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대구 중구의회가 시끌시끌합니다.
의원 두 명이 구청 산하 기관에 불쑥 나타나 자료를 열람한 것을 두고 '의원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의원들에게 의회 출석 정지 처분이 내려졌었는데요.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 주소를 옮긴 게 들통나 의원직을 박탈당했는가 하면 소속 당에서 추가 징계를 받기도 했습니다.
생활 정치를 한다면서 왜 이러는 걸까요?
권윤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월 15일 대구 중구의회 국민의힘 김효린, 더불어민주당 이경숙 의원은 중구청 산하 기관인 도심재생문화재단을 불쑥 찾았습니다.
재단의 업무 보고에서 부족한 내용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자료를 달라고 한 뒤 복사해서 나갔습니다.
이튿 날 두 의원은 성내3동 행정복지센터로 갔습니다.
역시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자료를 열람했습니다.
재단 직원들은 공무원 노동조합을 통해 의원 갑질이라며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중구의회는 3월 17일 윤리위원회를 열어 두 의원에 '출석 정지 30일' 처분을 내렸습니다.
의원들은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황당하게도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이경숙 의원은 의원직을 박탈당했습니다.
심문기일 통지서에 이 의원 주소가 중구가 아닌 '남구 봉덕동'으로 확인된 겁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의원이 지자체 구역 밖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했을 때 의원직에서 퇴직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중구의원 7명 중 민주당 의원은 2명이었는데 이 의원 퇴직으로 1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야당 의원이 귀한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민주당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황당한 게, 중구 의원이 남구로 간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라니까요. 다른 의원은 이런 것을 교육하고 말고 할 게 없어요."
김효린 의원에게는 국민의힘 대구시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사실관계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당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김 의원은 "자신은 자료를 열람하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법원의 가처분 신청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징계 처분 당일 법원은 김 의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징계처분 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다시 의회에 출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의무와 권한이기에 더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의정 활동해야 할 기초 의원들.
"구 의원들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기초의원 자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권윤수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C.G.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