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5월 19일 책 <벽암록>


* <벽암록(碧巖錄)>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벽암록>은 대단히 어려워서 그 오묘한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알려진 책 아닌가요?!

지금까지 수십 종의 번역서와 해설서 출간

책에 담긴 본뜻을 알지 못하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

<벽암록>은 선문(선불교)의 1,700가지 공안(본칙, 화두) 가운데 100가지 소개

-> 수시와 송을 덧붙인 책 (공안은 선 수행자를 돕는 짧고 역설적인 문구)

수시는 문제 핵심을 제시하고, 송은 노래로 표현한 깨달음 (게송(偈頌))

조오현 스님이 번역하고 <불교시대사>에서 펴낸 책을 소개

본문 내용이 어려워 오현 스님이 공안 뒤에 사족을 추가 (이것으로 이해 가능)

1932년 밀양 출생 2018년 입적 백담사와 신흥사 조실

세상과 만나는 참선과 수행을 강조한 실천적인 인물

선시와 산문을 비롯한 17종의 저서를 남긴 문인이자 사상가


2) 사족을 덧붙였다고 해서 본문이 잘 이해되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떤가요?!

28번째 본칙 ‘남전의 말할 수 없는 법’

열반화상 질문 “성인들이 대중에게 설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까?”

남전화상 대답 “마음도 부처도 한 물건도 아니다.”

마음이나 부처, 물건은 궁극적인 진리 -> 진리는 이름이나 말에 들어있지 않다!

-> 여기서 오현 스님이 제시하는 고사성어 ‘猿猴取月’

-> 우물과 달, 원숭이 무리와 말이나 이름에서 진리 찾는 중생은 같다!

원후취월 이야기에서 우리는 언어도단의 경지 (언어에 깔린 한계)

그것을 넘어서려는 선의 지극한 노력 (때리거나 꼬집거나 비트는 행위)


3) 백장산에서 선풍을 떨치던 백장화상과 떠돌이 중 납자(衲子)의 일화도 흥미롭다면서?!

납자의 질문 “무엇이 기특한 일입니까?!”

백장의 대답 “대웅봉에 홀로 앉는 것이니라!”

-> 아미타불 예배하자 백장이 후려침

깨달음의 즐거움을 묻자 산봉우리에 앉아 있는 것 -> 절하는 납자, 때리는 백장

->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한 죄를 물은 백장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절을 하는 행위의 위선과 가식에 주먹질

사족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아는 것 많고, 잘난 척하는 인간들 때문이다. 밭 갈고 베 짜는 사람들이 세상 시끄럽게 하는 것 본 일 있는가. 잘난 척하는 놈들은 맞아도 싸다.” (108쪽)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하는 잘난 척하는 자들이 누군가?! 정치인, 판사와 검사,

재벌과 지식인 농부와 어부가 노동자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가?!

(잘난 사람은 조용하며,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않는다.)


4) 납자를 후려갈긴 백장 화상도 젊은 시절에 스승인 마조화상에게 혼난 일이 있다고?!

마조화상과 백장이 길을 가는데 들오리가 날아오른다. 그들의 대화.

“저것이 무엇이냐?” “들오리입니다.” “어디로 갔느냐?” “저쪽으로 갔습니다.”

그 순간 마조화상은 백장의 코를 힘껏 비틀었다. 백장이 아픔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마조화상이 백장에게 말했다. “가긴 어디로 날아갔단 말이냐!”

대체 뭘 말하려고 했는지, 도통 이해 불가능

사족 “말 궁둥이에 벼룩이 붙어 있었다. 벼룩이 말 궁둥이를 돌아다니는 동안 말은 천 리를 달려 부산까지 달려갔다. 이때 벼룩은 부산까지 간 것인가, 아닌가. 달이 지구를 돈다. 지구는 태양 둘레를 돈다. 태양계는 은하계를 돈다. 달은 태양을 돌고 있는가, 은하계를 돌고 있는가. 가긴 어디로 갔는가. 돌고 돌아도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187쪽)

우주에 자리하는 모든 것은 돌고 있지만, 모두가 돌기에 모든 것은 제자리

-> 가기는 어디로 갔단 말이냐?! (시시콜콜한 시비분별과 작별하라!)


5) 선불교에서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방편 가운데 하나를 ‘지도무난 유혐간택’이라고 한다던데!

“지극한 도에 이르는 길은 어렵지 않다. 간택하고 분별하는 짓만 하지 않으면 된다.

시비선악은 분별하는 데서 생긴 것이므로 분별만 없어지면 평화가 온다.” (201쪽)

우리가 매순간 시비와 옳고 그름(시비)과 좋고 나쁨 (선악) 분별하는 것이 문제

-> 조선 중기의 문인 허후가 남긴 칠언 고시 <옳고 그름의 노래, 시비음>

진정 옳은 것을 시비하면 옳은 것도 그른 것이 되니/ 시비의 파도에 억지로

따를 필요는 없을 터/ 시비를 잊어버리고 눈을 높은 곳에 두면/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할 수 있으리. (한시로 소개할 것!)


6) <벽암록>을 마치면서 오현 스님이 의상 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를 인용한다면서?!

의상은 원효와 함께 당나라에서 불법을 배우려 길 떠남 -> 해골바가지

당대 중국 최고의 화엄경 선사는 지엄 화상 -> 문하에서 공부

<화엄경> 80권의 분량을 7언 30행 210글자로 요약한 의상

살짝만 알려주고 의상이 남긴 명구 ‘行行到處 至至發處“

굉장한 허무의 그림자가 드리운 구절 -> 어찌하랴!

오직 나아가고 다시 나아갈 뿐, 우리에게 물러날 길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