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대구·경북에서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구·경북은 선거 때마다 '보수의 심장'이라며 국민의힘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보면 '중앙 정치에서는 맥을 못 춘다,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취재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재형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데, 대구·경북 정치권의 이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군요?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 본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대구·경북 인사는 최고위원에 입후보한 김재원 후보뿐입니다.
TK 친윤계 주자를 자처하며 최고위원에 도전한 현역 이만희 의원은 조기 탈락했습니다.
이만희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탈락하면서 현역 의원의 국민의힘 지도부 입성은 물 건너간 셈입니다.
◀앵커▶
지역 정치권이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얘긴데요, 그 이유와 문제도 한번 짚어주시죠.
◀기자▶
친윤계 후보군이 난립하며 표가 분산된 데다, '윤심'을 둘러싼 잡음, 인지도 관리 실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TK 출신의 당 대표 후보조차 내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상황에서 존재감마저 잃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옵니다.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됩니다.
TK 정치인들이 '공천만 되면 당선'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온실 속 화초'처럼 자생력을 잃었다는 겁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 공천증만 수령을 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가 없다. 국민의힘이라는 연고 정당이 없다고 하면 이런 행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SNS에서 "TK에서는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눈치만 늘어가는 정치인만 늘어간다"며 "중앙정치에서는 힘도 못 쓰고, 동네 국회의원이나 하려면 시의원, 구의원이나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김재원 후보는 본경선을 통과해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사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최고위원 본선 경쟁에 오른 김재원 후보도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 수는 대구·경북이 21%로 수도권에 이어 가장 많습니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외 인사인 김 후보가 최고위원이 되면 TK 공천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역 정치인들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복잡한 셈법을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견제 심리가 발동할지, 아니면 TK가 한데 뭉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앵커▶
현 국민의힘에는 원내대표에 비대위원 2명, 원내 부대표 3명 등 대구경북 국회의원 절반 정도가 위원장에 사무총장 등을 맡고 있지만 만약 김재원 후보가 본 경선에서 탈락한다면 변동이 생긴다고 봐야겠죠?
◀기자▶
김재원 후보마저 차기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하고, 주호영 원내대표 임기가 오는 4월 끝나면 국민의힘 지도부에 TK 정치인들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TK 공천 물갈이 여론이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엄기홍 교수 얘기 들어보시죠.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신공항 (이슈) 같은 TK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까 의문이 들고요. 공천권에 이제 국회의원들이 목을 맬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 상황에서 과연 TK를 위해서 지역을 위해서 쓴소리할 국회의원들이 있을까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공천이 당선이라는 정치 풍토 속에 '우물 안 개구리' 비판을 받아 온 TK 정치권.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지역 정치인들이 자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성하고, 자기 정치를 통해 역할과 존재감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