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5월 1일은 136주년 노동절입니다.
특히 2026년은 63년 동안 불려 온 '근로자의 날' 대신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공식적으로 되찾은 첫해이기도 합니다.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는 이날, 대구문화방송은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국내 자회사에서 발생한 해고 사태를 집중 보도합니다.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사측은 이른바 '매트릭스 조직론'을 내세워 본사의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는데요.
하지만 이 논리가 오히려 본사의 실질적 지배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도건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22년 화재 직후 전격 폐업을 결정한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평택 공장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싸워온 지도 벌써 3년째,
지금은 부당 해고 여부를 다투는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구미와 평택 두 자회사를 독립된 회사로 볼지, 아니면 일본 본사가 지휘하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라면, 구미 공장이 없어졌더라도 평택 공장에서 이들의 일자리를 보장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니토덴코 측은 한국 자회사가 각각 독립된 법인이라며, 새로운 방어 카드로 '매트릭스 조직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지역별 법인 체계와는 별개로, 본사가 제품이나 기능별로 현지 직원들을 직접 관리하는 형태입니다.
한국 자회사 소속이면서도 업무 지휘는 일본 본사로부터 받는 이중 보고 체계인데, 사측은 이것이 현대 경영의 '글로벌 표준'이라고 주장합니다.
본사가 시스템만 관리했을 뿐 해고는 자회사의 권한이었다는 논리지만, 전문가들은 이 용어 자체가 오히려 본사와 자회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 조직'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비판합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매트릭스 조직이라는 게 결국에는 말은 어려운데 그냥 그 자체가 어찌 보면 다 연결돼 있다는 얘기인 거거든요. 독립 법인이 아니라 사실은 통합적인 조직 구조를 본사하고 자회사들이 갖고 있고⋯"
실제로 해고자들이 확보한 업무수첩에는 일본 본사의 통제 아래 구미와 평택 공장이 단일한 생산 라인처럼 맞물려 돌아간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구미 공장에서는 앞 단계 공정을, 평택 공장에서는 뒷 단계인 검사와 출하를 나누어 맡는 식입니다.
해고 노동자 측은 이런 구조야말로 본사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해 왔다는 증거라고 지적합니다.
◀ INT ▶ 탁선호 변호사 (해고 노동자 소송대리인)
"매트릭스 조직이건 일본 회사법에 따른 내부 통제 시스템이건 한국 옵티칼의 사업상 독립성이 없고 일본 본사가 중요 사항 대부분을 결정했다면 그에 대한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다른 자회사에서도 니토덴코와 동일한 사업을 그대로 계속했다면 고용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 노동법의 원칙입니다."
지난 1심에서 재판부는 자회사의 독립성을 인정해 노동자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서 누린 이익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진정한 글로벌 표준'에 대해, 항소심에서는 우리 사법부가 어떤 엄중한 잣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 # 노동절
- # 근로자의날
-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 # 매트릭스조직론
- # 니토덴코
Copyright © Daeg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