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을 한국 시리즈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시즌 초 하위권 예상을 뒤엎고 9년 만에 오른 한국 시리즈는 여러 악재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한국 시리즈 기간에 선수들의 부상과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경기로 치러지면서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커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 토크ON은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삼성 라이온즈의 2024시즌 성적표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김상호 사회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토크ON은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결산 특집으로, 프로야구 현장을 누비는 기자 두 분을 모셨습니다. 윤승재 일간스포츠 기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윤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김상호 사회자]
대구MBC 석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석원 기자]
네, 안녕하세요.
[김상호 사회자]
포스트시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시고 본격적인 얘기 시작하겠습니다.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 시리즈 티켓을 두고 지난 시즌 우승 팀 LG 트윈스와 격돌했습니다. 1, 2차전에서 홈 2연승을 거둔 삼성은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 패배하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투수전으로 이어진 4차전 맞대결, 16이닝 연속 무득점이던 삼성을 구하고 0:0 균형을 깬 건 강민호의 한방이었습니다. 그렇게 삼성 라이온즈는 해마다 목표로 밝혔던 '가을야구'를 해낸 데 이어 9년 만에 한국 시리즈에 올랐습니다.
상대는 80년과 90년대, 3차례 맞붙었던 기아타이거즈였습니다. 정규시즌 4승 12패로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플레이오프의 상승세, 레예스와 원태인, 시즌보다 안정감을 더한 불펜을 바탕으로 반전에 기대를 더했습니다. 김헌곤의 홈런으로 앞서던 1차전이 비 때문에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게임이 되고, 2차전은 우천순연 되는 등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치른 1, 2차전은 기아에 내줬습니다. 앞서가던 흐름이 있었던 만큼 팬들은 아쉬움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은 선발 레예스의 호투에 이성규, 김영웅, 김헌곤과 박병호가 잇따라 홈런을 쏘아 올리며 팬들의 기대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4차전을 다시 기아에 내준 삼성, 간절하게 시작한 5차전은 김영웅, 디아즈의 홈런으로 반전의 희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아 선발 양현종을 강판시켰지만, 삼성 선발 이승현이 내려간 뒤 삼성은 5회 말 기아에 동점 허용을, 6회 말에 역전을 허용했고 추격에 실패했습니다. 초반 리드가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 컸습니다.
[박진만 / 삼성라이온즈 감독]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하여튼 우리 선수들이 올 시즌 캠프 때부터 정말 준비를 열심히 했고 시작 때부터 이제 전문가들로부터 이제 하위권으로 이제 분류가 돼서...우리 선수들이 1년 동안 정말 다 같이 준비를 잘한 것 같아요."
하지만 1선발 코너와 내내 활약을 펼친 구자욱이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초반부터 전력에서 이탈했고, 원태인과 강민호까지 부상으로 빠지는 등 정상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도 삼성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어린 선수들이 '한국 시리즈'라는 경험을 더한 만큼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이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네,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유난히 치열했던 올 시즌이었습니다. 오늘 토크 ON은 이 치열했던 올 시즌 야구를 샅샅이 파헤쳐주고 정리해 주실 두 분을 모시고 특별한 코너로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본격적인 진행에 앞서서 포스트시즌 취재 소감을 두 분께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윤 기자 먼저 말씀해 주실까요?
[윤승재 기자]
이 정도로 뜨거운 가을 야구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단히 많은 열화와 같은 성원과 선수들의 열정이 돋보였던 포스트시즌이라고 생각하고요. 팀마다 각자의 스토리를 잘 끌어낸 포스트시즌 같았습니다. KT 같은 경우에는 최초의 와일드카드 업셋도 이뤄냈고요. KT와 LG는 지략 대결을 통해서 5차전까지 가는 준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치기도 했고, 삼성은 홈런의 팀답게 화끈한 홈런포를 보여주었으며, KIA는 37년 만에 홈에서 우승하는 결자해지로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포스트시즌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여러 팀별로 스토리가 풍부하게 만들어진 시즌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석 기자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석원 기자]
저는 일단 삼성이 2015년 10월에 한국 시리즈 1차전 이기고 나서 포스트시즌에서 승리가 없었던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동안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거의 없었고, 21년에는 두 경기 모두 졌죠. 정말 9년 만에 가을 야구에서 승리했다는 그 순간, 특히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가 가장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1차전 승리 자체가 올 시즌 삼성이 보여왔던 홈런의 팀, 좋은 선발 투수의 활약을 한 방에 담아낸 승리라서 삼성 팬들에게 "우리가 돌아왔다"는 느낌을 준 가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올해는 유난히 순위 싸움이 치열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요즘 유행하는 '흑백요리사'라는 말을 빌려서 프로야구 구단들도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석 기자께서는 구단들을 '흑수저 구단', '백수저 구단'으로 나눈다면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석원 기자]
일단, 그 취지에 맞춰 봤을 때 과거의 명성이 있는 익숙한 팀들, 명가들 같은 경우를 백수저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 약간의 스포가 될 수 있지만, 꼭 백이 이긴다, 그러니까 기존의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 이긴다는 구도는 또 아니거든요. 삼성 같은 경우는 약간 몰락한 백수저의 느낌도 있고요. 저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순위나 과거와 현재의 지점만큼이나 인상 깊었던 게,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에서 가을야구나 특히 한국 시리즈에 서울팀이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NC가 우승했던 해 같은 경우는 코로나 여파로 고척에서 한국 시리즈가 열리기도 했죠. 그러니까 대구와 광주가 있는 한국 시리즈는 수도권이 빠진 새로운 형태의 야구로, 올 시즌은 하나의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낸 야구가 아니었는지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년 시즌을 포함해 이런 지점을 눈여겨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렇게 말씀해 주셨는데 동의하십니까?
[윤승재 기자]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이번에는 삼성을 오히려 흑수저로 생각했어요.
[김상호 사회자]
예전에는 부자였지만 지금은 많이 힘들어진…
[윤승재 기자]
맞아요, 많이 힘들어졌죠. 사실은 많이 힘들어진 팀이긴 한데, 저는 백수저와 흑수저를 나눈 기준을 시즌 전에 우승 전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나눠봤어요. 그래서 KIA, LG, KT 같은 경우는 우승 전력이 확실하게 탄탄한 팀들이라 백수저로 보고, 나머지 7팀은 흑수저로 해서 열심히 싸우는 방식으로 분류를 해봤습니다. 삼성 같은 경우는 하위권 예상을 뒤엎고 결승까지 올라갔으니, 이번 시즌의 진정한 프로그램 취지에 맞는 흑수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진정한 평가의 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두 분께 제가 질문드리면, 동의하시면 파란색, 동의 못 하겠다면 흰색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죠. "한국 시리즈 아쉽다." 파란색. "그럼 잘했는데 무슨 얘기냐." 하얀색 하겠습니다. 두 분 들어주세요. 아쉽다. 역시 이거는 자기 연고지에 대한 생각이 나오는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잘한 거 아니냐?" 윤 기자, 먼저 말씀해 주시죠.
[윤승재 기자]
일단 한국 시리즈 시작하기 전부터 부상자가 너무 많았고요. 객관적인 전력에서 기아에게 좀 밀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과의 의미에 중점을 두고, 젊은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준우승했지만 아쉽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다음 시즌에 더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니다"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석 기자는 왜 아쉽습니까?
[석원 기자]
기본적인 토대는 윤 기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출발점 같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전력, 부상자도 있었고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요. 제가 아쉬운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붙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1, 2 선발이 다 있었고, 또 플레이오프에서 구자욱 선수의 부상도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사실 준우승을 예상하긴 했어요. 시즌 전적 자체가 삼성이 기아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최소한 홈에서는 두 경기 가져오고, 제대로 된 전력으로 6, 7차전까지 갔다면… 물론 ‘IF’를 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가장 아쉬운 점은 이번 기회가 매년 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내년에 이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조금 더 가을의 승수를 쌓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말씀하신 부상 선수, 구자욱 선수라든지 이런 부상 선수가 없었으면 "우리 이겼다, 우승했다" 청. "객관적인 전력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백색을 들어주십시오. 두 분 어떤 겁니까? 아까 앞에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른데요? "부상 선수가 없었으면 우승할 수도 있었다."
[윤승재 기자]
저는 충분히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그 투타 에이스, 정말 핵심 전력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에, 사실 이 선수들만 있었다면, 코너 선수가 있었으면 선발을 한 명 더 쓸 수도 있었고, 구자욱 선수가 있었다면 홈런을 하나 더 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죠. 또 최지광 선수가 있었으면 1이닝을 더 잘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라서 이런 부분에서 석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IF’가 계속 붙지만, 이들이 정상 전력으로 싸웠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거 한 번 제가 질문드려 보겠습니다. 삼성이 아무 부상이 없을 때 총 전력이 100이라면 몇 정도로 게임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석원 기자]
마지막에 원태인, 강민호 선수가 빠진 날 정도는 정말 절반 가까이 사라졌죠. 한 55 정도로 한 건데요.
[김상호 사회자]
반면 기아는요?
[석원 기자]
기아는 120으로 한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김상호 사회자]
그래서 석 기자가 이렇게 색깔을 바꾸신 겁니까?
[석원 기자]
앞서 시즌 얘기를 잠깐 드렸지만, 시즌에 풀 전력으로 만났을 때 저희가 4승 12패 했거든요. 그 비율로 보면 2승 4패가 적정한 시리즈 결과라고 봐요. 그런데 풀 전력이 있었고, 플레이오프의 상승세도 있었으니, 진짜 부상 선수 하나 없이 100 대 100으로 붙었다면 한 7차전까지 승부는 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7차전까지 갔다고 가정했을 때도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저희는 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왔거든요. 그쯤 되면 피로도라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겁니다. 그래서 올해 어떻게 해도 우승은 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저는 앞과 뒷이야기의 공통점이 아쉬운 한국 시리즈였다는 점이고, 우승을 못 한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던 한국 시리즈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상호 사회자]
부상만 없었으면 정말 역대 기록에 남을 만큼 훌륭한 매칭이 됐을 뻔했는데, 부상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못 간 게 제일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러면 포스트시즌에서 두 분이 생각하시는 가장 잘한 선수 또는 가장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한 선수를 한 명씩 뽑아주신다면 누굴까요? 석 기자부터 말씀해 주시겠어요?
[석원 기자]
저는 베스트는 김헌곤 선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김헌곤 선수가 이번에 백투백 홈런도 치고, 연타석 홈런도 쳤습니다. 사실 홈런 타자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물론 힘이 있는 선수지만, 중요한 홈런들을 많이 쳐줬고요. 시즌에서 홈런 9개 친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4개나 쳤습니다. 이건 정말 팀에서 김헌곤 선수가 홈런으로 보여준 역할, 그리고 거의 최고참급으로 헌신하고 팀을 리딩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저는 김헌곤 선수를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워스트로는 두 명 정도가 떠오르는데요. 이 두 선수는 플레이오프 때는 굉장히 잘해줬어요. 황동재 선수랑 김윤수 선수가 플레이오프 때는 큰 성장을 보여줬고, 이들이 한국 시리즈에서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했는데, 한국 시리즈에서는 아주 결정적인 패배 장면들의 주역이 돼버려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윤승재 기자]
저는 베스트로 두 명을 꼽고 싶습니다. 타자 한 명, 투수 한 명씩인데요. 타자에서는 류지혁 선수의 활약이 빛났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국 시리즈에서 잘 친 것도 있지만, 구자욱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의 구심점이 필요했는데, 류지혁 선수가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며 한국 시리즈 5차전까지 팀을 잘 이끌었다고 봅니다. 야수 중에서는 류지혁 선수가 몇 차례 호수비도 보여주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투수 중에서는 당연히 선발 데니 레예스 선수입니다. 레예스 선수가 코너가 빠진 상황에서 1선발 역할을 확실히 해줬고, 플레이오프부터 6이닝, 7이닝을 혼자 무실점 또는 1실점으로 막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선발진의 한 축을 잘 담당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워스트 선수는 다소 잔인한 평가일 수 있지만, 박병호 선수가 좀 아쉽지 않았나 싶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이나 장타, 결정타가 필요한 상황에서 많이 침묵했던 부분이 아쉽습니다. 중심 타선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생각해서, 박병호 선수를 아쉬운 선수로 꼽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