상 깊은 많은 플레이 끝에 결국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죠. 김은혜 기자가 정리한 2024년 정규시즌 평가를 보며 우리 청백 기자단의 평가 순간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024시즌 초반 삼성을 향한 예측은 여전히 '하위권'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5강 명단'에 들지 못했고 키움과 함께 '2약'으로 분류됐습니다. 활약을 이어간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등 외국인 선수가 모두 바뀐 점을 비롯해 8위로 끝낸 2023시즌보다 전력이 보강됐는지, 불투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막 직후 주춤하던 삼성은 4월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고, 역대급 순위싸움이 시즌 내내 이어졌지만, 삼성은 KIA에 이어 여유롭게 리그 2위에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푸른 피 에이스' 원태인이 삼성 마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15승, 다승왕에 올랐습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코너, 레예스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차곡차곡 성적을 쌓아줬습니다. 불안함도 있었지만 중간 투수 지표인 홀드와 마무리 투수의 지표인 세이브에서도 김재윤, 임창민 같은 선수들도 마운드에서 지난해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 시즌 가장 큰 힘이 된 건 타선이었습니다. 구자욱은 3할 4푼대 타율과 30홈런-100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구자욱뿐만 아니라 김영웅, 이성규, 강민호, 박병호가 두 자릿수 홈런을 쳐 내는 등 홈런 180개로 팀 홈런 1위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2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린 김영웅은 중심타선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를 책임지며 14개의 홈런까지 더한 이재현, 중견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리드오프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42개의 도루까지 성공시킨 김지찬은 더 이상 기대주가 아닌 팀 핵심 전력으로 자리했습니다.

여러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불펜의 허약함은 여전히 과제입니다. 확실한 4, 5선발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 투수진 보강은 필요합니다. 팀 홈런 1위로 저력을 보였지만, 팀 타점은 6위에 그친 점 역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에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2024년 정규시즌을 정리한 리포트를 보셨는데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삼성 2위 예상했다면 파란색, 예상하지 못했다면 하얀색을 들어주세요. 예상했다가, 제대로 드신 거 맞으세요?

[석원 기자]
네.

[김상호 사회자]
시즌 시작 전에 석원 기자가 삼성을 예상했던 순위는 비교적 잘 맞춘 편이었는데, 3등이었죠. 그래도 잘 맞춘 편인데 2등도 예상하셨네요. 왜 그렇게 보셨나요?

[석원 기자]
제가 올 시즌 초에 말씀드린 게, 저희가 가을야구, 플레이 오프권에 갈 거라는 예상을 했던 첫 번째 이유가 지난해 역전패가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약 38번 정도 역전패를 당했죠. 그중 절반만 가져와도 80승대 팀이 될 수 있다, 그러면 2, 3위권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올해 거의 78승을 했으니 그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물론 시즌 초에 3위 얘기했다가 댓글도 많이 달리고 DM도 많이 받았습니다. "야구를 어떻게 보고 다니는 거냐" 이런 얘기도 들었는데요. 물론 모든 변수가 상수처럼 다 들어맞으면 10개 구단 모두 우승할 수 있겠죠. 그 변수들을 줄이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뒤에서도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지만, 올 시즌 삼성은 그런 변수들을 잘 줄여가면서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승재 기자]
사실 시즌 전에 제가 평가했던 것은 아무리 잘해도 가을야구는 5위, 4위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가을야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변수가 너무 많았거든요. 올 시즌을 돌아보면 김영웅, 김헌곤, 이성규가 이렇게 터져줄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불펜 영입한 선수들도 보면 나이가 꽤 많고 홈런을 많이 맞는 선수들을 영입했기 때문에 이 정도 영입으로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가을야구에 간당간당하게 갈 것 같다는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2위는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그러면 2위를 했는데 2위의 원동력이 투수라고 생각하시면 백색, 잘 쳐서 그렇다, 타자라고 생각하시면 청색입니다. 두 분 의견이 어떠신지요? 타자와 투수입니다. 두 분 다 삼성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지켜보신 분들이니까, 왜 이런 판단을 내리시는지 궁금해지는데 이번에는 투수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왜 투수가 원동력입니까?

[윤승재 기자]
저는 사실 석 기자님이 타자를 말씀하셨으니, 저도 투수의 공이 조금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투수로 바꾼 것도 있거든요.

[김상호 사회자]
굳이 타자가 잘하긴 했는데요.

[윤승재 기자]
잘하기는 했는데 투수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타자만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투수를 말씀하신 거군요.

[윤승재 기자]
아무래도 아까 말씀드렸지만, 불펜진 보강이 처음에는 제가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반기 시즌 초반을 보면 이 선수들이 20홀드씩 하고 20세이브씩 하면서 불펜진에서 잘 버텨준 덕분에 전반기에 순위를 많이 끌어올리지 않았느냐고 생각합니다. 또 이제 원태인 선수가 타자 친화 구장인 라이온즈 파크에서 다승왕을 차지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수의 힘 덕분에 2위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해서 투수로 꼽았습니다.

[석원 기자]
투수들의 공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홈구장을 쓰면서 그 앞선 시즌까지 우리 홈을 우리가 겁내던 느낌이 강했습니다. 홈런을 치겠다는 의지보다는 홈런을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그걸 극복해 낸 것은 어쨌든 타자들이죠. 김영웅 선수 같은 경우는 말 그대로 깜짝 스타 히트 상품이 된 케이스고요. 이성규 선수 같은 경우는 늘 기대주였는데 드디어 이제 기대치를 충족시킨 케이스가 됐고, 박병호 선수가 시즌 초반이지만 어쨌든 영입이 된 상황이 그 어떤 화룡점정이 된 것 같아요.

그런 사이에 문제도 좀 있었죠. 외국인 타자를 무려 두 번이나 바꿨으니까요. 그러나 그 타자들의 홈런을 모아서 2위 NC와 10개 이상 차이 나는 팀 홈런 185개를 쳤다는 것은 어쨌든 올 시즌 삼성은 홈런으로 재미를 본 팀이었습니다. 그럼 타자들의 공이 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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