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경주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설 기계인 45m 길이의 항타기가 넘어져 큰 피해를 당하였는데요.
이런 항타기 사고는 자주 발생하지만 관련한 안전 규정조차 없다고 합니다.
안전보다 작업 효율을 중요시하는 관행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배현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배현정 기자▶
경주의 한 아파트 신축 현장.
대형 건설 장비인 항타기가 옆으로 넘어가면서, 건물과 차량 등을 덮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항타기의 몸통 부분인 리더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어, 기울기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겁니다.
항타기는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리더를 이용해 긴 철제를 땅에 박는 건설 장비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공사 업체 대부분이 리더 길이를 최대치인 45m까지 높여 사용한다는 겁니다.
리더 길이가 길어질수록 작업을 빨리할 수 있지만, 항타기에 걸리는 하중이 커져, 전도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인터뷰▶채용규/건설기계 안전기술 연구원장
"리더 길이에 따라 무게도 상당 부분 증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울기가) 2도 안쪽이 되어도 약간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면 전도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항타기와 관련한 안전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위험한 작업 관행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항타기의 안전 각도를 법으로 명시해뒀습니다.
리더를 5도까지 기울여도 전도되지 않는 전후 및 좌우의 안정도를 가질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채용규/건설기계 안전기술 연구원 원장
"한국에서는 법이 없기 때문에 리더기를 무한정 높이는 겁니다. 리더 길이도 더 높아져서 안전하고 굉장히 직결되는 문제를 한국에서는 과시하고 있는 그런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결국 작업을 빨리해 비용을 줄이려는 업체들의 관행이 항타기 사고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손진우/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
"리더 길이 자체를 높여서 빠르게 시공을 하려고 하고 그걸 통해서 인건비를 절감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사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항타기 사고로 인해 매년 4명가량씩 목숨을 잃었습니다.
MBC뉴스 배현정입니다. (영상취재 박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