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복 이후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지금은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 가운데 대구·경북에는 두 분만이 살아 계신데요.
더 늦기 전에, 생존한 애국지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남기려는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작가가 대구를 찾아 아흔이 넘은 애국지사의 모습 하나 하나를 정성을 다해 담았습니다.
양관희 기자가 그 현장을 동행 취재했습니다.
◀양관희 기자▶
지난 1943년 8월, 고등학생 신분으로 항일 운동에 나섰던 장병하 애국지사.
안동 농림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한독립 회복연구단 단원으로 활약했습니다.
일제에 체포돼 옥고까지 치른 장 지사는 광복 이후 이른바 친일세력이 득세하면서 독립 운동가라는 사실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긴 세월을 외롭고, 고통스럽게 보내야했습니다.
◀인터뷰▶장병하 애국지사(94세)
"그때 우리가 어떠한 일 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은데 그 친구들이 모두 죽고 가버리고 나니까 이제 남아 있는 게 거의 저 혼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애국지사를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민족문제연구소, 광복회와 함께 애국지사들의 생전 모습을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3D 스캐너 등으로 전신모습을 촬영합니다. 손발은 준비한 실리콘으로 형상을 그대로 뜨고 나중에 석고를 붓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생전 모습과 살아 온 일대기, 품어 온 생각까지 모두 기록으로 남길 계획입니다.
◀인터뷰▶김운성 작가/평화의 소녀상 제작
"(독립운동 당시) 그 손으로 무슨 글을 쓰고 뭘 만들고 하셨을 거 아니에요. 어디를 뛰어다니고 조사하고 다니면서 연대도 하고 그런 것들의 발자취와 손길에 대한 이야기들을 후세들에게 알려드리면 좋지 않을까"
전국의 생존 애국지사는 불과 13명. 부부 작가는 지난 석 달 동안 서울과 경기에서 5명의 애국지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대구 경북에서 살아 있는 2명의 애국지사 가운데 올해 100세인 권중혁 지사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안타깝게도 작업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김서경 작가/평화의 소녀상 제작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늦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라도 그런 것들을 해내지 않으면 더 늦어지잖아요. 더 늦기 전에 그분들의 역사가 우리들의 역사잖아요."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생존 독립운동가들의 성과를 조명하기 위한 노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양관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