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 거실 창을 열었는데 고작 2~3m 앞에 빌딩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면 어떨까요?
건축법 규제를 받지 않는 상업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아파트 이야긴데요.
입주 예정자들은 일조권도, 조망권도, 프라이버시권도 보장받지 못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손은민 기자▶
대구의 한 상업지역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 피켓을 든 사람 수십 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될 예비 입주민들입니다.
◀인터뷰▶
"이격거리 조정하라! 조정하라! 조정하라!"
이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전체 5개 동 아파트 가운데 한 개 동 앞쪽에 건립되고 있는 11층과 15층짜리 상가 건물 때문입니다.
아파트와 건물 간 거리는 고작 2.9m. 이대로 준공되면 31층짜리 아파트의 18층까지가 햇빛을 거의 볼 수 없고 앞 건물에서 거실과 침실이 훤히 보여 사생활 침해도 심각할 거라며 입주민들은 피해를 호소합니다.
더 큰 문제는 소방도로입니다.
◀인터뷰▶윤규미/피해 입주민 대표
"시청에서는 거실 창 쪽으로 소방차 진입이 안 되게끔 그렇게 (아파트 건축) 허가를 해놓고 구청에서는 불과 3m 앞에 기계식 주차타워를 허가하겠다고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대형 화재라도 나면.."
큰 창이 없는 쪽에 소방도로가 나면, 불이 날 경우 진압도 구조도 어려울 거라는 겁니다.
예비 입주민들은 건물 간 이격 거리를 더 넓혀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분양 당시 충분히 고지한 내용이고 공사가 시작돼 설계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업 승인을 한 시청과 건축 허가를 낸 구청 역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건축법은 건물 사이에 일정 수준의 이격거리를 두게 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보장하도록 정해 놨지만, 상업지역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터뷰▶강민구 대구시의원
"이런 예상되는 문제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구시는 대단히 안타깝게도 탁상행정을 하면서 건축 허가를 해줬다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대구에서 진행 중인 주택건설사업지구는 199개. 이 가운데 3분의 일이 상업지역에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주거 안전도, 삶의 질도 고려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입주민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이동삼, C.G. 김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