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마을' 구미 인덕초·중학교에 무슨 일이?
전국적으로 학생들이 줄고 농어촌을 중심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있는 요즘, 이런 현상이 무색할 정도로 학생들이 몰리는 학교가 있습니다.
구미시 산동읍의 인덕 초등학교와 인덕 중학교가 그런데요.
그런데, 2024년에 이 두 학교에 신입생 수백 명씩 더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2024년에는 학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교가 될 것이라는데요.
마냥 반길만한 게 아닌 것이 교실 부족과 교사 수급, 급식 등이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5년 전 개교한 구미 인덕초등학교
구미시 산동읍 인덕 초등학교는 5년 전 지난 2018년에 개교했습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이 초등학교의 학생은 1,650여 명, 학급 수는 67학급으로 한 학년에 10개 학급이 넘습니다.
개교 당시 43개 학급에서 5년 만에 50% 이상 늘었습니다.
수년째 학교 인근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생긴 현상입니다.
지금도 포화 상태인데, 2024년은 더 문제입니다.
학교 앞에 1,500가구 아파트가 2024년 1월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학생 약 4백 명이 한꺼번에 더 늘어나고 학급 수는 80여 학급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교생 수가 2천 명을 훌쩍 넘겨 전국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학교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교실은 수급이 가능하지만, 체육 수업을 다 소화하기 힘들어 가뜩이나 좁은 학교 운동장에 다목적 강당을 짓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도민영 구미 인덕초등학교 학부모회장 "저희 전 학년이 다 운동장에 설 수 없습니다. 한 학년도 반은 운동장에서 있고 반은 강당에서 반반 나눠서 체육대회를 하는 실정입니다."
좁은 급식실은 3교대로 돌려야 할 형편입니다.
당장 급한 불은 교사 수급 문제입니다.
입주가 2024년 1월이어서 얼마나 많은 학생이 들어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신입 교사들만 몰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합니다.
이규왕 구미 인덕초등학교 운영위원장(학부모) "아무래도 노련한 베테랑 선생님보다 신입 교사 또는 계약직 교사가 배정될 확률이 많고요. 그리고 교사 충원이 100%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 반에 있는 아이들은 24명, 27명에서 35명까지 들어가는 최악의 상황이 오고 이렇게 해서 1학기 수업을 마쳐야 됩니다."
바로 옆에 붙은 인덕중학교 상황은?
초등학교 바로 옆에 붙은 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현재 전교생 840여 명인데 2024년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4백 명가량 늘어날 전망입니다.
"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이 중학교는 2024년 1월 운동장 면적의 1/3 정도 되는 공간에 4층 높이의 모듈러 교실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운동장에서 2024년부터는 체육대회를 열 수 없게 됩니다."
인덕 초등학교처럼 교사 수급, 급식 등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구미 인덕중학교 관계자 "학급이 많아지다 보니까 학생 교육은 교실에서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특별교실에서 실습수업도 많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특별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니까 학생들의 실습수업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은 2024년부터는 몇 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교육 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인구가 줄고 학교가 사라지고 있는 요즘, 학생이 늘어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인데도 갈수록 나빠지는 교육 여건 때문에 마냥 반기지만은 못하고 있습니다.
과밀학교 원인은 수요 예측 실패?
새로운 주택 단지가 들어설 곳에 학교를 지을 경우 교육 당국은 학생 수를 산정하는 학생 유발률을 정합니다.
구미교육지원청은 구미 인덕초등학교를 개교하기 위해 교육부에 중앙 투자 심사를 신청할 당시인 2015년에는 학생 유발률을 0.3으로 산정했습니다.
한 가구가 들어오면 학생 0.3명꼴로 입학하거나 전학해 늘어난다는 겁니다.
2015년 당시 구미 전체 평균 학생 유발률 0.19보다 30%가량 높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현재 학생 유발률은 0.5가 넘으면서 예측이 크게 빗나갔습니다.
구미교육지원청 관계자 "저희가 또 행정에 좀 부족한 면은 있지만 행복한 고민입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이 증가하는 곳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저희도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지역 개발이 (구미) 강서에서 강동으로 가면서 개발되고 있고 거기다가 젊은 층이 몰리는 현상에다가 공항이 그쪽으로 배후지가 되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
교육 당국은 지속되는 인구 감소로 3~4년 뒤면 학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학부모들은 안이한 정책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민영 구미 인덕초등학교 학부모회장 "구미는 아시다시피 젊은 인구가 많은 도시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기는 좀 특수한 상황이죠. 여기 국가 5공단 들어서면서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슈도 있었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구미) 시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많은 인구를 유치하고 그런 거가 목적이면서 정작 학교 교육에 대한 고려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정주 환경을 개선해 수도권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면서도 정주 환경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교육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윤종호 경북도의원(구미)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주 여건이 가장 중요하고요. 그중에서도 교육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인덕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학생들이 36학급을 인허가를 내서 중투(중앙 투자 심사)를 거쳐서 현재 66학급, 2024년에는 80학급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말 그대로 학생들 유발률에 대한 수요 예측을 충분히 하지 못한 행정 당국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교육 당국은 이제서야 인근 학교로 전학을 보내기 위해 통학 버스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교육 정책 실패라는 지적과 함께 당장 2024년 교육 대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