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2022년 1월 10일 영화 <해탄적일천>


* 영화 <해탄적일천>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해탄적일천>(1983)의 감독과 제목의 뜻 그리고 요즘 봐도 낡았다는 느낌은 없는지?!

감독이 에드워드 양 (양덕창): 1947-2007, 2000년 <하나 그리고 둘> 칸영화제 감독상

2007년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그를 추모하여 시상)

대만의 새로운 현대영화를 앞장서서 개척한 인물: <타이베이 스토리>, <고령가 살인사건>

한자 제목으로는 의미가 상통하지 않음 -> 영어 제목이 분명하게 <그날, 해변에서>

1983년에 만들어졌으니 근 40년 전 영화 -> 만일 1983년에 국내 개봉됐다면 무의미

오히려 요즘 한국의 세태에 여러모로 경종과 사유의 빌미 제공 가능


2) 그렇다면 영화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분히 현대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

1980년대 대만의 가정과 사회가 급속히 변해가는 양상을 다룬 영화

몇 가지 핵심적인 어휘로 표현한다면 아버지의 힘 (가부장), 어머니의 존재,

정략결혼과 연애결혼, 자유의지와 인생 그리고 가정의 행복 같은 문제에 초점

여기서 특히 주목할 문제는 당찬 여성의 자유의지와 선택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한 것


3) 말씀을 듣고 보니까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은 영화인데, 간단한 줄거리와 내용을 소개?!

타이베이 의대생 자썬과 음대생 웨이칭은 사랑하는 사이로 미래 약속

자썬의 부친 역시 소도시에서 의업 – 그는 자썬의 자유연애에 반대하고 정략결혼 강요

자썬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웨이칭은 그길로 오스트리아 음대 유학 (13년 만에 귀국)

웨이칭은 자썬의 여동생 자리와 친하게 지냄 (귀국 음악회 직전 자리와 대면)

웨이칭이 대학 졸업반 시절부터 자리는 그녀를 언니처럼 따르면서 지내다가 결별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 중첩 (웨이칭과 자썬 + 자리와 남친 더웨이)


4) 자리는 오빠 자썬과 달리 아버지가 강요하는 정략결혼에 응하지 않고 야반도주하는 용기를 보인다고?!

오빠가 사랑 없는 결혼생활 하는 것을 아는 자리는 자썬에게 행복을 물으면서 결단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 집을 탈출하여 더웨이가 거주하는 타이베이로 도주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그들이 혼인신고를 하러 관청에 들렀을 때!

담당자 앞에 자리와 더웨이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 (자리가 더웨이의 손을 잡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과 아버지의 억압을 벗어났다는 안도감 같은 것!


5) 그렇다면 자리는 오빠 자썬과 달리 행복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갔는지 궁금한데?!

만일 그리됐다면 <해탄적일천>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아주 함축적인 장면 하나 ‘결혼 3주년 기념일’에 더웨이는 폭음, 기념일도 기억못함

두 사람 사이에 서서히 하지만 확고하게 금이 가기 시작 -> 단절과 거리

가정과 자리에 완전한 무관심 + 일탈 시작 (거래처 여인과 관계)

자리의 오랜 절친 신신의 소개로 글 쓰는 남자를 만나는 자리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자리가 남기는 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행복한 결말만 보여주지, 결혼하고 나서 생겨나는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6) 자리와 자썬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여주는 태도가 우리의 부모와 닮았다고?!

1980년대 한국의 아버지상을 돌이켜보면 대만의 아버지와 유사 – 모친상도 마찬가지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 둘: 1) 엄숙 근엄 진지의 아버지가 남매에게 고전음악 강요

2) 그런 아버지가 젊은 간호사 여성을 범하고 엄마는 그녀에게 돈봉투 쥐어줌

-> 전형적인 가부장제 대만 사회의 위선과 폭력성 폭로

-> 자리가 부모의 집을 도망친 까닭은 아버지의 엄근진과 위선, 억압에서 도피

영화 <해탄적일천>은 텔레비전 드라마처럼 친근하되, 깊이라는 면에서 차원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