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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낙동강 녹조의 경고, '물'에서 '공기'로···'녹조 독소 유전자' 또다시 검출

심병철 기자 입력 2026-06-27 14:00:00 조회수 29

여름이면 '녹조 창궐'로 몸살 앓는 낙동강···공기에서도 녹조 독소 유전자가 검출된다고?
매년 여름이면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은 거대한 녹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듯한 ‘녹조 창궐’로 몸살을 앓습니다.

환경 당국은 취수원의 원수 수질이 안전한지, 정수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완벽히 걸러지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낙동강변의 공기 중에서도 녹조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치닫고 있습니다.

경북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이승준 교수 연구진의 최근 조사 결과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닌, 이미 눈앞에 닥친 현실임을 과학적 데이터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는 녹조가 대량 창궐하는 한여름이 아닌, ‘4월 말 봄철’ 대기에서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학계와 환경 보건계에 거대한 충격을 던지고 있습니다.

물속의 유독 물질이 어떻게 우리 호흡기를 위협하는 에어로졸(Aerosol, 대기 중 미세 입자)로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왜 정부는 3년째 손을 놓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경북대학교 이승준 교수 연구팀의 공식 분석 결과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2026년 4월 28일 낙동강 유역의 핵심 지점들에서 대기 포집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지점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낙동강 본류의 역사 유적지 ‘이노정' 주변과, 낙동강 물을 양수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경남 합천군 덕곡면의 ‘학동저수지’ 일대입니다.

녹조 독소를 만드는 유전자 'mcyE'의 검출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첨단 분자생물학 기법인 ddPCR(물방울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 분석을 적용했습니다.

단순히 대기 중에 남세균이 존재하는지를 보는 것을 넘어, 유해 남세균이 ‘마이크로시스틴’을 배출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핵심 유전자인 'mcyE' 유전자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분석 결과 두 곳 모두에서 '검출'되었습니다.

포집된 대기 샘플 용액 단 1밀리리터 안에 녹조 독소 유전자 조각이 학동저수지는 80개, 이노정은 830개까지 확인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 입자 속에 녹조 독소를 생성하는 유전 물질이 또렷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물증이 확보된 것입니다.

이승준 교수는 "해외의 심각한 녹조 발생 지역에서 조사된 대기 중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유사한 숫자들이 도출되었다"고 우려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샘플이 채취된 시점이 4월 28일이라는 점입니다.

대개 대량의 녹조는 7~8월 폭염 속에 창궐하지만, 이미 4월 봄철부터 강바람을 타고 유해 유전자가 대기 중으로 전파되고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첨단 '정전기식 포집 기술'로 신뢰도 높아져
정부와 환경 당국은 민간 학계의 대기 중 녹조 독소 검출 발표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 미량이거나 불검출되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2026년 연구팀의 검사 결과는 당국의 이러한 방어 논리를 무색하게 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과거에 사용하던 일반 흡입식 포집기 대신, 대기 기상 변수의 한계를 보완한 '정전기식 에어로졸 포집기'를 전격 도입했습니다.

기존 포집 방식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입자 포집률 급감하고 대기 유량의 변화에 취약하며 미세 농도 이하의 유전자는 놓칠 확률 높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반면, 정전기 포집 식 장비는 공기 중 유해 입자를 정전기력으로 강제 유인하고 풍향이나 대기 유량 변화에 구애받지 않으며 극미량의 남세균 세포 및 유전자까지 정밀 포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장비가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검출 여부가 부정확했다면, 이번 정전기식 장비는 학동저수지에서 40분, 이노정에서 34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포집 시간 안에서도 대기 중 떠다니는 mcyE 유전자를 잡아냈습니다.

분석 기법 역시 일반 PCR보다 정밀도가 수십 배 높은 ddPCR(물방울 디지털 PCR) 방식으로 개선되면서 데이터의 객관적 신뢰도도 매우 높아졌습니다.

낙동강의 공기 중 '녹조 독소 유전자' 검출은 이번이 네 번째
공기 중 '녹조 독소 유전자' 검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4번째입니다.

(1) 2022년: 첫 조사 당시 학계는 낙동강 본류에서 무려 1.17km 떨어진 영남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옥상과 마당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를 검출해 냈습니다.

(2) 2023년: 이어진 학계의 조사에서는 확산 거리가 3.7km까지 늘어났습니다.

강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 아파트의 베란다를 열어놓으면, 에어로졸 형태의 녹조 독소가 거실 안방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3) 2024년: 여름에 환경단체와 의학계가 합동으로 낙동강 인근 어민, 농민, 환경 활동가 등 총 97명의 코 깊숙한 곳(비인두)에서 점막 시료를 채취해 검사했습니다.

그 결과, 무려 절반에 가까운 46명의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었습니다.

이는 강 근처에서 생활하거나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중에 녹조 물질을 숨으로 들이마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생체 물증입니다.

(4) 2026년 현재: 최첨단 정전기 정밀 장비 도입을 통해 이 위험한 녹조 유전자가 한여름뿐 아니라 봄철 대기 속에서도 뚜렷하게 검출되며 조기 확산의 실체가 규명되었습니다.

청산가리 6,000배의 유독 물질이 호흡기로 들어온다면?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이 뿜어내는 대표적인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학계에서 청산가리(사이안화칼륨)보다 무려 6,000배 이상 강한 독성을 가진 것으로 보고된 극독 물질입니다.

그동안 환경 당국이 이를 '먹는 물 기준'으로만 관리했던 이유는 인체 유입 경로를 오직 마시는 것으로만 제한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위장관을 통해 들어오는 녹조 독소는 간세포를 파괴하고 급성 간독성을 유발하는 수준에서 주로 연구되었습니다.

하지만 호흡기를 통한 ‘흡입 독성’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에어로졸 형태의 녹조 독소는 호흡할 때 기도와 기관지를 거쳐 폐포 깊숙한 곳까지 직접 도달합니다.

간에서 대사 과정을 거치며 한 차례 해독 메커니즘을 밟는 음용 독성과 달리, 폐포로 들어온 독소는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남세균이 배출하는 독소들의 위험성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표적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호흡기계 치명타는 물론이고, 남세균이 생성하는 또 다른 신경독성 물질이 알츠하이머나 루게릭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유발한다는 해외 연구 논문(BMAA 독성 연구 등)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강변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과 낙동강 유역을 터전으로 삼는 주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숨을 쉴 때마다 청산가리 수천 배 독성의 유해 물질을 흡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선진국은 리스크 관리 착수···우리나라는 '수수방관'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기 중 녹조 에어로졸의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인지하고 국가적 차원의 조사와 가이드라인 수립에 착수한 지 오래입니다.

미국의 경우 국립 과학재단(NSF) 등의 지원 아래 강과 호수 주변의 에어로졸 포집 및 인체 위해성 평가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습니다.

주민들에게 녹조 창궐 시 강변 산책이나 수상 레저를 자제하라는 구체적인 대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경 당국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민간의 연속적인 공기 중 녹조 독소 유전자 검출에 대해 "분석 방법 표준화 미비" 등으로 평가절하해 왔습니다.

민간 연구팀의 포집 방식과 정부의 방식이 달라 수치를 공인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설령 대기 중에 '녹조 독소 유전자'나 독소가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주민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었고요. 우리나라도 연구적으로는 계속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 행정적으로 어떤 처리 방법이 없는 게 지금 좀 한계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계와 연구실에서는 녹조 독소의 대기 전파 위험성을 입증하는 신뢰도 높은 과학적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이를 통제하고 주민을 보호할 행정적인 법령이나 지침, 처리 방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지적입니다.

대기 중 '녹조 독소 가이드라인' 수립과 보 수문 개방 시급
이제는 '대기 중 녹조 관리 기준'을 시급히 도입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과학적 조사 방법의 차이 뒤로 숨거나 위해성 입증을 미루며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낙동강 원수만 깨끗하게 정수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먼저 정기적이고 과학적인 에어로졸 조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강변 주민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호흡기·역학 조사를 즉각 착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경보처럼 녹조 창궐 시 대기 중 위험도를 알리는 '대기 중 녹조 독소 환경 기준(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제정해야 합니다.

물은 골라 마실 수 있어도, 공기는 골라 마실 수 없습니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이제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환경단체들은 심각한 낙동강 녹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낙동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수십조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4대강 사업으로 생긴 녹조 재앙을 이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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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병철 simbc@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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