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저녁인사

신사와 노숙자

신사와 노숙자 얼마 전 서울역에서 벌어진 따뜻한 풍경이 잊히지 않습니다. 폭설이 쏟아지는 광장에서 중년 신사가 겉옷을 벗습니다. 장갑과 5만 원권 지폐까지 노숙자에게 건네준 그는 총총히 사라집니다. 그 장면을 찍은 사진기자의 후일담이 더욱 훈훈합니다. 글을 읽다가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의 산문시가 떠오릅니다. 길을 걷던 시인이 남루한 옷차림의 늙은 거지를 만납니다. 거지는 그에게 적선을 부탁하지만, 그날따라 시인에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돈도 시계도 하다못해 손수건도 없습니다. 시인은 거지의 손을 덥석 잡고 말합니다. “미안합니다, 형제여!” 거지는 말합니다. “이것도 적선입니다. 고맙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곳, 그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입니다. 평안한 저녁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