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구MBC NEWS대구MBC 사회사회 일반지역심층보도

[심층] 팔공산 야생 동물, 곰? 오소리?···곰이라면 만났을 때 행동 요령은?


◀앵커▶
대구 팔공산 등산로에서 한 시민이 야생 동물 한 마리를 촬영했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 '곰이냐 아니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팔공산을 관리하고 등산객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당국은 '오소리'라고 발표했습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취재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심병철 기자,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4월 24일 오전 6시쯤 팔공산 갓바위 등산로 부근에서 한 시민이 검은색 야생동물을 촬영했는데요.

이 사진을 보면 벤치 뒤쪽에서 등산로로 나오다가 사람을 향해 쳐다보는 새끼 곰으로 추정됩니다.

곰 추정 동물 촬영 사진 제보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곰 추정 동물 촬영 사진 제보자▶
"찍었는데 우리 절에 오는 신도 분이요. 그게 저한테 이 사진을 보자고 해서 보니까 곰인 거예요. 내 생각으로는 그리고 얼마 전에도 작년에도 곰을 봤다고 하는 민원이 있었기 때문에…"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확인을 위해 국립공원 야생생물 보전원에 사진을 보냈고 그 결과 곰이 아닌 오소리로 판단됐는데요.

양두하 국립공원 야생생물 보전원 남부보전센터장의 견해입니다.

◀양두하 국립공원 야생생물 보전원 남부보전센터장▶
"귀도 지금 보시는 그런 형태의 삼각형의 귀가 아니라 이게(곰은) 둥근 형태의 귀입니다. 쉽게 말해서 얼굴보다 귀가 얼굴보다는 좀 더 크다는 느낌이 들고…"

◀앵커▶
그런데 다른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오소리가 아니라 곰의 형태에 가깝다는 의견을 보였다면서요?

◀기자▶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처음 정착시킨 한상훈 박사는 몸의 윤곽이 아주 강직하고 선이 굵은 게 곰의 형태에 가깝다고 밝혔습니다.

전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 과장인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의 말입니다.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전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 과장)▶
"발의 형태라든지 발의 굵기라든지 이런 것도 전체적으로 볼 때는 오소리보다 반달가슴곰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돼요."

이번에 촬영된 반달가슴곰 추정 야생동물은 벤치 뒤쪽 숲에서 등산로로 나오다가 촬영됐는데요.

이 개체의 크기는 발바닥에서 어깨까지 대략 50~60cm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의 말입니다.


◀한상훈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장(전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 과장)▶
"(반달가슴곰이) 지금 2월 달 3월 달에 태어나니까 지금 생후 2개월 정도 2~3개월 된 어린 곰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이 돼요."

2022년 여름 팔공산에서 입산객 두 명이 반달가슴곰을 목격하고 공원 관리사무소에 신고까지 한 사례도 있었는데요.

공원 관리사무소 측이 용왕당 부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실체를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앵커▶
만약 시민이 촬영한 야생동물이 반달가슴곰 새끼 곰이라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기자▶
대구시 팔공산 자연공원 관리사무소 측은 사육장에서 탈출한 새끼 곰일 수도 있어 팔공산과 인접한 지자체인 군위군과 영천시 등에 확인했는데요.

그 결과 곰 사육장도 없었고 과거에 곰이 사육장을 탈출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지리산에 방사됐던 반달가슴곰이 팔공산까지 이동해 번식하며 낳은 새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2018년 8월 김천 수도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이 같은 해 9월 2일과 3일 가야산에서 머무는 등 네 차례나 무선 발신기 신호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이 반달가슴곰은 가야산과 김천 수도산, 거창 단지봉 등을 오가면서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와 산림청에 20년 이상 야생동물 관련 자문을 해 오고 있는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조범준 야생 동물연합 사무국장▶
"특히 그게 만약에 어린 개체라면 어미와 같이 와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죠. 그리고 곰이 지리산에서 지금 복원 사업하고 있는 곰이 팔공산까지 안 온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앵커▶
반달가슴곰을 만나면 위험하지는 않나요?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의 대응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올 것 같은데요.

◀기자▶
반달가슴곰은 사납지는 않지만, 갑자기 마주치거나 자극하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을 상대로 충분한 홍보와 교육이 필요한데요.

또한 반달곰을 만나지 않으려면 산을 오를 때 방울을 달고, 정해진 등산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다른 지역으로 서식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추세여서 대구·경북도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대구지방환경청과 대구시는 현장 조사 없이 사진만 보고 오소리로 판독한 국립공원 야생생물 보전원의 말만 믿고 있습니다.

시민 안전 대책은 물론 반달가슴곰 보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라도 무인 카메라 설치와 현장 조사를 통해 곰 서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심병철

추천 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