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국가적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이 '윤석열 파면' 요구를 전달하기 위해 트랙터를 몰고 상경하다, 서울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에 가로막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합류로 집회를 연 끝에 28시간 만에 통제를 푼 일을 두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난동 세력엔 몽둥이가 답'이라며 비하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여야는 이른바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도 부딪히는 모습입니다. 오늘 시사ON은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부터 탄핵 정국 속 정치권의 극단적 여야 대립 현상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윤석열 퇴진 집회할 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여러 퇴진 집회가 있었습니다만, 12월 21일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시위했었는데, 조금 상징적인 시위가 됐습니다. 임미애 의원은 농민 출신의 정치인이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농사짓고, 의정활동 하시느라 못하시지만,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남다르죠. 제가 그 현장에 가 있었고 농민들의 투쟁은 늘 외로웠거든요. 남태령 고개를 그날 처음 넘으려고 했던 게 아니고요. 2016년도에도 넘으려고 했는데 못 넘었었어요. 그때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있었던 그런 시점에요.
그런데 제가 뒤늦게 현장에 갔을 때, 의성에 있다가 현장에 올라간 거였는데 깜짝 놀랐던 건 사실 트랙터는 있었지만 농민들의 숫자를 보면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다양한 깃발들이 그 현장을 메우고 있었고, 시위하는 현장이 어디였냐면 수방사 바로 앞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이것이 사회 혼란이라는 이유로 2차 계엄이 발포될 여지를 주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도 좀 있었는데, 현장에서 느꼈던 건 늘 외롭고 고립되었던 농민들의 싸움이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약자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청년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여성, 계약직, 비정규직 같은 노동자들이 함께 그 자리에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농민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우리 사회 약자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던 거죠.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아서 정말 후원 물품도 너무 많이 들어오고요. 가장 추운 시간에 가장 따뜻한 공간을 만들어 낸 연대의 공간이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남태령 농민 집회를 두고 윤상현 의원이 “난동 세력은 몽둥이가 답”이라고 얘기를 해서 엄청난 비판을 받기도 하고, 또 반대쪽에서는 엄청난 열렬한 성원을 받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후 임미애 의원님께서 윤상현 의원 징계안을 발의하셨는데요, 왜 그러셨는지 말씀 짧게 듣고 다음 질문 이어가겠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원래 좀 일찍 하고 싶었는데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있어서 좀 발의하는 시간은 늦어졌습니다.
저는 정치인이 이런 욕설을 퍼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난동 세력” 그리고 그들에게 가해져야 할 건 “몽둥이다”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사실은 생각으로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입으로 꺼내면서 소수의 지지 세력들의 환호를 받으려고 했다는 게 저는 정치인의 자질로서는 빵점이라고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계엄 해제하고 난 뒤, 민주당 지지율이 많이 올라가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확 떨어지고 차이가 많이 났었습니다. 지금 1월 3주 차 발표 정당 지지율만 보자면 역전됐습니다. 물론 오차 범위 내지만 임미애 의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희 내부에서도 이야기는 좀 많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를 들어봐야 하는 거죠.
그래서 이번 여론조사는 수치를 가지고 뭐 논하기는 어렵지만, 어쨌거나 민주당의 지지가 좀 떨어지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는 그래도 다시 결집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요.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점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깜짝 놀란 건 김문수 후보가 여권의 대선주자 1등으로 등극한 거예요. 그런데 그렇다면 설문조사의 결과를 폄하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지지 성향이 어떤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어쩌면 다수의, 이제 우리가 극우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 여론조사에 참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김문수, 지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 주자 1등으로 등극하게 된 그런 결과가 아닐까 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애써 그렇게 해석을 하시더라도 거기에 만족하고 안주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네,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다른 이유를 내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까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게···
[김상호 사회자]
말씀 못 하시는군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너무 오래 걸렸죠.
[김상호 사회자]
이재명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런 면에서는 일찍부터 저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억울함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뇌물 사건은 이미 대선으로 상황이 바뀌었고 탄핵이 될 수밖에 없으며 구속이 될 수밖에 없고, 구속된 후에는 중형이 선고될 거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대선에 초점을 맞추고 이재명에게 집중하면서, 이재명에 대한 거부 정서를 최대한 모아내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죠.
[김상호 사회자]
현재 우리 지역을 다니다 보면 플래카드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민주당은 여러분들의 카톡을 열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래카드가 많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가짜뉴스에 대해서 힘들어하고 피곤한 건 알겠는데, 이건 양쪽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SNS에 내란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일반인도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반인이란 말이 들어가면서 너무 많이 나갔다고 봅니다. 이건 오히려 조금 삼갔어야 하는 정도의 수준에까지 이른 것 아닐까요? 이런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가짜뉴스는 심각합니다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많이 나간 거 아닌가요? 전 국민 카톡 검열이라고 이렇게 플래카드가 붙게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가끔요. 프레임을 전환해 내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가짜뉴스에 대해서 그것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유튜브에 집중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나오는 선거 조작에 아주 심취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결국은 가짜뉴스가 대통령의 인지 능력까지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짜뉴스의 유포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을 가지고 검열이라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걸 보면서 '어우, 놀라워라.' 이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에 우리가 다시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가짜뉴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합니다.
제가 지난주에 지역에 내려왔을 때, 지역 주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얘기가 이겁니다. "제주항공 사건으로 피해를 본 유가족들이 모두 다 1차로 70억을 받기로 했다." 아닙니다. 이것은 가짜뉴스입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진짜로 믿습니다. 마치 그 사고가 무안에서 벌어진 일이 호남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 현 정권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들어간 사고인 것처럼 그것을 너무나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이렇게 가짜뉴스가 일반인들한테 횡행하고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집단지성으로 걸러낼 수 있는 어떤 힘이나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걸 '검열'이라는 프레임으로 그것을 공격한다는 것에 국민들이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한편 정치인들도 조금 세련된 워딩, 말을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사소한 단어 하나가 잘못되면 그런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니까요. 그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같습니다.
정치권 보수층 결집세가 확실히 강화되는 모습이 있었는데, 해석은 여러 가지로 나오죠. 아까 잠깐 말씀하셨습니다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보는데요. 지금도 계속 이재명 사법 리스크 얘기합니다. 그다음에 헌재에서 빠른 신속한 심리를 할 때마다 국힘당에서는 "왜 이재명 재판은 빨리 안 하느냐. 하나는 완행열차 타고 하나는 KTX다." 이런 얘기도 하는데, 민주당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인지, 당에서 얘기되는 거 있으면 말씀 듣겠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건 이미 공이 재판부로 넘어갔고, 지금 2심이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재판부에 대해서 석 달 동안 다른 사건을 배당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겁니다. 그러면 이건 석 달 동안 집중 심리를 하겠다는 것을 재판부가 얘기한 거고, 저는 재판부가 조기 대선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재판부대로 자신의 역할을 따박따박 하는 것이 맞고, 그것이 오히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불식시킬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영합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재판부의 일을 하라,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겠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김상호 사회자]
어떤 사람은 "가짜뉴스 아니냐?“ 라고 되물었을 만큼, 이번 계엄 사태는 참 많은 충격을 줬고, 지금도 그 충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시도민들한테는 다른 면에서 충격이 더 있었을 거로 생각합니다. 보수 출신 두 명의 대통령이 연달아 탄핵을 당하는 일을 또 겪어서, 잘잘못과 공과를 모두 떠나서 그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마음 상해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시·도민에게 이번 탄핵 정국과 관련해서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임 의원님 말씀 듣고 오늘 시간 마쳐야 될 것 같습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관저에서 체포되던 날, 한편으로는 이 모든 일련의 사태들이 일단락 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홀가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국민은 갑자기 계엄을 당한 거잖아요. 그리고 정치권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좀 마음이 착잡한, 이중의 감정을 가졌습니다.
저는 대구·경북 시·도민들한테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 중의 하나가, 책에서 보면 이런 얘기가 있어요. "학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뉴스에 대해 그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과 일치하느냐를 두고서 판단하는 경향이 아주 갈수록 더 높아진다."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우리에게 쏟아지는 정보가 과연 나의 믿음, 내가 좋아하는 것만 취사선택하는 건 아닌가를 우리 지역 주민들이 한 번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 그리고 "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것을 늘 열어놓고서 생각하는 상황을 바라보는 기회를 좀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지역 언론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이번 주 토크ON은 혼돈의 탄핵 정국 속에서 우리가 짚어봐야 할 여러 가지 지점들을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시고 짚어봤습니다. 의원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