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6년 전인 2005년 1월, 대구시민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진객이 있습니다 바로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인데요.
당시 대구문화방송 취재진이 신천에서 수달을 최초로 카메라에 담은 장면입니다.
천연기념물 수달의 등장, 오염된 하천의 대명사였던 신천이 살아있는 하천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뒤 대구시는 신천 수달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요,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신천 수달이 로드킬을 잇따라 당한 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심병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심병철 기자▶
지난 달 10일. 야생동물 구조센터로 지정된 대구의 한 동물병원에 수달이 실려왔습니다.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털은 말라버린 채 윤기를 잃었습니다.
북구 침산교 부근 도로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생후 4~5개월 된 아기 수달입니다.
◀인터뷰▶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수의사
"다른 장기나 다른 척추라든지 이런 쪽은 다 정상으로 봐서는 두개골 쪽이 교통사고에 의해서 두개골 함몰 때문에 얘가 사망했다고 봅니다."
하루 뒤인 11일. 침산교 부근 도로에서 수달 한 마리가 또, 로드킬을 당했습니다.
1주일쯤 전인 3일과 4일에도 수달 로드킬이 있었고 한달 새 4마리나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2018년 신천과 금호강 일대 수달 서식실태 조사에서 확인된 개체 24 마리의 1/6이나 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최근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16년에 촬영된 대봉교 부근의 작은 섬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달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습니다.
수달이 편히 쉬며 새끼도 낳고 돌보는 중요한 보금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천혜의 서식지가 지난해 11월 말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대구시가 하천 관리를 이유로 중장비를 동원해 밀어버린 것입니다. 대구시는 지난해 신천 전역에서 이런 식으로 작은 섬이나 수변공간을 없애버렸습니다.
수달은 물론 새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진 것입니다.
◀인터뷰▶최동학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 대표/수의사
"준설 작업으로 인해서 얘들이 생활하는 주 서식지들이 다 파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됨으로 인해서 얘들이 실질적으로 어렵게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다 보니까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해야 하다 보니까 이런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보여집니다."
서식지가 훼손되자 수달들이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하다가 로드킬로 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하천 관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대구시 관계자
" 서식지 훼손이라면 저희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는데 수달 서식지이기 때문에 신천 자체에 대해서는 작업을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씀이신지"
대구시의 하천관리가 항상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대구시는 2005년 신천에 수달이 출현하자 그동안 서식지 보존을 위해 작은 섬이나 수변공간을 잘 관리해 왔습니다.
수달을 '친환경 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소중한 존재라며 지금까지 수십 억 원을 들여 서식 실태 조사와 보호 캠페인까지 펴 왔습니다. 수생태계와의 공생을 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간 중심의 하천 관리로 지난 16년 간의 대구시의 수달 보호 정책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회복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