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 커 ▶
'노동절'이 63년 만에 원래 이름을 되찾고 법정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 곳곳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노동이 존재합니다.
농가의 핵심 인력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조력자' 위치에만 머물러 있는 여성 농업인들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농업인의 해'이기도 한데요.
김서현 기자가 여성 농업인들이 마주한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여 년 전, 도시에서 남편의 고향 의성으로
귀농해 마늘 농사를 지어 온 56살 황정미 씨.
노동절이지만 농번기엔 쉴 틈이 없습니다.
넓은 마늘밭 사이를 다니며
일일이 잡초를 뽑느라 분주합니다.
◀ 황정미 / 의성군 봉양면▶
"거의 손으로 해야 하고 이러니까 관절이 거의 다 돌아가 있고 허리, 무릎…. 하여튼 거의 이런 데 90도로 꺾어야 하거든요. 풀을 매려면."
기계 작업은 남편 몫이라지만 마늘 싹을 틔우고 밭을 매는 등 고된 수작업부터, 삼남매를 돌보는 가사노동까지..지난 20여 년간 농장과 가정의 대소사를 짊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10년 전 '공동경영주 제도'가도입되기 전까지 황 씨는 한 농장의 경영자로 인정받지도 못한 채 행정상 '무급가족종사자'로 불렸습니다.
◀ INT ▶황정미 / 의성군 봉양면
"이름이 없어요, 여성 농민은. 만약에 기초수급자니 이런 것들은 다 개개인 지급이 되거든요. 그 사람 이름으로. 그런데 우리는 농가당, 그중에 경영주. 이렇게만 되니까 우리도 정말 큰 생산 활동을 하는 그런 일원으로…."
경북의 농가 인구는 약 36만 2천 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그 중 절반이 여성입니다.
여성 농업인은 농촌의 핵심 인력이지만 법적,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입니다.
실제로 경북 농업 경영주 10명 중 7명이 남성입니다.
여성 경영주 비율은 30%에 불과해, 인근 전남이나 경남 지역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농협 내 여성의 대표성도 낮습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분석 결과, 여성의 조합원 가입률은 남성보다 21%포인트 낮았고, 여성 대의원 수도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반면 조합원 가입을 하지 않은 여성 비율은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여성 농업인은 농업이라는 고된 육체노동과 돌봄노동의 병행, 사회활동 제한과 들녘 화장실 부족 같은 전통적인 농촌 사회의 성차별 등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 박민정 /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
"여전히 저평가되는 여성 노동 가치, 기존 농업 정책이 남성 경영주 중심, 가구 단위로 수립이 되면서 여성의 개별적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40대 이하의 가사와 돌봄 부담, 고령 여성의 신체적 한계와 건강 문제 등 이러한 여성 농업인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농업 정책과는 좀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합니다."
농업 현장에서는 여성 농업인 특수 건강검진과들녘 화장실 설치 등 실효성 높은 정책 확대를 요구합니다.
또한 농어민 수당 개별 지급과 공동경영주 권한 강화를 통해, 여성 농업인의 지위와 노동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 CG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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