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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3개월여 만에 없던 일 된 대구·경북 행정 통합···어디서부터, 왜 꼬였나?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추진 3개월 만에 무산됐습니다.

TK 행정 통합은 한반도 제2도시 도약', '완전한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비전을 내세운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력을 함께 집중했던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하면서 시작된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의 발단은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월 17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화답하면서 공식화됐습니다.

지난 6월 4일에는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원장 등 4개 기관장이 회동하고 통합 기본 방향과 정부 차원의 지원 방향을 논의하는 등 급물살을 탔습니다.

대구·경북 통합 특별시 출범 예정일도 오는 2026년 7월 1일로 잡았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까지 통합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마치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곧 실현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 행정 통합이 공식 추진된 지 3개월여, 그렇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TK 행정 통합은 '100일 천하'로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구시 "대구 중심으로"···경상북도 "도내 시군 중심으로"
우선,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군의 권한 문제 같은 핵심 쟁점에서 합의가 불가능해 보이는 견해차를 드러냈습니다.

대구시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대구 중심으로, 경상북도는 '자치권 강화'를 위해 도내 시군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선 겁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8월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구·경북의 핵심 도시는 대구다. 경상북도가 옛날에 대구시에 있을 때 대구가 중심으로 경상북도가 발전해 왔다"라며 "억지로 북부를 중심으로 하려고 덤비니 그게 납득이 되겠냐 이 말이다"라고 경북 시군, 특히 북부권의 반발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상북도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지난 8월 27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시군을 축소하면 누가 협조를 해주겠나, 그리고 더 큰 대구를 만들고 북부 지역에 하나 조금, 동부에 조금 이렇게 만들면 이거 경북 사람들이 누가 협조하겠나?"라며 대구 중심의 행정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대구 중심이냐, 도내 시군 중심이냐'라는 논쟁은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존재 의미, 시장과 도지사의 철학과 얽혀 있어 쉽게 풀릴 수 없는 사안이었던 겁니다.

시간에 쫓겨 급히 통합 추진···시도민 민의 수렴 안 해 
이뿐만이 아닙니다.

시도민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통합 합의 시한을 못 박아두는 등 시간에 쫓겨 급히 추진한 점도 통합 불발의 원인입니다.

대구시는 의회 의결을, 경북도는 주민 투표와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대구시가 추진한 방식이 법적 문제는 없습니다만, 애초 시도민의 민의를 수렴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북도의회와 북부권의 강한 반발을 설득하지 못한 것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 5월 TK 행정 통합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자, 경북도 의회와 북부권 주민들은 성명을 내는 등 강도 높게 반발했습니다.


홍준표-이철우, 첨예한 의견 조율할 정치력 발휘 못 해···홍 시장의 일방적·독단적 추진도 통합 무산 빌미 비판
특히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추진됐던 지난 2019년과 달리 이번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도 통합이 물거품이 된 것은 두 단체장이 첨예한 이견을 조율할 만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추진이 행정 통합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지역 시민단체와 야권은 홍 시장이 행정 통합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다시 통합 논의의 데드라인을 자기 마음대로 정하는 등 독단적인 행정을 일삼았다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TK 행정 통합 논의, 이대로 끝나나?···장기 과제? 정부 통합 중재?
그렇다면 이대로 행정 통합 논의는 끝나는 걸까요?

홍준표 시장은 지난 8월 27일과 28일, 29일 사흘 동안 자신의 SNS에서 행정 통합 무산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시도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유감 표명도 2차례나 했습니다.

홍 시장이 제시한 통합 합의 시한인 8월 27일을 넘겼기 때문에 그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장기 과제'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단 없는 행정 통합을 이어 나가겠다며 정부에 통합 중재안을 제시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려 합니다.

하지만 홍 시장이 여러 차례 통합 무산 입장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이 도지사의 바람처럼 통합 논의가 당분간 재개될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지역 사회 상처·갈등 봉합은 어떻게?···후유증 당분간 계속될 듯
TK 행정 통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 사회 내 상처와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도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경북도의회와 대구시는 감정적인 입장문을 주고받으며 대립 양상을 보인 데다, 지역 정치권 등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후유증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데요,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8월 27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 "무릇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하는데, 대구시장은 말 한마디가 깃털처럼 가볍고, 권력의 쓰임새는 바윗덩어리처럼 쓰려고 한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을 직격했습니다.

이날 도의회에서는 TK 행정 통합과 관련해 '졸속 추진' '속도전' '시도민 공론화 없음' 같은 날 선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구시는 다음 날인 8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경북도의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이런 조치가 있을 경우 통합 논의를 재개할 여지가 있음을 밝힌다"고 했습니다.

경북도의회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도의회는 대변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대구시 공무원이 경북 도민을 대표하는 경북도의회 의장직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선을 넘어서 260만 경북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그동안 행정 통합과 관련해 합의되지 않은 발표로 상처받은 도민에게 진정으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또 "행정통합추진을 위해서는 민주적 절차와 협치 그리고 말에 대한 신중함을 요구한 것이 막말이라면 그동안 대구시장의 발언은 막말을 넘어선 것"이라며 "TK 통합 무산과 관련해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구시장이 물러난다면 의장직을 걸겠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정치권·시민사회의 비판 이어져···"행정 통합이 두 달짜리 이벤트?" "대권 정치 놀음 그만하라"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 여론도 심상치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행정 통합이 두 달짜리 이벤트인가"라며 "'아니면 말고 식' 행정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조국혁신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통해 "홍 시장의 말 바꾸기와 ‘아니면 말고’ 식 행정이 도를 넘고 있다"며 "지난 6월 아무런 설명도 없이 행정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바꾸어 밀어붙이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2달 만에 본인이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다시 그만두겠다고 한다"고 규탄했습니다.

이어 "대권 정치 놀음 그만하고 진정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행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경상북도당은 8월 29일 논평을 내고 "그동안 정치적 계산만을 앞세워 무리하게 행정 통합을 추진한 홍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는 시·도민을 우롱하고 행정력을 낭비한 책임을 지고 시·도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내고 "갈등을 야기하고 상당한 행정력을 낭비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식의 자기방어적 말로 대충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독선과 독단으로 가득 찬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민단체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대구참여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독단으로 시·도민을 농락한 홍준표 시장을 규탄한다"며 홍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홍 시장이 행정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나 시·도의회의 논의, 법·제도를 정비할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며 "대구·경북 행정 통합 무산은 예견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시·도민의 의견 수렴 없이 행정 통합 여부와 절차를 추진한 것은 시·도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제왕적 사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TK 통합, 단체장 위주가 아니라 시도민 위주로 추진하자"
이런 가운데 행정 통합을 단체장 위주가 아니라 시도민 위주로 추진하자는 대안이 제시됐습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등이 참여하는 '통합 우리 손으로 준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시련과 역경이 있어도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원회는 "합의를 끌어내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없이 대구·경북 행정 통합의 논의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더 나은 미래상 대신에 다시 한번 커다란 좌절을 안겨주는 행위"라며 "민주적 절차와 합의 과정을 무시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의견을 확인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시군구별 동시 주민 토론회와 시도민 토론 광장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준비위는 또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합의하지 못해 끝내 무산시킨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안을 대구·경북 주민의 손으로 합의안을 만들어 제안할 것"이라며 "통합자치단체에 연방제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도민과 시군구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 다양한 정치적 활동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던 대구시와 경상북도.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고 소멸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지역 내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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