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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홍준표 대구시장, 도 넘은 '측근 인사 심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시와 관련된 기관 여러 자리에 자기 사람을 무리하게 심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대구에 기득권 카르텔을 만들고 있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데, '남다른 동기 챙기기'에서 시작한다는 말들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된 소식은 대구미술관장을 새로 선임하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공석이었던 대구미술관장에 노중기 작가가 선임됐습니다. 공식적으로 보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선임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대구시, 대구시장이 낙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구조입니다. 진흥원은 노 작가를 두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중견작가"로 소개하면서 "지역을 비롯해 국내외 미술계와 눈높이를 맞춘 원활한 소통으로 장기간 관장 공석 상태였던 미술관의 조속한 정상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미술계는 이런 생각과 다른 의견이 많아 보입니다. 1월 4일 오전 지역 미술계 원로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노중기 관장 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입니다. "미술관은 한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장소로 합당한 자격과 경력을 가진 인물이 운영해야 하는데, 심의 과정도 불분명하게 엉뚱한 사람이 앉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대한다는 성명을 만들어 서명을 받았는데 반나절 만에 700명쯤이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역 미술계 원로들은 대구미술관장 선임에 대한 미술인 항의 성명서도 발표했습니다. 성명서의 핵심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고, 이런 엉터리 결정을 내린 홍준표 시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술계는 노 작가의 관장 선임을 두고 걱정이 많습니다. 그가 전시 기획이나 운영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그의 관장 선임 배경에 홍 시장과의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주변의 시각과 말들 때문입니다. 노중기 작가는 영남고등학교 21회 졸업생으로, 홍 시장과 고교 동기입니다.


조덕연 영남미술학회 부회장 "영남고등 동기, 초상화와 그림을 선물로 그려주는 지자체 단체장 바라기가 관장이 되는 사태는 대구시장의 의중에 따라 아부하는 진흥원장과 행정 관료들이 암묵적으로 형성한 카르텔인 것 같다. 이런 식이면 모든 기관의 예비 기관장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초상화를 가져다 바치고 공공 전시회에 초상화를 출품하여 노골적인 아부를 하고, 학연과 혈연에 목을 매어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노중기 작가 사이의 문제점은 지난 6월 25일 뉴스비하인드에서 이미 다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대구미술관에서 지역작가 조명전을 했는데, 전시 중에 작품을 교체하는 아주 드문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체해서 새로 전시한 작품은 엉뚱하게도 홍준표 대구시장 초상화였습니다. 주변에 전시한 미술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상화가 전시관에 걸리면서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문제가 된 홍준표 시장 초상화는 2023년 초 노 작가가 홍 시장에게 그려준 뒤 시청에 전시돼 있던 작품으로 알려졌고, 전시가 끝난 지금은 홍 시장이 주요 내빈을 접견하는 접견실에 걸려있다고 합니다.


도서관 사서 출신 고교 동기를 도시철도 관련 사장에
기관장의 후보자가 권력자와 친분 관계가 있다면 오히려 더 적임자인지를 살펴보게 마련입니다. 홍준표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식에서 본인이 혈연, 학연, 지연을 떠나 검증된 인재를 모시겠다고 약속을 한 바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7월 1일 취임식) "대구의 대전환과 부흥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대구를 지배했던 수구적 연고주의와 타성에서 벗어나 더 개방되고 자유로운 자세가 중요합니다. 우선 널리 인재를 구하겠습니다. 혈연과 학연, 지연에서 벗어나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인재를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1년 6개월 동안 이뤄진 대구시와 대구시 산하기관, 또는 관련 기관들의 인사를 보면, 홍 시장에겐 '혈연과 학연, 지연에서 벗어난다'라는 건, 어떤 지적과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인연 있는 이들을 쓰겠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입니다.

대구메트로환경 사장도 마찬가집니다. 대구메트로환경 사장에 또 다른 홍 시장의 고교 동기가 조용하게 임명됐습니다. 변태현 신임 사장은 배기철 전임 사장이 총선 도전을 위해 사직한 자리를 채우고 들어서는데, 마찬가지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같은 영남고 21회입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 영남고 21회 동기회 회장까지 맡고 있습니다.

변 사장이 대구메트로와 관련한 일을 평소 했다면 관계없겠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변 신임 사장은 1976년 사서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서서 평생을 사서 공무원으로 살다가 퇴직했고, 수성문화재단 사외이사 등을 지냈습니다. 대구메트로환경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의 하나로 2019년 설립된 대구도시철도 환경 및 경비 노동 업체입니다. 대구교통공사 자회사로 2020년 1월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됐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적용을 받는 기관이고, 사장 임명권자는 대구교통공사 사장이지만 설립 이후 초대 대표부터 대구시장 측근이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자리라는 인식이 파다했습니다.

초대 김태한 사장은 권영진 전 시장 비서실장을 지낸 후 사장으로 옮겨갔고, 후임인 배기철 사장도 홍 시장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온 측근으로 분류됩니다. 그 후임은 홍 시장의 친밀함이 더 짙어진 고교 동기생이 임명된 셈입니다. 삶의 대부분을 도서관 사서로 살아온 이가 도시철도 환경, 경비 업무에 대해 어떤 '검증된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구시 관련 기관에 '측근 인사' 이어져
마찬가지로 2023년 12월에 취임한 표철수 신임 대구 엑스코 사장도 관련된 국제회의나 전시 등의 마이스 산업과 관련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입니다. 표철수 사장은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했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하고, 2012년엔 안철수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습니다. 지난 대선 국면에선 홍준표 시장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방송토론 총괄특보로 있었습니다. 대선이 끝난 후에는 경기도 정무부지사로 일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고, 이번엔 엑스코 사장으로 왔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경력은 전문성을 살렸다고 보기 힘든 대목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일한 박창달 전 국회의원을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으로 삼으려다 불발되기도 했습니다. 박 전 의원은 정당 당직자부터 국회의원까지 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홍 시장을 지원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으로 후보가 결정되자,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이재명 후보를 돕고 나서기도 했는데, 당연히 안광학산업진흥원 업무와 접점은 없지만, 대구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추천위원회 구성 때문에 2023년 6월 최종 원장 후보군으로 추천됐다가 불발됐습니다. 이 사건 이후 진흥원은 대구시의 입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추천위원회 구성을 변경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 모두의 특징은 기용되거나 기용되려던 역할의 전문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과 일흔을 넘긴 고령이라는 점입니다. 노 신임 관장이 1953년생으로 2024년 딱 일흔이고, 변태현 사장은 1952년생, 표철수 대표 1950년생, 박창달 전 의원 1946년생입니다.

홍 시장의 동기 사랑은 대구시 고문변호사에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3년 2월 자로 공개된 대구시 법률고문 현황을 보면 일부 고문변호사가 바뀌고 기존까지 7명이던 것을 9명으로 늘리는 변화를 줬는데 여기도 개운치 않습니다. 이들 가운데 2명은 서울에 있는 이우승, 남윤중 변호사입니다. 대구시 법률고문 현황을 보면 지난 6년 동안 법률고문을 지낸 변호사 중 서울에 적을 둔 변호사는 이들 두 명뿐입니다. 이우승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 출신이고, 사법연수원 14기로 홍 시장과 대학 동문, 연수원 동기입니다. 2015년 홍 시장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 변론을 맡았고, 홍 시장이 자유한국당 대표로 있을 땐 당 혁신위원,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 등으로 기용했습니다.


경남도지사 공보보좌관을 대구 경제부시장으로
홍 시장이 '인연'에서 벗어나서 '인재'를 쓰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인사는 더 있습니다. 적지 않은 자리에 경남도지사 시절 또는 그 전후로 인연을 맺어온 인물들을 중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장수 경제부시장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최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오른팔이라고도 하죠. 정장수 부시장은 스스로도 그렇게 여깁니다. 정장수 부시장의 페이스북에는 "일을 하면서 아는 모든 것은 1부터 100까지 홍준표 시장에게 배운 것"이라고 밝힐 만큼 홍 시장과 밀접한 사이입니다. 홍 시장이 첫 경남도지사를 할 때 공보보좌관으로 기용돼 쭉 홍 시장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구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시정혁신특보를 거쳐 2023년 11월 경제부시장에 임명됐습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만 채워진 서울본부에도 경남도지사나 국회의원 시절 인연을 맺은 이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윤환 본부장이 대표적입니다. 김 본부장은 홍 시장이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본부장 외에도 경남도지사 시절부터 차량 운행을 한 인물이나 국회의원 시절 비서로 근무하던 인물까지 홍 시장과 인연이 오래된 이가 여럿입니다. 2023년 8월엔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 시절, 경상남도 법무담당관으로 일했던 인물이 대구시 새 법무담당관으로 임용됐고, 9월에는 검단산업단지 관리공단 전무이사로 경남 양산시의원을 지낸 이장호 씨가 선임되면서 뒷말이 나왔습니다.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인물인 데다, 공단 이사회는 전임 전무를 연임시키려 했지만 대구시가 승인해 주지 않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홍 시장 측근 심기 인사에 지역 시민단체 반발
지역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시장의 측근 인사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습니다. 대구경실련은 "대구미술관장 선임, 임명을 취소하라"는 성명서를 내면서 이런 문제를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성명서에서 대구경실련은, "홍 시장은 취임 후 자신과 대구시정에 대한 비판을 '기득권 카르텔'의 시정개혁 방해로 비난하고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식으로 대구시정을 운영했다"며 "홍 시장 기준에 따르면 노 관장 등 홍 시장 취임 후 직간접적 영향력으로 기용된 인사는 모두 '널리 구한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인재'인 것이라며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면 시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습니다. 대구시장은 막강한 권력과 권한이 있고 그래서 이를 견제할 기구, 의회나 언론 등이 있는데,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짚어봐야겠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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