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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혼전' 거듭하는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최후의 승자는?

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가도 다시 박빙이 되는 식으로 혼전을 거듭하니 대선의 결과는 한 치 앞을 알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죠. 분명한 것은 3월 9일 이전과 이후는 매우 달라질 것이라는 정도일 겁니다.

그에 비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 보이는 것이 대선과 같이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 선거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대선에 휩쓸려갈지, 대선과는 또 다른 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러닝메이트인가? 액세서리인가?
대선과 같은 날 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각 당 후보는 대선 주자의 ‘러닝메이트’라는 성격이 강합니다.

대구에서는 중남구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요, 민주당도 국민의당도 공천과정에 들어간 상태여서 2월 둘째 주(2/6~2/12) 중에는 각 당의 후보가 정해질 전망입니다. 전략 공천하겠다는 민주당이나 경선을 하겠다는 국민의당이나 후보가 정해지면 이재명 후보의, 또 안철수 후보의 러닝메이트라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보궐선거의 귀책 사유를 만든 책임을 지기 위해 공천을 하지 않기로 했고 이에 따라 국민의힘 당원인 예비후보들은 탈당하고 출마를 해야 할 상황인데요, 이재명, 안철수 후보가 대구를 찾았을 때 같이 손잡고 보조를 맞출 후보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대구를 찾더라도 손 맞잡을 러닝메이트 없이 혼자가 되는 겁니다.

곽상도 의원이 아들의 퇴직금 50억 관련 수사를 받으면서 사퇴를 했기 때문에 보궐선거를 하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대구의 러닝메이트’ 없는 윤석열 후보가 한편으로는 더 당당할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보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느 정도의 각오를 하느냐 하는 것일 겁니다. 나를 버리고 주민들을 대표해서 지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대선후보의 손을 뿌리칠 땐 뿌리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과연 그렇게 할 후보가 있긴 할까?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중남구의 의원들을 보면 말입니다.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기보다는, 지역민들의 여론과 바람을 살피기보다는 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 중앙의 눈치만 본다면 ‘액세서리’에 불과하겠죠.

'외통수' 당한 홍의락, 열 번 찍어 넘어간 백수범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지만 대구에서는 야당이라 할 만큼 ‘세’가 약합니다. 지난해 곽상도 의원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확정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대구시당은 인물난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무소속으로 나오긴 했지만, 대구에서 표를 받아 김부겸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된 사람 아니냐, 거기다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했잖냐, 그만한 사람 어디 있냐, 설(?)들이 많았지만 한쪽에서는 권영진 시장이 손 내민다고 덜렁 대구시의 부시장 맡았잖느냐, 그러고 눈에 띌만한 일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 그건 처음부터 예고되다시피 했는데 부시장직을 맡은 걸 보면 홍의락 전 부시장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등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습니다.

당시 홍 전 부시장은 “협치하자고 권 시장이 손을 내미는데 그걸 뿌리치는 게 맞았느냐? 협치하자고 요구해 온 건 민주당인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당시 권 시장의 협치 제안은 돌파구를 찾던 권영진 시장에게는 ‘신의 한 수’ 였지만 당시 홍의락 전 의원에게는 ‘외통수’였을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홍 전 부시장은 ‘대구에서 선거를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완강하게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당시 민주당 대통령 경선을 벌이던 이재명 경선 후보와 한 시간이 넘게 독대를 하고도 이런 자세에 변함이 없자 ‘입각 쪽으로 돌아섰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어쨌건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센(?) 카드 한 장을 놓치고 맙니다.그 뒤 적당한 인물을 찾지 못한 대구의 민주당 인사들은 중앙에 ‘거물급’ 인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강력하게 어필합니다.

그때 즈음 ‘중앙에서 대구 중남구는 전략 공천한다’는 말이 알음알음 돌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답답한 것은 민주당 시당이었을 겁니다. 시당 측이 최창희 당시 중남구 지역위원장에게 권유를 했다는 말이 나돌더니 최창희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게 됩니다.

시당과는 또 달리, 괜찮은(?) 인물을 찾아 헤매던 친 민주 인사들은 석포 영풍제련소 소송을 맡아 승소를 끌어내는 등 환경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오던 백수범 변호사를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백 변호사는 아내의 허락을 ‘득’하지 못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던가요?

스토킹(?)에 가까운 설득 끝에 설득당한 백 변호사는 출마를 결심했고 결심을 한 뒤부터는 스스로 아내를 설득하고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민주당은 전략공천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백수범 변호사를 인재영입했습니다. 이대로 백 변호사가 전략공천 대상이 된다면 최창희 위원장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최 위원장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러닝메이트 선정 작업은 모양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국민의당도 있어요!
거대 양당(?)에 속하지 못해서인지 ‘누가 나가려고 한다더라’ 소문이 돌고 며칠 안에 누군가가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식이었습니다. 

보통은 며칠 전부터 출마 선언하고 기자회견하고 보도자료 뿌리는 것과 비교하면 ‘007작전(?)’ 같은 예비후보 등록이었는데요, 처음 한 사람은 ‘정용’ 전 시의원이었습니다. 그 뒤 권영현 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는데, 정용 전 시의원은 권 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사실조차 몰랐던 모양입니다. 섭섭함을 밝히면서 “후보 공천을 위해 경선을 한다면 나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많이 섭섭했던 모양인데 말뜻만 보면 나오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정당 후보들이 공천받기 위해 경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니까 말입니다. 사공정규라는 분이 출마를 고심한다지만 한 달 앞두고 아직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을 것을 보면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삐걱거리는 와중에 국민의당도 모양새는 갖춰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국힘이었다' 무늬만 무소속
중남구가 ‘무주공산’이 되자마자 이름이 나돈 국민의힘 소속 인물은 스무 명이 넘었습니다. 너도나도 이름 올리기 바빴고 ‘정말 나오는 것 맞냐?’ 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 중 한둘을 제외하고는 그들 대부분과 통화하거나 만나 본 결과 ‘나간다’ 또는 ‘고민 중’이었는데 해가 바뀌면서, 설 연휴가 지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절반 정도가 알아서(?) 떨어져 나갔고 예비후보 등록까지 했던 김재원 최고위원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박성민 전 청년디지털팀장, 배영식 전 국회의원이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연초 지역신문사들의 여론조사 때 ‘대구시장, 경북지사, 중남구’ 셋 중 하나 골라야 한다고 하자 대구시장을 선택했었는데 ‘홍준표 의원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돌자 우연인지 아닌지 대구시장을 접고 중남구 보선으로 급선회합니다. 그러다가 ‘대선 앞두고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일자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예비후보 등록한 지 13일 만인 1월 30일 밤에 불출마한다고 했는데요, 바로 그다음 날, 설 하루 전날이기도 한 1월 31일 아침부터 주성영 전 의원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자나 전화에 답을 하지 않았더니 남문시장 네거리 근처에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불쑥 찾아왔다는 겁니다. 그러더니 도와달라고 하길래 ‘도울 수가 없다, 섭섭하시더라도 그건 분명합니다’ 이렇게 선을 그었다는데요, 김 최고위원은 거절했는데도 여러 언론에 ‘김재원이 도와주기로 했다가 말을 바꾼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서 항의를 했다고 합니다. 아주 강력하게.

‘사무실 개소식 축사해 달라, 선거 사무실 빌려 달라, 사무실 건물 외벽에 현수막 달게 해달라고 한 것들을 모두 거절했는데 마치 도와주기로 한 것처럼 말하고 다니면 곤란하다’ 는 요지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바로 다음 날인 설 당일, 2월 1일에 ‘출마할 뜻을 접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주성영 전 의원 출마설’은 1박 2일 만에 해프닝으로 끝이 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의 불출마 선언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이 전 수성구청장은 지난 총선 때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한 홍준표 의원을 지원했고 그 덕(?)에 홍 의원은 당시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받은 이인선 후보를 꺾고 당선됩니다.

홍준표 의원은 평소 “나는 이진훈 빼면 그 누구한테도 정치적으로 빚진 사람 없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윤석열 후보와 ‘원팀’을 위한 비공개 회동 때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을 종로와 중남구에 추천했다가 국민의힘 지도부가 반발하는 바람에 논란을 빚기도 했죠.

사실 ‘원팀’이라는 비공개 회동에서는 온갖 이야기들이 오갈 텐데 그런 이야기가 몇 시간이 안 돼서 공개되고 비난이 인 것을 보면 홍준표 의원이 업힌(?)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만, 어쨌든 ‘무공천’ 발표가 있자 이진훈 전 구청장이 곧장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뭔가 있으니까 나오려 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그 ‘뭔가’는 굉장히 정치적인 이야기이고 주민들 앞에 서는 후보의 자세는 아닌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이 와중에 강사빈 전 청년나우 대표 , 도건우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차례로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임병헌, 도태우, 이인선, 박정조 등은 후보자 등록 직전까지 국민의힘 후보라는 표시를 팍팍 내다가 탈당한다는 계획입니다. 손영준 국민의힘 전 중남구 청년지회장은 7일쯤 탈당 후 출마할 건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죠.

6명 아니면 7명의 국힘 소속 또는 국힘 소속이었던 예비후보들은 이렇게 ‘나는 국힘이었다’를 최대한 강조하면서 열흘 뒤 ‘계급장(?)’을 뗀다는 나름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해볼 만하다' 민주당의 어부지리?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민주당 한 명, 국민의당 한 명 그리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6명 또는 7명, 즉 8명 또는 9명이 경쟁을 벌일 텐데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대구 중남구의 역대 선거 결과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은 20~30% 초반, 국민의힘은 50~60% 중후반 정도였습니다.

국민의당 후보가 돌풍을 일으킨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고 이야기하자면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후보가 최소 5%가 넘는 득표율을 보인다고 했을 때 결국은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를 나눠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국힘 출신 무소속 가운데 30%를 넘는 후보가 나올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둘 다 ‘어려울 것이다’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에게 국민의힘이 ‘단일화’ 내지는 ‘사퇴’를 종용할 수도 없고 만에 하나 했다가는 ‘선거 개입’ 등의 논란이 일면서 대선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죠.

자칫 섣불리 나섰다가는 ‘대선판까지 말아 드신 역적’이 될 수도 있으니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인 거죠.

민주당 캠프에서는 ‘해볼 만 하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요, ‘정당이 어디냐’ 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처럼 여겨져 오던 지금까지의 선거와는 달리 ‘사람’ 보고 ‘미래 비전’ 보고 뽑는 선거가 되길 바랍니다.

나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호불호보다는 지금보다는 나은 지역을 만드는 데 힘이 될 사람이 누군지, 또 그런 사람이 선거에 나가면 이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그나마 우리 아들딸, 후손들에게 덜 미안하지 않을까 합니다.

김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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