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12월 15일 책 <한국 근대사의 풍경>

* <한국 근대사의 풍경>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우리에게 근대와 근대사는 아픈 기억으로 다가오는데, 이 책의 지은이에게 근대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처절하게 실패한, 따라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우리 역사 가운데 하나가 근대사
(실패한 과거사: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 중세사 -> 철저한 반성 없음 -> 반복)
1876년 강제개항, 1894년 갑오농민전쟁과 민비 민자영의 일본군 애걸 -> 우금치 학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 (마리 앙투아네트도 제 나라 백성을 척살하지 않음)
-> 청일전쟁 -> 1895년 ‘을미사변’과 민비 살해 -> 1896년 아관파천
-> 1897년 대한제국 (일제 꼭두각시) -> 1905년 을사늑약 -> 1910년 경술국치
<한국 근대사의 풍경>은 이런 역사를 전제로 하여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 성찰
부제: 모던 조선을 거닐다 (<모던 뽀이, 경성을 거닐다>와 비교하면 유쾌)
2) 국권 상실 이전에 일본에서 열차를 처음 타본 조선 수신사의 탑승기가 인상적이라고?!
1876년 일본에 수신사로 파견된 김기수의 기록이 남아 있다!
“앞차의 화륜(火輪)이 굴면 여러 차의 바퀴가 따라서 모두 구르게 되니 우레와 번개처럼 달리고 바람과 비처럼 날뛰었다. 한 시간에 삼사백 리를 달린다 했는데, 좌우에 산천초목과 가옥, 인물이 보이기는 하나 앞에 번쩍 뒤에 번쩍함으로 도저히 잡아보기 어려웠다.”
이미 150년 전 시속 120-160Km를 질주한 일본 열차의 속도와 위세에 대한 인상기
근대 혹은 근대성의 상징은 열차와 증기선 -> 속도의 시대 도래
1830년 맨체스터-리버풀 구간을 평균시속 32Km 최고시속 48Km로 달린 열차
3)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인들의 행태를 지은이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그린다는데, 어떤가?!
국권 상실 같은 쓰라린 대목은 잊어버린 채 부나방처럼 밤거리 불빛 속을 헤매다닌
식민지 조선 대중 – 전등이 신기하고, 불야성에 홀린 대중의 허랑방탕함 – 일도 없이
진고개와 혼마치 상점가를 (지금의 명동과 충무로 일대) 떠돌아다닌 조선 민중
더욱이 당대를 주름잡던 일부 모던 뽀이와 모던 껄들의 지나친 애정행각이 빈축대상
어느 일간지 만평 <이꼴 저꼴> (만문만화: 만화 한 장에 제법 긴 글 동반: 말풍선과 비교)
“요사히 보히는 게 지랄밧게 업지만, 자동차 ‘드라이브’가 대유행이다. 탕남탕녀가 발광하다 못해 남산으로 룡산으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러브씬-’을 연출하는 것은 제 딴에는 흥겨웁겟지만 자동차 운전수의 ‘핸들’ 쥔 손이 엇지하야 부르르 떨리는 것을 아럿는지.”
당대의 지식인들 가운데 유력 계층 인사들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던 대표적 군상이
모던 뽀이와 모던 껄 (그들에게 역사의식이나 민족혼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음)
4) 서책에는 우리가 상실해버린 대륙의 꿈과 서정이 그려져 있어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상당히 인상적으로 그려진 대목이 부산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잇는 ‘관부연락선’
1905년부터 1945년까지 운행되어 3,000만 이상의 승객 운송 (1970년 운항재개)
일제의 식민지 조선 수탈에 활용 ->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주로 물자 수송
동경에서 열차표를 사면 관부연락선으로 경성(서울)을 거쳐 만주와 유럽까지 연결
시베리아 횡단 열차(1891-1916)와 연결, 길이 9,288Km, 149개 역과 7일 소요
-> 바이칼의 이르쿠츠크 -> 노보시비르스크를 경유하여 우랄의 예카테린부르크
-> 모스크바까지 -> 거기서 다시 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폴란드의 바르샤바와
도이칠란트의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버 칼레해협 지나 런던
경유하여 글래스고와 에딘버러까지 13,000킬로미터
우리는 분단 이후 이런 장대하고 장쾌한 대륙의 향수와 작별 (76년째 이러고 있다!)
5)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분단 이북의 도시들이 사진과 함께 우리의 역사의식을 깨운다고?!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의 도시가 빼곡
나남, 성진, 웅기, 경성 (鏡城), 회령, 무산,
부령, 길주, 신포, 영흥, 북청, 용암포, 강계,
혜산진, 신갈파진, 진남포, 신천, 개천, 안주, 정주,
희천, 사리원, 박천, 연백, 연평도 등을 담은 사진
우리는 언제 분단된 한반도를 잇고 열차 편으로 유럽에 갈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