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의료, 패션, 언론 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자리를 잡은 이들이 순수미술 작가로 변신했습니다.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틀에 박히지 않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상원 기자입니다.
◀기자▶
2024년 78세인 산부인과 전문의 윤성도 교수는 60년간 그림을 그렸습니다.
8번의 개인전을 열기도 한 윤 교수는 그림 속에서 자유를 찾는 순수 미술을 추구합니다.
회화와 낙서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질서에서 질서를 찾아보고 질서에서 무질서를 바라보는 모순에 찬 위태한 균형의 비구상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윤성도 작가▶
"그림의 자유가 선이나 색이나 어떤 형태로 나타나야 하지 않겠느냐, 사실은 저는 잘 된 그림보다는 잘 못 그린 그림을 그리고자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림을 그린다고 하기보다는 그림을 지워나가는 과정으로 그림을 이해하고 있고 꽉 채우기보다는 좀 비우고···"
30여 년간 기자로 활동한 이춘호 작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 힘겨운 삶의 여정들을 지켜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담고자 현대 미술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붓과 캔버스를 거부하고 손과 칼, 끌 등으로 골판지, 공사장의 아스콘, 시멘트 등 투박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재료로 '얼굴'에 대한 관찰을 표현했습니다.
◀이춘호 작가▶
"갑보다는 을에 위치해 있는 좀 뭐랄까 절벽 앞에 선 여러 가지의 마음들 시대의 흐름이 많이 제 그림의 모티브가 되고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좀 곱고 예쁘고 그럴듯한 얼굴보다는 찌그러지고 망가지고 절망에 길들여진 그런 얼굴의 연대기를 한 번 쫓아가 보려고 했던 게 제 모든 그림의 하나의 메인 흐름이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50여 년 동안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최복호 작가.
패션과 미술의 융합이 미학적 영역이라는 생각을 토대로 한 패션 작품을 선보였던 그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회화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습니다.
선과 면의 거친 쾌감, 창백한 여인의 모습 속 푸른 욕망과 탐욕, 배신과 분노, 용서 등 다양한 감정과 종교적 서사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박정빈 '삼놈전-처염히 물들다' 전시 기획자▶
"타 분야의 전문가에서 화가의 길로 접어든 3명의 작가는 예술로의 진입장벽을 허물어낸 장본인들입니다. 아마 그 점이 가장 특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이번 전시를 단순한 작품 전시가 아닌 퍼포먼스와 패션쇼 등 다양한 형태로 예술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윤성도·최복호·이춘호 '삼놈전-처염히 물들다' 전시회는 3월 29일까지 대덕문화전당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MBC NEWS 이상원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