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인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해 민법상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는 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습니다.
이번 소송은 불법 대부업자들이 대출자에게 나체사진을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유포하는 등 반사회적·반인륜적 행태를 보이면서,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1월 22일 불법 대부 업체 A사의 총책과 중간관리자, 하부 직원 등 4명을 대상으로 이들로부터 돈을 빌린 B 씨를 대리해 계약 무효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단은 B 씨가 이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피해를 감안해 1천만 원의 위자료도 청구했습니다.
공단에 따르면 두 자녀를 둔 30대 가장 B 씨는 한 건설업체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월 4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건설업황 부진으로 수개월째 급여가 연체되자, 2023년 1월 인터넷 대출 카페를 통해 A사로부터 급하게 돈을 빌렸습니다.
금액은 20만 원, 대출 기간 7일, 상환금액은 40만 원입니다.
연체 시 하루 이자 2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대출 기간 내 상환하더라도 이자율이 무려 4,562%에 달하는 것입니다.
법정 최고금리는 20%입니다.
대출 과정과 조건은 까다로웠습니다.
B 씨가 인터넷광고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연락하자 총책은 텔레그램 방으로 초대해 갖가지 정보를 요구한 것입니다.
절박했던 B 씨는 이들의 요구대로 조부모, 부모, 직장 지인, 친구 등 11명의 연락처와 카카오톡 프로필 스크린샷, 친척·지인 등 9명의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건넸고, 이에 더해 자필 차용증을 들고 찍은 셀카 사진까지 전송했습니다.
B 씨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A사의 총책 등은 B 씨의 나체사진을 전송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실제로 B 씨의 부친과 친구, 지인 등 9명에게 유포했다고 공단 측은 밝혔습니다.
B 씨는 A사에 나체사진을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A사는 불법 대부 업체들이 연합해 개설한 텔레그램 방을 통해 B 씨가 과거에 다른 대부 업체에 제공한 나체사진을 이용했습니다.
A사를 비롯한 불법 대부 업체들은 텔레그램 조회 방을 통해 채무자들의 연체 이력 등 신용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했으며, 나체사진 등 민감정보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종엽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악질적이고 반사회적인 대부 계약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