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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MBC NEWS

R]조선시대 역병 돌 때 차례 안 지냈다

◀ANC▶
코로나 19는 조선시대로 보면 역병에 해당하죠.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돌 땐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차례나 제사가
어떤 상황에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전통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보도에 정동원 기자입니다.
◀END▶



◀VCR▶

안동 하회마을의 고택 중 하나인 화경당.

조선 중.후기 유학자 류의목 선생이 쓴 일기,
'하와일록'이란 책이 있던 곳으로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돼 있습니다.

1798년 8월 14일, 즉 추석 하루 전 날 일기를
보면 '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돼 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 19란 역병이 도는 요즘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INT▶김미영 박사/한국국학진흥원
"후손된 입장에서 상당히 송구스럽다는 생각을 가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역병을 빨리 퇴치하는 거리두기가 더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보다 53년 뒤인 1851년,
안동의 유학자 김두흠 선생의 일기엔
'천연두가 이웃마을까지 침범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란 기록이 있고,

초간일기, 계암일록 등 조선시대 안동 일대의
상당수 일기에서 비슷한 내용이 있는 걸로 봐서
조선 시대에는 역병이 돌면 차례를 생략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것으로 보입니다.

하회마을 화경당 고택에서 대를 잇고 있는
주손 류세호씨 역시 이번 추석은 건너뛰기로
결정했습니다.

◀INT▶류세호(69)/하회마을 '화경당' 주손
"맏이 경휘 애미야, 둘째 이현이 애미야, 그리고 막내 지희야. 이번 추석은 내려오지 말고 각자 집에서 조심하면서 지내도록 하자."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는
풍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융통성 있게 행해지던 제사에
반드시 지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생긴 원인에
대해 학계의 정설은 없습니다.

다만 조선 후기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양반 문화인 제사 봉행을 통해
평민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표출됐다거나

성묘, 묘사, 기제사, 차례 등 다양했던 제사가
명절 차례와 기제사로 집중되면서
이것만은 지켜야한다는 사고가 고착됐을 거란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원입니다.
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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