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시조와 한시, 하이쿠로 느끼는 가을정서

* 시조와 한시, 하이쿠로 느끼는 가을의 정서


1) 시조는 초중종장으로 구성돼 있고, 글자 수는 대략 45자 정도로 제한돼있는 시 형식?!

어린 사람부터 나이 든 세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친근하고 쉽게 접근 가능

고려와 조선의 사대부들도 시조를 즐겁게 창작 (정몽주 단심가 <-> 이방원 하여가)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에서도 한두 수는 제작 가능

-> 요즘 세계적으로 한류가 유행인데, 시조를 보급하면 어떨까?!

-> 하버드 한국학과 대학원에서 시조를 가장 많이 창작


2)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는 시조 한 수만 추천하신다면?!

월산대군 이정(1455-1489)이 남긴 시조

그는 예종의 장남으로 왕위계승 1순위 -> 병치레를 이유로 동생이 즉위 -> 성종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돌아오노라.

차가운 가을밤에 낚시를 던지고 고기 물기를 기다리나,

고기는 소식 없고 달빛만 사위를 가득 채우니 하릴없이 귀로에 오르는 선비

찬 바람 소슬하게 부는 가을밤에 달빛 가득 실은 배가 정박지로 돌아오는 풍경


3) 누구나 애송하는 현대시와 시조, 한시가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한시를 소개?!

한시는 오언고시와 칠언고시 두 가지를 이해하면 편리

오언고시의 대표격은 필시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 살수대첩

칠언고시 가운데 하나인 <풍교야박>을 소개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당나라 현종 시기의 시인 장계의 걸작 (단 하나의 작품으로 문학사에 등재)

“달은 지고 까마귀는 우는데, 서리가 하늘에 가득하구나.

강가의 단풍나무가 고깃배의 등불과 마주 보며 쓸쓸하게 잠들어 있네.

고소성 밖 한산사에서는

한밤중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배에까지 들려오누나.”


4) 왜 이 시를 걸작이라고 하는지?!

공감각이 절정: 달이 진 까만 밤에 서리가 가득 내리는 풍경 + 까마귀 울음소리

강가의 붉은 단풍나무와 고깃배의 붉은 등불이 상호 조응하는 모습

마지막에 들리는 한산사(소주)의 종소리가 나그네의 울적한 심사를 강화

-> 장계는 50이 넘어 과거에 두 번째 낙방하고 귀향하고 있는 중


5) 그렇다면 일본이 자랑하는 하이쿠 한 수만 소개해 주신다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 형식이 하이쿠

계절을 알 수 있는 단어 하나는 필수

이것을 완성한 이는 에도 시대의 마쓰오 바쇼 (1644-1694)

마른 나뭇가지 위 까마귀 앉아 있다 가을 저물녘

하나의 정물화 연상 (이파리 진 나무에 까마귀와 해 질 무렵 가을날)

세계적으로 하이쿠 인구가 상당하다! 일본에만 700만 이상

-> 아무 일 없어도 세상에 찔레 아카시 진다, 산에는 (19글자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