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김규종 서상국의 시인의 저녁

18시 15분

누구나인문학

4월 29일 영화 <소설가의 영화>



* 홍상수 신작 <소설가의 영화>에서 생각할 몇 가지


1) 홍상수 감독은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영화를 연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가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감독이 된 홍상수 (1960년생 – 36세 데뷔)

지금까지 26년 동안 31편 영화 연출 -> 1년에 한 작품 이상 -> 다작 감독

비교: 이창동 감독 (1997년 <초록물고기>부터 2018년 <버닝>까지 25년 동안 6편)

임권택 감독 (1961년부터 2015년까지 54년 동안 100편 넘는 영화 연출 – 다작)

다작의 감독은 그만큼 재력과 재능과 대중의 호응이 존재

<소설가의 영화>는 2022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 2위)


2) <소설가의 영화>는 제목부터 조금 범상치 않다는 느낌을 선사하는데, 실제로도 그런가요?!

뭔가 있을 법하고 뭔가 특별한 것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영화

그런데 실제로는 역시 홍상수 영화로군,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영화의 시공간은 경기도 하남시와 어느 겨울 끄트머리

영화 속에 영화가 나오고, 그곳의 계절은 구절초와 단풍으로 보건대 늦가을

영화는 흑백인데, 영화 속 영화에서 잠시 천연색 장면

<소설가의 영화>에서 가장 주된 시간은 딱 하루! 핵심 장소 역시 책방 한 곳

특별하게 일어나는 사건이나 폭발적인 관계 진척 같은 것은 아예 부재


3) 이번 영화에도 예의 홍상수 영화에 등장하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이 모습을 드러내는가요?!

도회의 찌질한 남성 군상과 뭔가 갈구하는 여성들의 어색한 조우와 대면?!

<소설가의 영화>에 예술가: 시인, 소설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글 쓰는 여자, 영화지망생

말 나온 김에 인물 소개: 준희 (이혜영, 여성 소설가), 길수 (김민희, 영화배우), 그의 조카

시인 (기주봉), 영화감독 (권해효), 그의 아내, 책방주인이자 글 쓰는 여성 등등

이들이 어느 하루 책방에 모이는 과정, 모여서 술 먹고 얘기하는 장면, 그리고 영화 속 영화

그들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다시 반복하고, 마침내 단편영화 제작


4) 그렇다면 <소설가의 영화>에서 가장 중심적인 사건과 갈등은 영화 제작과 연관돼 있군요?!

소설가 준희는 아주 오래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근자에 소설 절필 중)

하남으로 몰래 이주한 후배의 책방에서 시간 보내다가 우연히 길수와 만나 영화 얘기

길수는 상당 기간 영화 출연 자제 – 칩거 중 -> 단편영화 한 번 하자!

그러면서 그들은 준희의 후배이자, 길수가 언니라 부르는 여성의 책방에서 막걸리 잔치

거기서 시인과 대면하여 영화와 시, 소설에 관한 담론

그래서 이번 영화는 평생 소설만 썼던 소설가가 바라보고 제작하는 영화에 관한 얘기

소설가와 시인은 오래전에 술친구이자 한때 연인관계 -> 술과 연애, 술과 창작 논의


5) 그렇다면 소설가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의 얼개나 내용 같은 것도 실제로 나오나요?!

우리는 어렴풋하게 알 수 있지만, 그것은 홍상수의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음!

확실한 줄거리와 사건과 갈등과 기막힌 반전과 놀라운 상상력이 담긴 영화가 결코 아님!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홍상수의 영화미학 또는 영화의 특징을 이해하는 단서(端緖)

영화 보면서 관객은 무엇이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

속도감, 기발한 상상력과 자유로운 시공간 이동, 수많은 등장인물과 기막힌 장면,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거대 상업영화나 놀라운 대작 영화가 진짜 영화인가,

아니면 홍상수 영화처럼 일상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은 잔잔하고 고요한 소품이

진정한 영화 장르에 고유한 것인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가 본보기

충무로나 할리우드 영화미학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 홍상수 영화는 별로!


6)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질문은 <소설가의 영화>를 끌어가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홍상수 영화는 대개 화장기 없이 담백하고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하여 유지되다가 종료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 여기에 보태지는 것이 반복적인 효과 (같은 어휘나 표현의 반복)

카리스마 있다! 아깝다! 재능과 섹스에 관한 대화가 변주되어 되풀이

인간의 언어가 가지는 힘과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뱉는 허망한 말들의 향연에 담긴 의미 반추

-> 일상어에 들어있는 언어의 폭력성 혹은 이해의 상호 불가능성

-> 술을 먹는다는 행위와 시나 소설을 쓰고, 영화를 제작하는 연관성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