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지 고추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정부에서 고추를 수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수매는 비축이 아닌 사실상 농협 수매여서 가격 지지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관측입니다.
고추 주산지인 영양군은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추가 대책에 나섰습니다.
◀이호영 기자▶
영양농협 마당에 고추 포대가 가득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농협 수매에 나오긴 했지만, 농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올해 인건비와 생산비 모두 크게 올랐는데도 산지 고추가격은 예년보다 형편 없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이학이/영양군 고추생산농가
"(인건비가) 8만 원 하다가 12만 원까지 다 올라서... 인건비가 비싸서 농사 짓기도 힘들어요."
◀인터뷰▶박문경/영양군 고추생산농가
"일년 농사 지어서 마지막에 이러니 헛거예요. 농사지을 마음이 없어요. 내년에는 나이도 많지만 농사를 못 짓겠어요."
중하품 수매가는 건고추 600g당 최고 6,300원.
농협에서 평균 600~700원을 보전해 간신히 6천 원대까지 나왔지만, 고춧값은 지난해보다 3천 원 정도 낮은 겁니다.
이 같은 산지 고추가격 하락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건고추 천 톤을 수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수매 단가는 1등급 기준 600g 한 근에 7,500원. 전국 도매시장 평균 가격 6,500원에 농가 지원금 천 원을 더한 겁니다.
추가 지원금은 정부가 20%, 지자체가 50%, 농협이 30%를 부담합니다.
◀인터뷰▶양봉철/영양농협 조합장
"가격은 수매가 끝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줌으로써 지금 가지고 있는 농가 재고 물량을 수매해서 처리하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정부 수매 결정 이후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거래된 건고추 가격은 600g에 평균 7,016원으로, 이전보다 200~300원 정도 올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호영) "이번 정부 고추수매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게 농민들의 시각입니다 . 하지만 가격지지대가 형성되면서 대폭락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추 주산지인 영양군 등은 정부 수매와 별도로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오도창/영양군수
"올해는 인건비와 각종 재료비가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재료비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우리 영양군에서는 3.3㎡당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고추 수매는 전국 고추주산단지 시장·군수 협의회 등의 건의에 따른 것이지만, 정부 비축에 따른 시중 격리가 아니라 농협 수매라서 문제입니다.
수매 뒤 농협에서 자체 판매에 나서야 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가격지지대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MBC뉴스 이호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