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11월 1일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

*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를 보고
1)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가 개봉됐는데, 전작들처럼 대중의 반응은 떨떠름하다고?!
그렇다! 관객이 들지 않는 대표적인 두 사람의 감독을 들라면 홍상수와 이창동 감독.
두 사람의 공통점: 1) 적은 관객 (예외: <밀양>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
2) 다채로운 문제의식 제기 (이창동의 사회문제 <-> 홍상수의 개인문제)
존재와 의식 같은 본질적인 문제와 거대담론 <-> 콜콜한 일상과 인간의 내면 성찰
차이점: 1) 과작과 다작 (이창동 24년 동안 6편 연출 <-> 홍상수 25년 동안 26편 연출)
2) <당신 얼굴 앞에서>가 다루는 주제의 핵심이 얼굴인가? 그렇다면 누구의 얼굴인가?!
‘얼굴’이 제목에 나오기 때문에 객석의 궁금증 발생 -> 1962년생 여배우 이혜영 주인공
감독의 의중은 그녀(상옥)의 얼굴이 아님 (비교: <노마드랜드>의 여주인공 얼굴 65세)
영화에 등장하는 감독 재원(권해효)의 회상에 여배우 이혜영의 젊은 날 얼굴과 놀라운 연기
흥미로운 대목은 홍 감독의 배우 김민희가 영화에 아예 나오지 않음 (제작부장)
영화의 시공간이 아주 제한적: 시간은 1박 2일 (24시간 이내), 서울의 몇몇 장소
3) 홍상수의 다른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술과 담배가 자주 등장하는가?!
그렇다! 상당히 절제된 담배와 술 (인간의 격의 없는 유대관계 확인에 술 담배 등장)
-> 아마도 술이 가장 자주 폭력적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 주인공이 조금만 흔들리면 그 즉시 술과 자욱한 담배 연기 (<흔들릴 때마다 한 잔>)
<당신의 얼굴 앞에서> 술은 마지막 장면에서, 담배는 그녀가 이동하는 곳곳에서
-> 인간의 실존과 관계를 확인하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술 담배가 나옴
-> 그래서 묻고 싶은 것은 ‘술과 담배는 인간관계의 생필품인가?!
4) 영화에서 중요한 모티프가 상옥과 정옥의 대화에 나오는 꿈이라면서?!
영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교묘하게 겹치고, 그것을 매개하는 것은 정옥의 꿈!
정옥이 좋은 꿈을 꾸었다고 하자 상옥은 꿈을 알고 싶어 하지만, 알려주지 않는 정옥
정옥은 복권을 사고 난 다음 꿈 얘기를 해주겠다. 최소 12시간은 지나서 말해주겠다!
이런 꿈 얘기에는 <삼국사기> ’문무왕조‘에 나오는 보희와 문희 자매의 꿈과 유사
(언니 보희가 꾼 꿈을 문희가 비단을 주고 산 다음 김춘추의 아내가 되는 문희)
-> 영화에서는 다만 이야기를 진행하는 도구로 사용 -> 망각됨
5) <햄릿>과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꿈이 영화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가?!
<햄릿> 3막 1장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죽는다는
것은 잠을 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잠을 잔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다.”
죽음 -> 잠 -> 꿈 (결론: 죽음은 꿈과 다르지 않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자신이 본디 나비인데 꿈을 꾸어 장주가 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고 한 것에서 유래.
<장자> ’내편‘ [제물론]에 나오는 ’호접지몽‘
-> <햄릿>과 <장자> 모두에서 꿈은 인간 무의식과 잠재의식의 발현
-> 프로이트의 심리학 이론과 꿈은 밀접한 연관
간밤에 함께 술을 나눠 먹은 영화감독이 문자 메시지 보냄 -> 약속 파기 (단편영화 여행)
-> 상옥이 허탈하게 웃으며 혼잣말 “그래, 모든 게 꿈일 뿐이야!” (영화의 주제)
-> 안톤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 1막에서 니나 자레츠나야의 대사 “이건 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