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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그대로' 갇혀 전시된 동물···이전은 하세월

◀앵커▶
8월 초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침팬지 한 마리가 탈출했다가 포획된 뒤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동물원 환경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동물원 이전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동물 특성에 맞는 사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은혜 기자입니다.

 ◀기자▶
달성공원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 사육장.

최근 한 마리가 탈출했다 폐사한 이후 '알렉스'로 불리는 한 마리만 남았는데 바닥 한편에 늘어져 있습니다.

곰이나 사자도 마찬가지.

낮잠을 자거나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엄태윤 김유찬 초등학교 1학년▶
"동물들이 잠만 자고 뒹굴기만 해서 슬퍼요. 계속 누워있고 문 안에서 안 나오고 있어서 불쌍하고 아파 보여요."

낡은 시설보다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이 문제로 꼽힙니다.

코끼리는 한자리에 서서 왔다 갔다 하는 정형행동을 보인 지 오래고,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 전시장에서 청금강 앵무는 자해해 몸통 털이 다 뽑혔습니다.

얼룩말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이 단독 생활하고, 안전을 위해 섬처럼 만들어진 야외 방사장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집니다.

◀최인수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기획팀▶
" 공간이 넓어야 하는데 공간도 좁기 때문에 굉장히 외딴섬 같은 구조가 됐고, 안에 행동 풍부화를 위한 여러 가지 도구나 이런 것들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이거는 그냥 잠을 자는 모습이 아니라 무기력한 모습으로 봐야 하는 게 맞고···"

대구 도심 한 가운데에 달성공원 동물원이 들어선 건 1970년입니다.

그동안 낡은 시설 문제가 자주 지적됐지만 문화재인 달성 토성 안에 있어 보수 외에 개발은 사실상 어려웠습니다.

3년 전 대구시는 2022년까지 수성구 삼덕동 일대에 대구대공원을 조성해 지금보다 더 넓게 동물원을 이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습니다.

대구시는 동물 사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재 부지 매입이 80%가량 끝나 올 연말 착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준공 예정은 2027년, 빨라도 4년 뒤인데 그마저도 확정은 아닙니다.

◀임미연 더불어민주당 동물보호특위 위원장▶
"시에서 돈(예산)을 좀 더 하셔야겠죠. 하시고... 더 중요한 건 안에 있는 분들한테 맡기지 말고 바깥쪽에 전문가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분들께 자문도 좀 구하시고요. 동물이 말도 못 하니까 그냥 들어와서 말 그대로 갇혀서 평생을 사는 건데 그럼 있는 동안만이라도 우리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시민들에게는 친숙한 휴식 공간이자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한 달성공원이 말 못 하는 동물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공간이 되지 않도록 해주려는 고민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MBC 뉴스 김은혜입니다. (영상취재 한보욱)

김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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