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이 홍준표 대구시장 관사와 관련해 정보공개를 거부한 대구시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한 이후 대구에 관사를 마련하고 묵겠다고 했는데, 전국적으로 홍 시장 이외에 관사를 쓰는 지자체장은 전국 8개 특광역시 단체장 가운데 유일한 시대착오적인 행동입니다. 그래서 2022년 7, 8월 뉴스민의 이상원, 천용길 기자가 대구시에 공유재산관리 조례에 따라 지출한 관사운영비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도 비슷한 시기에 관사 리모델링 및 운영비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구시는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염려가 있다며 비공개 처분 결정을 내렸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개 못할 사생활이 뭔지, 침해당할 자유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1월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과 함께 행정소송을 냈고, 하성협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습니다.
법원, 대구시의 주장 모두 기각 "공공의 정당한 관심"
대구시가 정보공개를 거부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년이 넘고서야 1심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대구시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을 보시면 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 이 사건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목적과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시민의 예산 감시 기능, 시정 운영의 투명성, 적정성 제고 등과 같은 이익이 이 사건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보호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직자로서 광범위하게 시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 점, 사건 정보가 오로지 개인의 주거와 사적, 개인적 영역에 관한 정보라기보다는 대구시의 예산 지출과 공무원 숙소 운영과 관련한 정보여서 공공의 정당한 관심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과제 "지자체장 호화 관사 폐지하겠다", 정작 대구시는?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정과제로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호화 관사를 폐지하고 개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하려면 관사 규모나 사용 기준을 정해야 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맞선 모습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약속한 것은 관사 제도를 살펴서 세금 낭비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새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관사 현황이 조사됐고, 각 지자체가 잇따라 단체장 관사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냈습니다.
당시 대구시는 시장 관사를 포함해 16개를 운영 중이었는데, 관사 운영 여부는 후임으로 취임할 시장이 결정하도록 미뤘는데, 6.1 지방선거를 통해 홍준표 시장이 당선됐습니다.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는 관사 폐지를 요구했지만, 홍 시장은 당선자 시절에 이미 관사 거주를 사실상 결정했습니다. 그것도 기존 시장이 사용하던 관사를 쓰지 않고 새로 관사를 사기로 하고, 임기 시작도 전에 대구시는 홍 시장의 새 관사를 약 9억 원을 들여 사들였습니다. 전국 8개 특광역시 단체장 중 유일하게 관사를 그대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데다 이른바 건전 재정을 강조하면서 빚 내지 않는다는 걸 지상과제로 내건 홍 시장이 굳이 새 집을 또 샀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전셋집, 대구시장 당선 이후에는 '관사 유지'
대구시는 나름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홍준표 시장은 논란이 일자 2022년 6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공직자가 지방 근무할 때 기거할 숙소를 제공해주는 것은 호화 관사 문화와 다른 것”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집을 사고 팔아야 한다면 누가 공직을 맡으려고 하고 지방에 내려가려고 하겠느냐. 대구에 근무하러 오는 공직자 분들에게 대구에 집이 없는 사람에 한해 우리는 숙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비판을 두고서는 ‘할일 없는 트집’이라고 비하하면서 전임 권영진 시장이 거주하던 관사를 매각하면 9억 원 가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대구시가 했습니다. 하지만 홍 시장은 수성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을 하면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집 대신 수성구을에 전셋집을 얻었습니다. 국회의원으로 있을 땐 직접 전셋집을 마련해 거주한 홍 시장이 시장이 되면서는 굳이 새 집을 사면서까지 관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게 모순된다는 비판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팔겠다던 권영진 관사도 부동산 시장 침체를 이유로 팔지 못한 채 홍 시장의 최측근인 이종헌 신공항건설특보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현황을 보면 홍 시장은 관사로 거주를 옮기면서 전세대금으로 빌린 3억 원을 은행에 상환했습니다. 그만큼 홍 시장은 금융 부담을 덜었습니다.
대구시 "관사 정보 공개는 사생활 침해"
언론사의 취재와 시민단체의 정보 공개 요구가 이어졌지만 대구시는 '사생활 침해'를 내세워 정보 공개를 막았습니다. 관사 매입에 쓴 비용, 관사에 들인 집기나 가구, 리모델링 등의 비용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관사 운영에 대구시가 세금을 쓰는 건 대구시 공유재산 관리 조례에 근거합니다. 조례에 따르면, 관리비는 사용자가 부담하지만, 예외의 경우 세금으로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 예외적인 경우는 신축, 개축 및 증축비, 공작물 및 구축물 시설비, 보일러, 에어컨 등 대규모 기계기구 설치비, 통신가설비, 수도시설비, 조경시설비 등 기본 시설비와 건물유지 수선비, 화재 보험류 등 재산유지 관리비. 그리고 응접세트, 커튼 등 기본 장식물 구입 및 유지관리비 등입니다.
조례로 정한대로 써야 한다는 건, 관사가 '공적 관리 대상'이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례에 따라 지원한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는 당연히 해야하지만, 대구시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여러 차례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일을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지난 11월에야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결국에는 행정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구시가 온갖 논리로 거세게 저항했기 때문입니다. 대구시가 재판 과정에서 주요하게 내세운 주장은 관사는 홍준표 시장이 개인으로 쓰는 사적인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에 따라 대구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 이상의 정보를 공개하라는 건 사생활 침해이고, 더 놀라운 주장은 이런 행정소송 제기가 언론의 자유를 빙자해서 홍 시장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입니다.
대구시의 이 같은 주장은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도입한지 30년이 됐는데, 대구시가 아직까지도 정보공개 제도를 언론이 누구를 괴롭히기 위해서 쓰는 방식이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운영된 제도의 취지나 목적과 달리 임의로 제도를 운영하면서 법과 제도에 근거해 취재 활동을 이어가는 언론사를 향해선 근거없는 비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관사, 그리고 숙소라는 용어에까지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구시가 관사를 숙소로 이름을 바꾸었는데도 굳이 관사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해 관사가 한때 기관장이 거주하는 저택을 지칭하던 시절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부각했다는 대목입니다.
'관사'란 단어를 좀 더 따져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법제처에서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유재산관리 조례를 살폈는데, 대구시처럼 '관사'를 '숙소'라고 바꿔 운영하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일부 기초지자체가 3급 관사, 즉 직원 들이 묵는 공간을 숙소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 단체장 관사는 그냥 관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대구시 주장대로 그 실질이 호화 관사가 아니라 공직자의 주거생활을 위해 제공하는 주택이라면 관사라고 하든, 숙소라고 하든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법원, "공익이 홍준표 시장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익보다 더 크다"
대구시는 구입한 세부 품목 같은 것이 일일이 공개되면 개인의 취향, 선호 같은 것이 알려지고 개인의 내밀한 내용의 비밀이 알려지면 인격적, 정신적 내면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시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원은 대구시의 주장이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구시가 아무리 정보공개 청구 의도를 의심해도, 그래서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정보공개청구 제도 도입의 취지, 법률의 의미 등을 근거로 할 때는 비공개를 해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정보 공개로 개인의 인격적 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고, 설령 취향이나 선호도가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공익이 홍준표 시장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의 이익보다 더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공개를 요구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개인의 지극히 내밀한 내용의 비밀에 속한다고 할 수 없는 점, 지자체장인 피고는 공직자로서 그 사회적 책임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시민의 관심과 감시 대상이 되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 점, 사적이고 개인적인 정보라기보다 대구시 예산 지출 및 공무원 숙소 운영과 관련한 공적 정보로서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해당하는 점, 피고로선 사후 감독 과정에서 예산 지출과 관련된 정보 공개 및 확인될 수 있다는 점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하는 점”입니다.
법원이 대구시의 관사 정보 공개하라고 판결한 '핵심 내용 4가지'
뉴스민 등이 홍준표 대구시장의 관사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했고, 대구시가 거부한 내용, 그럼에도 법원이 대구시의 정보공개거부처분을 취소한 핵심 내용은 크게 4가지입니다.
관사의 신축과 개축, 증축비, 대구모 기계기구 설치비
건물유지 수선비와 화재보험료, 재산유지 관리비 상세내역
커튼 등 장식물 구입비와 유지관리비
관사용 비품대장
뉴스민과 시민사회단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도 입장을 밝혔지만 관사 문제에 이렇게 매달리는 근본적인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홍 시장은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면서 공공부문 예산 절감, 부채 상환 등의 계획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통폐합을 하면서 공공기관의 관사나 사무실 운영비도 절감하겠다고 해왔기 때문에 그에 반하는 사례에 대한 홍준표 시장의 명확한 해명이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국회의원 홍준표는 전셋집을 빌리려 3억 원이나 대출을 냈지만, 시장 홍준표는 그러지 않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대구시의 경우 시사톡톡이 방송한 대구경북신공항 보도를 두고서 취재거부와 고소·고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런 보도가 자기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다, 폄해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사 문제도 비슷합니다. 정보공개청구가 어떤 특별한 ‘의도’나 ‘마음’을 먹고 있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언론의 모습을 하고서 나를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법원이 판결한대로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공적 인물이며, 관사 문제도 '공공의 정당한 관심'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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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