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방의원들의 성적표처럼 발표해온 의정활동 평가가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계와 시민단체들 사이에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손 기자, 지금까지 의정활동 평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잖습니까?
◀기자▶
한 해에 한두 번씩 발표되는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평가는 정량적 평가에 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구시나 경북도의회, 구군 의회의 의정 활동 평가를 보면 조례는 몇 건이나 발의했는지, 시정이나 구정 질의는 몇 번 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왔습니다.
건수 위주로 집계하고 평균을 내면 그것이 지방 의회와 의원들의 성적표가 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회 내부에서조차 마치 숙제하는 것처럼, 단기간에 변칙적으로 조례를 발의하는 문제가 관행처럼 고질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정권 전 수성구의회 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박정권 전 수성구의원▶
"(조례 발의가) 한 건도 없다 그러면 4년 뒤에 아니면 2년 뒤에 공천에도 불이익이 있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거죠. 다른 지자체의 기존에 있던 조례들을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하는 (조례 만드는) 경우도 상당히 많거든요."
◀앵커▶
그렇죠, 의원들 입장에서는 조례 발의 한두 건이라도 해놔야 회기 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테니, 의원들 일부는 일단 뭐든지 발의하고 보자는 식으로 해 온 거죠.
◀기자▶
조례 발의나 구정 질의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같은 정량평가 위주이다 보니 편법도 많고 질적 평가가 도외시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법이 바뀌면 하위 법령인 조례나 규칙은 자연히 재개정해야 하는데요,
이런 경우 보통은 집행부인 시청이나 도청, 구군청이 하면 되는 업무이지만 이런 것까지 의원이 가져와서는 조례를 발의하면 손쉽게 실적이 올라가는 거죠.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의회의 조례 가운데 자기 지역에는 없는 조례면 일단 발의하고 보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식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조례를 우후죽순 만들다 보니 '건수 채우기' 조례가 넘쳐난다는 겁니다.
대구의정참여센터 백경록 위원장 말 들어보시죠.
◀백경록 대구의정참여센터 위원장▶
"시민들과 함께 만들고 그것들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고 반대하는 집행부를 설득해야 하고, 이런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야 되는데 (편법으로) 만든 조례가 많다고 해서 (제대로 된) 조례 하나 만든 의원이 가치 없는 의원으로 폄하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앵커▶
양적인 평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질적인 평가를 해야 하는 거네요?
◀기자▶
수치 중심 실적 위주가 아닌 질적인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민 의견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가, 얼마나 전문적이고 합리적으로 작동하는가를 평가하는 잣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대 국제관계학 이소영 교수 말 들어보시죠
◀이소영 대구대 국제관계학 교수▶
"제일 좋은 것이 (의원 평가를) 조례화시켜 가지고 정기적으로, 질 높은 방식으로 이뤄지면 좋겠는데, 이 과정을 움직여가는 일을 의회에서 같이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 여론 악화를 무마하기 위한 의정활동보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현안을 해결하는 노력이 전제 조건입니다.
채점하듯 하는 의정활동 평가보다는 주민과 함께,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현안에 대한 고민도 같이하는 의정활동으로 거듭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