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5월 3일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 우리나라에서는 예술가나 예술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상당히 귀한 편이다! 그런 점에서 유럽과 미국은 예술(가)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즐거움을 누린다. 부러운 면이다!
1)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었다는데,
설명해달라!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녀는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로 유명해진 인물. 이 소설은 1999년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2003년에 국내에서도 번역-출간되었다. 슈발리에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에 매료되어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 그림이 소설로, 소설이 다시 영화로 제작된 셈이다.
2) 영화에서 다루는 주요 등장인물이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로 알려져 있다. 그에 관해 설명을 부탁한다.
1632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출생하여 1675년 델프트에서 사망한 화가. 자신의 그림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보다는 화상으로 생활했던 은둔자 유형의 화가. <그림에 담긴 우의>(1668)에서는 창문을 앞에 둔 모델을 그리는 자신의 뒷모습을 그림으로써 그에 관한 신비함을 자아내게 한다. 지속적인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버린 화가로, 수많은 뒷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든 화가로도 유명하다.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찾으신 예수> (1655), <델프트의 풍경> (1661),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1665) 등이 대표작이다.
3) 영화에서 묘사된 소녀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는데,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성숙한 여인의 신비한 미소와 알듯 모를듯한 배경 그림으로 유명하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때 묻지 않고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청순하고 맑은 16세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녀의 정갈한 이마와 단아한 입술, 크고 맑은 눈망울이 진노랑 저고리와 지성을 상징하는 푸른색 머릿수건 그리고 순결과 결부되는 하얀색 동정과 어울림으로써 배색과 조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4)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베르메르와 그림의 주인공인 하녀 그리트의 설레는 관계라는데, 실제로도 그런가?!
영화는 그림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화가 베르메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으며, 아내 카타리나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육 남매의 아버지이자, 아내 카타리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남편 베르메르. 그림을 잘 몰랐던 아내와 달리 그리트는 베르메르를 단박에 사로잡는다. 그가 구름의 색깔이 무엇인지 물을 때, 그리트는 보는 사람의 시선과 마음에 따라서 구름은 흰색뿐만 아니라, 노란색, 푸른색, 회색의 여러 가지 색깔로 거듭날 수 있다고 대답한다. 색깔의 본질을 통찰하는 놀라운 시선. 따라서 그들의 관계는 그림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 관계라고 보아도 좋다. 더러 속삭이듯 내쉬는 한숨과 스치듯 지나가는 손길과 시선이 제시되지만, 단아하고 정갈한 절제의 미학이 구현된 영화다.
5) 영화가 관객에게 제시하고 싶은 내용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말인데, 베르메르의 아내 카타리나가 보여준 반응은?
그림을 보고 난 그녀의 말은 “왜 나를 그리지 않았나요?”였다. 그림에서 그녀가 읽어낸 감정은 놀랍게도 ‘음탕함’이었다. 하지만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음탕함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의 속내를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16살 천진난만한 소녀의 얼굴 모습에서 어떻게 음탕함을 읽어낼 수 있을까?! 필시 이것은 청춘을 향한 중년 여성의 질투에서 발원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순수함을 향한 강렬한 염원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중년의 부정적인 감정과 질투로 변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