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인사
모란과 작약
모란과 작약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시인 영랑은 모란의 상실을 슬퍼합니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아까울 것 없다는 듯 모란의 커다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집니다.
떨어진 모란은 바람에 날리고, 비에 젖고, 볕에 말라갑니다.
영랑의 설움이 찬란해질 무렵 작약이 환하게 세상과 만납니다.
모란처럼 삼백예순 날 숨죽여 기다려온 찬란한 개화의 날입니다.
모란의 낙화와 작약의 개화가 교묘하게 겹치는 건 우연일까요?
하나의 생명이 다하는 순간, 다른 생명이 화사하게 태어납니다.
생로병사 수비뇌고의 영원한 순환은 인간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영원불멸과 절대무를 넘어서는 중도가 그리워지는 시절입니다.
평안한 저녁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