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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불법 수의계약 논란에도 의장 출마, 기소 이후에도 공무 국외 출장···대구 중구의회 의원의 최후는?

의장님의 수상한 계약···이번에는 '제명'
불법 수의계약으로 연일 논란이던 대구 중구의회 배태숙 의장이 제명됐습니다.

12월 19일 오전, 대구 중구의회 본회의에는 배 의장과 관련된 2가지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첫 번째는 의장 불신임, 두 번째는 배태숙 의원 징계 요구였습니다.

의장 불신임 건은 가결됐고, 징계는 제명으로 결정됐습니다.

본인을 제외한 재석 의원 6명 가운데 배 의원 '제명' 처분에 5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1명은 기권했습니다.

배태숙 의원,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동료 의원들이 의장 자리에서 내려오라 하고, 제명까지 시킨 걸까요?

구청, 구의회, 출자기관 등과 맺은 수의계약에 법을 위반한 사항이 또다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42건, 1천 5백여만 원의 불법 수의계약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구의원 5명이 구청에 배 의장 가족과의 거래가 더 있는지 자료 제출을 요청했는데 배태숙 의장이 이를 막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동현 대구 중구의회 의원 "(다른 의원들이 배 의원의 불법 수의계약 정황을 파악하려면) 자료 요구밖에 없는데 의장이 거부해버리면 저희가 알아볼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의장 불신임권을 상정하게 됐습니다."

본회의 전, 배 의원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취재진을 무시하고 의장실로 향했습니다.

징계가 결정되고 기자들이 입장을 묻기 위해 의장실을 찾았지만, 배 의원은 의장실의 문을 굳게 닫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배 의원은 어떤 입장을 밝히지도, 사과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제명으로 결정됐으니 배 의원은 더 이상 구의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명이 결정됐다가 제명 의결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돼 다시 돌아온 권경숙 의원처럼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중구의회는 재적 의원 7명 중 6명만 남았습니다.

부의장인 김효린 의원이 당분간 의장직 직무 대행을 합니다.

불법 수의계약으로 출석정지 30일···동료의원 감싸기 급급했던 대구 중구의회
배 의원에 대한 징계가 논의된 건 처음이 아닙니다.

먼저, 배 의원에 대해 알아볼까요.

배 의원은 구의원이 되기 전 2022년 6월까지 자신의 명의로 중구청과 직접 수의계약을 맺고 업무를 했습니다.

소기업 소상공인 방역물품 지원사업 홍보용 현수막,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 선거 홍보물 제작 등을 맡았습니다.

그러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구의원은 공공기관을 감사, 조사하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물품이나 용역 등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2023년, 배 의원이 구청과 구의회 등과 불법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이 터졌습니다.

시민단체의 고발로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됐습니다.

2023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요.

배 의원은 건설 업체 일용직 노동자를 대표로 내세워 유령 회사를 차려 중구청, 중구의회, 관계 출자 출연기관 등과 불법 수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감사원이 파악한 불법 수의계약은 모두 8건, 1천6백만 원 상당이었습니다.

2022년 9월부터 12월까지 중구청과 6건, 중구의회와 1건, 출연 출자기관과 1건입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잇따르자 중구의회는 배 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윤리특위자문위원회와 윤리특위는 배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징계가 최종 결정되는 본회의에서 결과는 뒤집혔습니다.

제명보다 한 단계 수위가 낮은 출석정지 30일과 공개 사과로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의장이었던 김오성 의원은 '왜 징계 수위가 낮아졌는지'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김오성 대구 중구의회 의장 "혹시나 또 다음에 (배태숙 의원과 유령회사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추가적으로 더 나오면 징계하면 될 것이라고 저는 판단이 됩니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배 의원과 구청 등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불법 수의계약에도 '의장 선출'···국민의힘 제명에도 '시드니 출장'
지난 6월 배 의원과 자녀 등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검찰에 넘겨졌지만 배 의원의 행보는 대단했습니다.

7월, 제9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출마해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재석 의원 7표 중 4표를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검찰에 불구속기소 됐습니다.

그래도 공무 국외 출장은 갔습니다.

11월 6일, 호주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공무 국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대구 중구 관광특구 지정을 기념해 관광 우수사례를 체험한 뒤 지역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목적입니다.

배 의장 앞으로 배정된 출장 경비는 356만 7,620원.

목적에 맞게 7일간 관광 위주의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투어에 빠지지 않는 바랑가루,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록스거리, 시드니 현대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을 둘러봤습니다.

출국 하루 뒤인 11월 7일, 배 의원은 소속 정당이던 국민의힘에서 제명됐습니다.

반복되는 불법 수의계약 뿌리 뽑아야
불법 수의계약은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1월, 지방의회 이해충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구 중구의회 등 전국 20개 지방의회에서 소속 의원이나 가족이 지분을 소유하거나 대표 이사를 맡은 업체와 공공기관이 31억 원 상당의 수의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이 의심되는 사안은 지방 의회에 통보하고, 추가 조사를 통해 징계와 과태료 등 조치할 계획입니다.

뿌리 뽑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불법 수의계약을 제한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같은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을 경우 횟수를 제한하거나, 2천만 원 이상 계약이면 수의계약을 맺지 않도록 합니다.

문제는, '문제없겠지'하는 구의원들의 생각입니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 "의원들의 윤리의식과 정치적 소명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법 수의계약 의혹이 제기되면 다른 의원들이 구청 등 공공기관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하면 되는 거고요."

시민단체는 불법 수의계약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더 강한 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영태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 "조례나 법률을 통해 불법 수의계약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요. 의원들이 불법으로 취득한 이득은 반환하는 사후 대처에 대한 법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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