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뜨거운 여름'에 농수산물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고랭지의 평균 기온이 꾸준히 오르면서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산업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해조류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 위기 탓에 농수산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물가도 함께 뛰는 '기후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토크ON은 다가온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올해가 덥다 덥다고 해도 당신 인생에서 가장 시원했던 여름이 아마 올해가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한다는데요. 기상청에서 보고 있는 대구·경북의 미래 기후 전망,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기상청에서는 그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일들을 고려하여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기후 변화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 변화 시나리오의 1단계는 재생에너지 기술로 화석연료의 최소화를 하고 친환경 경제 성장을 이룰 때가 이제 1단계를 가져가고요. 가장 위험한 단계 5단계를 설명 해드리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가 지속될 경우를 이제 5단계라고 합니다.
따라서 21세기 후반에 만약에 대구의 평균 기온이 1단계일 때는 16.5도로 현재보다는 2.3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5단계일 때 우리가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때는 현재보다 20.6도로 현재보다 6.4도가 높아질 전망입니다. 또한 폭염일수도 1단계에서는 60.5일인데 현재보다 20.8일 증가를 하고요. 만약 무분별하게 사용했을 때는 폭염 일수가 120일로 현재보다는 87일 증가합니다.
즉 말하면 여름이 거의 1년 내내 본다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강수량도 보게 되면 1단계에서는 1,090mm 정도가 내릴 것으로 보고 있고 현재보다는 3.2mm 정도 증가하고요. 만약에 5단계일 때는 1,228mm로 현재보다 135mm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온난화 예측치를 단계별로 말씀해 주셨는데 이렇게 되면 식량도 생산물 지도도 다 바뀌고, 지금 우리가 익숙했던 생산물과는 전혀 다른 생산물을 재배하든지 아니면 우리 식생활이나 이런 것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생각보다는 빠른 템포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들고, 이게 만약에 빨리 바뀌지 않는다면 곧바로 배춧값에서 보듯이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러다가 김 교수님, 우리 식량 위기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지금까지 우리가 기후 변화가 농수산물에 미치는 영향, 이런 걸 보면 지도를 그려서 사과가 대구에 있다가 위로 올라가고 안동으로 가고 이렇게 지도를 많이 그리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제 그런 단계를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사과가 안동, 영주에서도 온도가 너무 높아서 적합성을 잃고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나라 한반도 남한에서 사과가 적합한 곳이 있느냐, 고지대 외에는 지금 없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동안 먹어왔던 농수산물이 우리나라 안에서는 적합성이 없다.
그래서 보면 태백 지역에 해발 고도 900m 위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데, 거기도 폭염 특보가 내려서 배추가 반 이상 썩어 나갔다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미 이제는 지도를 그려서 남쪽에 있던 게 북쪽으로 올라가는 문제가 아니고, 우리 지역에 그동안 먹고 살았던 농산물이 우리 지역에서는 앞으로 보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야기가 되겠고요.
그다음에 수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보면 우리나라 서·남·동해 쪽의 수온 같은 경우도 거의 적도 지역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온도가 29도, 3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역이라든가 이런 해조류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이게 살아남을 수 없으면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살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주변에서도 해양 갯녹음 현상, 해양 사막화 현상이 매우 빠르게 진척되고 있고, 또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지금 제2공항 짓는 온평리 그쪽이 맛있는 미역이 나는 걸로 굉장히 유명한데, 올해는 미역이 생산이 안 돼서 그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일절 못 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만큼 우리가 우려하는 정도가 그동안 대구에서 나던 걸 북쪽에서 가져오면 되겠지 하는 정도가 아니고, 우리나라 자체에서 생산하기 힘들 정도까지 와 있다.
[김상호 사회자]
이런 기후 위기 상황에서 농민들이나 어민들, 우리 지역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기상청에서 주는 정보가 농민들에게 절실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래 예측이 장기 예보도 그렇고요. 기상청은 농업 관련해서 어떤 정보, 어떤 서비스를 준비하고 계시는지요?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이상기후로 지역 농업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상주시는 지난 4월 이상 저온에 의해서 농작물 피해 최초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지방기상청은 대구·경북에 있는 지자체와 농업기술센터 등에 대해 ‘농업 맞춤형 위험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업 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우박, 돌풍, 천둥, 번개를 동반한 위험 기상에 대해서 발생 가능성이 있을 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봄과 가을에는 서리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여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기후 변화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까 우리 대구 지역에도 도시에서 시민들의 삶을 위한 환경적으로 필요한 대책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 같고, 정책적으로도 마련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점도 한 번 고려해서 말씀을 주시고, 시민들도 변화된 기후 상황을 인지하고, 그러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며, 시민들 개개인도 변화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와 대응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변화와 대응이 필요할지 두 가지 말씀해 주시죠.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
저는 세계기상기구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서 자료를 많이 보는데, 거기 가면 전 세계에서 나온 기후 관련 보도문도 많이 있고, 그다음에 거기서 나온 각종 보고서도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올해 주목해서 보는 것이 세계기상기구 홈페이지 Heatwave에 들어가 보면 ‘+5℃ to +10℃ ’ 이런 항목이 쫙 나오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도시는 도시 열섬화 현상으로 인해서 교외 지역보다 적게는 5도, 많게는 10도까지나 높을 수 있다. 이런 얘기가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서울, 부산, 대구 같은 대도시의 도심지는 실제로 도시 열섬 효과가 엄청나게 강하게 나타나거든요. 기상청에서 35도라고 폭염을 얘기하면, 그 35도가 어떻게 측정된 건가 생각해 보면 야외 교외에서 잔디밭 위의 백엽상 안에서 측정된 온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은 기상청에서 발표한 자료보다 적어도 5도, 많게는 10도 높은 곳에 우리가 노출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도시는 도시 열섬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이 상당히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표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적게 흡수할 수 있는 기술도 많이 나와 있고요. 해외에서는 주택을 지을 때, 우리는 단열재를 집 안에 설치하는데, 그들은 집 외곽에 단열재를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합니다. 왜냐하면 집과 아스팔트가 낮 동안 열을 흡수했다가 야간에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열섬화 현상을 악화시키거든요. 그런데 단열재를 설치하면 천연의 흙처럼 인공 구조물이 열을 흡수하는 기능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기상청에서 어떤 정책을 내면 정치인들이나 행정가들이 이를 정책으로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아까 농산물 이야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기상청은 2000년대도 되기 전에 관련 보고서를 잘 냈고, 농가원과 농림부 산하의 연구소에서도 이미 이런 예측을 잘 내놨습니다. 그러나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폭염도 중요하지만, 재산 피해를 보면 집중호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가을장마에서 창원에 내린 비나, 7월에 내렸던 비가 대구 시내에 쏟아졌다면, 또는 서울이나 대전에 쏟아졌다면 엄청난 피해가 났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에는 메가시티를 만든다거나 용적률을 1,500%로 준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기후 경고를 얼마나 듣지 않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탄소를 줄이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관청이나 정치인, 기업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감시하고 항의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기상청 우리 함동주 청장께도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동대구역에 기후 위기 시계가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청장님 보시기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기상청에서 시민들에게 권고하는 기후 관련, 기상 관련 여러 가지 조언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씀 듣고 오늘 시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
현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기후 시계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게 되면, 폭염과 폭우, 집중호우, 가뭄 등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극한 기상’이라는 말이 일상화된 것 같습니다. 많은 여름을 보냈지만, 이렇게 덥고 이렇게 강한 비가 내리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을 흔히 듣게 됩니다. 과거에는 괜찮았으니 오늘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안전을 위해 스스로 지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길었던 여름이 이제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계절 전망이 어떨지 오늘 토크ON에서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님, 함동주 대구지방기상청장님 두 분 모시고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