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인문학
12월 6일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

* 제임스 다시 감독의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감독 이름도 영화제목도 상당히 낯설게 다가온다. 소개를?!
1975년 출생한 영국의 젊은 감독, 그의 성 ‘다시’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영국의 여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 <오만과 편견>(1813)에 등장하는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밀고 당기는 긴장 관계로 잘 알려진 대귀족 출신 청년 ‘다시’와 같아서 친근.
엘리자베스 언니인 제인과 결혼하는 빙리 (기억나시는가?!)
베넷 집안의 다섯 딸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 <오만과 편견> (다시 오만: 엘리자베스 편견)
<메이드 인 이태리>는 왜 이런 제목인가, 싶을 정도로 뭔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느낌.
그러나 영화가 전달하는 따뜻하고 훈훈하며 넘쳐나는 정감으로 관객을 위로하는 영화.
2) 영화의 배경으로 제시된 곳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지방이라고 들었다. 잠시 소개한다면?!
이탈리아반도의 중부에 자리한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도시는 피렌체와 피사,
시에나 같은 곳인데, 영화가 진행되는 장소도 시에나 외곽의 작은 마을 아지아노.
피렌체 하면 우리는 이내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다빈치 같은 화가와 <신곡>의
작가 알리기에리 단테를 떠올린다. 또한 우피치 미술관과 두오모 성당, 아름답게
굴곡진 구릉지대와 곳곳에 자리하는 밀밭과 포도밭을 연상.
영화는 화면 가득히 토스카나의 일몰과 일출,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낙비,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과 들판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라는 야생 양귀비의 매혹적인
풍경으로 관객을 인도 -> 한 편의 기막힌 여행 스케치 장면이 연상
혹시 이탈리아어로 전망이 좋네요가 뭐지 아시나오?! 비스타 스페타콜라레!
3) 그런데 <메이드 인 이태리>에서 다뤄지는 사건과 관계는 생각보다 아프다면서?!
그렇다! 20년 전 아들 잭이 7살이었을 때 급작스레 다가왔던 끔찍한 교통사고
그것으로 인한 잭의 엄마이자 로버트의 아내 라파엘라의 돌연한 사망
잭의 기숙학교 입학과 토스카나 집의 20년 방치 -> 로버트의 절필과 방황
너무 이른 결혼으로 인한 잭의 이혼과 새로운 출발 같은 문제
토스카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이탈리아 여인 나탈리아와 잭의 만남
남편에게 딸과 모든 것을 잃은 여인 나탈리아의 고통
남편에게 배신당한 아픔을 안고 영국에서 날아온 여인 케이트와 로버트의 인연
4) 영화를 보는 동안 상당히 위로를 받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데, 그럴만한 이유라도?!
오늘날 우리는 너무 많은 사건과 관계로 시달리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에 쫓기고 있음.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에스앤에스), 교통수단의 광역화로
세계가 한 지붕 아래 있음을 실감 -> 그러나 정작 소중한 관계는 약화 혹은 실종
로버트는 아내를 잃은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잭은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고통스러운 부자 -> 그들을 매개하면서 과거의 추억과 관계를 서서히
복원해주는 공간으로 작용하는 토스카나의 옛집 -> 상처의 치유와 복원!
5) 일반적인 영화 장르와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은가?!
영화의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수단은 속도감과 장면전환
수많은 추격 장면은 영화의 가장 큰 자랑이자 위대한 승리
-> 말과 마차, 비행기와 고속정, 열차와 자동차, 인간의 육체적인 추격전
눈 깜짝할 사이에 1억 4천만 년 전인 쥐라기로 갔다가 곧바로 현대로 귀환 가능
장르의 이런 특징이자 장점이 완벽하게 실종된 영화가 <메이드 인 이태리>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영화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냄새와 일상이 촘촘하게
영화에 그려지고 있어서, 다시 한번 살아보자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
하지만 우리나라의 흔한 이른바 불륜-멜로-탄생비화를 담은 저렴한 드라마와는
수준과 차원이 다른 영화 -> 이탈리아 사람들의 낙천성-과장-웃음이 화면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