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3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라는 짤막한 글을 올렸습니다. 2월 4일에는 대선후보 4인 토론에 참석해 “북한의 수도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가 꼭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배치 장소는 강원도나 충청도, 경상도처럼 ‘꼭 수도권이 아니어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앞서 2일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은 “수도권 국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며 충남 계룡시와 논산을 사드 추가 배치 장소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사드가 국방을 위해서 꼭 필요한지는 접어두고라도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사는 시민들의 삶은 사드 추가 배치 논의에서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4년 반 전,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사드가 배치됐습니다. 지금 성주 소성리는, 그리고 바로 옆 동네인 김천시 노곡리의 모습은 어떤지 도건협 기자에게 들어봤습니다.
2022년 2월 8일, 새벽부터 성주 소성리 주민들과 사드 반대단체 회원들이 마을회관 앞에 모여들었습니다. 장비와 물자를 싣고 사드 기지에 들어가는 차량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나이 든 수십 명의 주민을 젊은 수백 명의 경찰이 막고 때로는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일은 2월 8일 하루만의 일은 아닙니다. 2021년 5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전쟁 같은 아침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도건협 기자 “사드가 배치된 뒤 안에 병사들이 거주하니까 숙소도 손봐야 하고 물자도 필요하겠죠. 사드 레이더를 가동하려면 발전기를 돌려야 하니 기름도 많이 필요할 테고요. 처음에는 각종 장비와 물품을 헬기로 실어 날랐는데 이게 한계가 있고 문제가 생기니까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트럭으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사드 배치가 합법적이라면서 보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사드가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사드 기지 안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걸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주민들은 보상받는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공사를 중단하고 사드 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사드를 철거해야 한다, 이게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주민 간에 입장차가 이렇게 크니 해결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민들은 사드 기지로 통하는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 오늘(2월 8일)로 벌써 77회째가 됐습니다.”
사드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에서 산을 하나 건너면 김천시가 나옵니다. 사드 레이더 방향으로 1km도 떨어지지 않은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에서는 최근 2년 새 9명이 암 진단을 받았고 5명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을 주민은 백 명 정도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밤이면 산 너머 사드 기지 주위로 불빛까지 훤히 보인다고 합니다.
노곡리 박태정 이장은 “암 환자 발생이 사드 기지에서 제일 가까운 데서부터 먼저였어. 이 위로 올라가면 성주 넘어가다가 고갯마루에 있는데 거기서 한 500m밖에 안 되는데 거기서 처음에 3명이 발병을 했었거든“이라면서 사드 기지 때문에 암이 발병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노곡리 등 3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허용 기준치 아래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2019년에 나온 미국 연방항공청 관보에 따르면 괌에 배치된 사드 시스템이 작동할 때 발산하는 전자파가 인간의 건강에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나와 있습니다. 특히 보통 때는 부작용이 없지만 ‘추적‘이나 ‘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 빔이 계속되고 노출 기간이 커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괌에 배치된 사드는 바다를 향해 있고 미국 본토에는 사막에 있습니다. 일본의 X-Band 레이더 두 기 역시 해변가에 설치됐습니다. 사드 전자파의 영향권이 민가에 미치는 것으로 의심되는 곳은 지금까지 사실상 성주밖에 없지만, 정부는 안전하니 믿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비판하고 있습니다.
도건협 기자 “주민들은 암 발병 원인이 사드 기지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죠. 주민들 나이도 많으신 편이고요. 하지만 주민들이 원치 않는 사드 기지가 민가 바로 옆에 들어왔고 주민들이 그렇게 불안해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불안을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군 내부에서도 장기적으로, 최소 1년 정도 전자파 측정을 해서, 그럼에도 문제가 없다면 그 결과를 가지고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민간 영역에서 긴 시간 장기적으로 전자파 측정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주민들의 불안해하고, 또 반발하고 있다면 설득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정부의 의무가 아닐까요?”
성주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건 4년 반 전이지만 사드 배치가 결정된 건 5년 반 전입니다. 사드 배치 이후뿐 아니라 결정에서 배치까지 일 년 남짓한 기간에도 성주 군민들은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혈서와 현수막, 삭발과 촛불집회가 매일 이어졌습니다.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는 한민구 국방장관과 성주군을 찾았다가 화난 시민들의 항의로 6시간 동안 버스에서 나올 수 없었고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황교안 총리가 탄 차량이 성주군민의 차를 들이받고는 그냥 떠나 ‘뺑소니’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며 순수하고 착한 성주군민과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갈라치기해 사드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성주 집회 외부세력 대처‘라는 메모가 발견돼 결국 ‘외부세력 개입’ 주장은 청와대의 작품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기로 결정됐던 것은 아닙니다. 대구와 칠곡도 거론됐고, 김천에서도 지금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설치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사드가 왜 대한민국에 배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없었던 것처럼 성주 소성리에 배치하겠다는 결정 역시 단 한 차례의 주민 공청회도 없이 갑자기 발표됐습니다. 대한민국에 왜 사드가 배치되어야 하는지 묻는 것과 북한은 마음대로 핵 개발을 하고 미사일을 쏴도 된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요? 왜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어야 하냐고 묻는 것이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도 되는 것일까요?
김천의 사드 반대 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드는 이미 한반도 방어가 아닌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미국의 패권 유지와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무기체계임이 확인된 바 있다. 사드는 동북아 신냉전을 불러와 한반도 평화를 근본에서 위협하는 것을 만천하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1조 5천억 원을 들여 한국군이 운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운운하는 국민의힘 윤 후보나 “사드에 버금가는 요격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 이 후보 역시 과연 남북화해와 평화를 실현해야 할 대통령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인가?”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난 뒤 17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본 바 있다. 사드는 그 어떤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불법적 배치로 그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전 과정이 모두 불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사드는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의 길을 가로막는 무기체계로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것은 우리 땅을 전쟁터로 만들자는 것이다. 사드 추가 배치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김천, 성주 주민과 평화지킴이들, 나아가 전체 국민에게 전쟁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윤 후보가 사드로 지키려는 안보는 한미동맹에 매달려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거짓 안보이며, 이 후보 역시 사드에 버금가는 요격 미사일 개발 또한 전쟁 준비이며 평화의 길을 멀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