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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고향 사랑 기부, 이제는 지정 기부까지 도입됐는데···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경북은 너무나 조용?


'고향 사랑 기부', 생소한가요? 
'고향 사랑 기부', 아직도 못 들어봤다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지역(예를 들어서 고향)에 기부하면 세제 혜택(기부금 10만 원까지는 전액, 10만 원 초과분부터는 16.5% 세액 공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내가 기부한 지역의 자치단체가 준비한 답례품(기부 금액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관련 법령을 만들어서 2023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럼, 기부를 받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렇게 받은 기부금을 어디에 쓸까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에는 이런 곳에 쓰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과 청소년의 육성·보호 

2.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3. 시민 참여,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4. 그밖에 주민의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  

지방자치단체가 아이디어를 잘 내고 모금을 잘하면 소멸 위기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고향 사랑 기부' 시행 첫해인 2023년에는 기부금이 얼마나 모였을까요?
'약 650억 2천만 원'

행정안전부가 낸 자료를 보면 전국 243개 자치단체가 2023년에 모은 기부금은 약 650억 2천만 원입니다.

기부 건수는 약 52만 5천 건입니다.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인 140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3억 3,500만 원 정도.

재정자립도가 20% 이상인 103개 지자체의 평균 모금액은 1억 7,400만 원 정도라고 합니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이 143억 3천만 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았고요, 경북은 89억 9천만 원을 모았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년 7개월···이제는 지정 기부도 할 수 있어
'고향 사랑 기부' 제도가 시행된 지도 벌써 1년 7개월이 지났네요.

2024년 6월 4일부터는 기부자가 내가 낸 기부금을 어디에 쓰도록 할지 정할 수 있는 '지정 기부'도 도입됐습니다.

기존의 일반 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지자체'만 선택해서 기부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지자체를 선택해서 기부해도 되고, 지자체가 준비한 사업을 보고 골라서 기부할 수도 있게 됐다는 얘깁니다.  

'지정 기부' 사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지자체들
'지정 기부'가 가능해지자 전국의 지자체들이 다양한 '지정 기부' 사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곳이 충남 청양군입니다. 

청양군은 정산 초중고 탁구부의 훈련용품과 대회 출전비 지원을 '지정 기부' 1호 사업으로 내걸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5천만 원인데요, 2024년 7월 26일 오전 현재 36,954,200원, 목표액의 73.9%나 모았습니다.

서울 은평구는 소아암 환자 의료용 가발 지원을 '지정 기부' 사업으로 내걸었는데요.

2024년 7월 26일 오전 현재, 목표액의 32.41%를 모았습니다.

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란 이름을 내걸고 산후조리원 필수 의료기기 구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남 영암군도 목표를 향해 순항 중입니다.

'지정 기부' 사업을 2개씩 내놓은 지방자치단체도 여럿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전남 곡성군, 광주 동구와 남구는 '지정 기부' 사업을 2개씩이나 내놨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대구와 경북은 '조용'
대구와 경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지정 기부 사업은 없나? 하고 살펴봤지만, 2024년 7월 26일 오전 현재까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정 기부 사업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 왜 대구·경북은 없을까? 

이유를 들어보려 경상북도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오상철 경상북도 행정지원과장 "지정 기부 시행 초기이고, 시군과 또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우리 경북만의 감동 있는 지정 기부 사업을 발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정 기부 제도 취지를 좀 살려서 모금이 더 활성화될 수 있는 그런 사업 발굴에 더 노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2023년에 모은 기부금으로 2024년에 기금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인데···"
기초지방자치단체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나 해서 경북 지역 8개 시군의 담당 부서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반 기금 사업도 시작 단계인데, 지정 기부 사업까지 하면 기부금이 분산돼 막 시작한 일반 기금 사업마저도 꾸준히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며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기부금이 얼마나 모일지도 모르는데 큰 사업을 이것저것 벌일 수는 없지 않으냐"고도 했습니다.

경북 지역 지자체 관계자 "지정 기부라고 올려놨는데 금액이 적게 들어오지 않을지 이런 부분도 우려가 되고, 해보지 않아서 약간 꺼리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다른 시군은 어떻게 하나 그 추이를 지켜보는 면도 있지 않을까?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지정 기부는 물론이고 일반 기금 사업조차 정하지 못한 지자체도 여럿
지정 기부 사업만 못하고 있을까?

조사를 좀 더해보니 2023년에 기부금을 모아놓고도 어떤 기금 사업을 할지 아예 정하지조차 못한 지자체도 여럿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김천시와 성주군, 고령군, 칠곡군, 영천시.

지정 기부 사업은 물론이고, 일반 기금 사업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지난해 모은 기부금이 사업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경북 지역 지자체 관계자 "단발성 사업을 선정하기보다는 시민들을 위한 장기적인 기금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기부 금액 전액을 금융기관에 예치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기금 사업에 대해 의견 수렴 및 청취를 거쳐서 추진할 예정입니다

"출향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했던 경북···모금액 1위 자리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내줘
출향인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했던 경북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해인 2023년에 모금액 1위 자리를 전남에 내줬습니다.

격차도 매우 컸습니다.

게다가 2024년에는 고액 기부 행렬마저 줄면서 모금액이 2023년보다 30% 안팎으로 줄었다는 얘기까지 들립니다.

걱정이라고 하자, 경상북도는 이런 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상철 경상북도 행정지원과장 "시즌별로 경품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특색 있는 답례품을 발굴해서 다양한 세대층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또, 9월에는 행안부에서 주관하는 고향사랑박람회를 경주에 유치를 했고요. 10월에는 경상북도 주관으로 대구에서 고향사랑박람회를 열 계획입니다. 또한 2024년 8월 21일부터는 사적 모임에 대한 홍보, 문자와 메일을 통한 홍보가 가능해짐으로써 시도민회를 중심으로 출향인들에게 연말까지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연말이 되면 연말정산을 위해 소액 기부가 늘 것이고, 그러면 모금액도 늘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2023년처럼 2024년 말에도 소액 기부가 많이 늘겠지만 보다 많은 출향인들이 기부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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