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저녁인사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지난겨울 장만한 땔감을 담장 부근으로 옮겨놓다가 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주 작고 앙증맞은 자주색 꽃이 보인 겁니다. 여러분은 필시 생소할 법한 ‘큰개불알풀’에 꽃이 핀 겁니다. 작년 봄에 어디선가 나타나 마당을 점령하다시피 한 녀석이죠. 우리는 이름 모르는 풀을 보면 무심코 잡초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원하지 않은 풀 ‘불원초’라고 합니다. 세상에 잡스러운 인간은 있어도, 잡스러운 풀은 없습니다. 불원초들은 나름의 생존 법칙에 따라 일생을 살아갑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제일 먼저 얼굴 내민 ‘큰개불알풀’에 이어서 어떤 녀석들이 저를 찾아올지 궁금하기 그지없습니다. 평안한 저녁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