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하청 구조에서 노동자들의 단결권·교섭권 보장을 강화해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지역 노동 현장에서도 원청을 상대로 하는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뉴스플러스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 장혜경 조직국장과 현재 노동 현장의 움직임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봅니다.
Q.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됐고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노동 현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들이 확산되고 있고요.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나오고 있는데요. 대구 지역에서도 지자체와 대학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원청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간 하청과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교섭 자체가 거부됐던 관행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 장혜경 조직국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안녕하십니까?
Q. 한 달여 사이에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역시나 노란봉투법의 전면 시행 덕이겠죠?
A. 예, 맞습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해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난 것은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지난 3월 10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죠. 이런 흐름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법 시행 한 달 만에 많은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하겠다고 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행 한 달 동안 전국에서는 천여 개 하청 노조가 370여 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고요. 그중에 공공 부문이 156곳으로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해진 것은 노조법 2, 3조 개정안 시행으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이 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에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권리가 생긴 것이죠.
Q. 원래는 파업 노동자에 대한 무리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그러니까 하청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리도 보장하는 노조법 2, 3조 개정안으로까지 확대가 된 건데, 최근에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말씀하셨다시피 4곳의 공공기관에 하청 노동자와의 교섭을 하도록 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거죠. 또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A. 예, 맞습니다. 지난 4월 2일에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4개 공공기관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결정은 법 시행 이후에 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전국 최초 사례고요.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의미는 충남지노위가 4곳 공공기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서 실질적인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지노위는 이들 기관이 하청업체와 맺은 용역 계약서 그리고 과업 내용서 등을 검토했고, 그 결과로 원청인 공공기관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 관리 인력 배치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있다고 본 거죠. 참고로 해당 공공기관들은 노동위 결정을 수용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요. 교섭 요구 사실을 모두 공고하면서 실제로 교섭 준비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Q. 이 판정 이후 우리 지역에도 비슷한 인용 결정이 나왔습니다. 민간 기업입니다만, 포스코.
A. 예, 충남지노위 결정에 이어서 지난 4월 8일에 경북 지노위에서도 포스코를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하는 전향적인 판정을 내렸었습니다. 포스코 대상으로 한 경북지노위 판정의 내용은 하청업체 단독으로는 위험 요인 제거, 안전 설비 설치 등은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면서 산업안전 관련한 의제에 대해서 원청인 포스코가 실질적인 지배력과 결정권을 가진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본 거죠.
이전까지는 하청 노조들이 하나의 창구로 단일화해서 교섭하는 게 원칙이었는데, 이번 판정으로 노조별 개별 교섭이 가능해진 겁니다. 경북지노위는 노조 간 갈등을 갈등 가능성 그리고 업무 성격의 차이를 고려해서 개별적 교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이에 따라서 포스코는 기존 원청 노조 외에도 최소 3개의 하청 노조가 있는데, 한국노총 금속노련, 민주노총금속노조, 그리고 전국플랜트건설노조와도 각각 따로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Q. 업무 성격과 그리고 또 노조에 따라서 각각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거고, 그런데 이렇게 노동위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하더라도 원청이 판단에 불복해서 교섭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까?
A. 그렇습니다. 노동위원회 결정이 났다고 해서 바로 교섭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고요. 원청들이 법적 절차를 이용해서 시간을 끌거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장치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교섭이 지연될 수 있는 이유는 지방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요. 여기서도 결과가 같으면 행정 소송으로 이어집니다. 원청이 시간 끌기 하면서 노동조합의 원청 교섭 의지를 꺾겠다는 것으로 보이는 거죠. 그리고 공공기관은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요. 대법 판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가 있어서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아주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노조법 제2조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 결정을 사용자성의 기준으로 보고 있지만, 그 범위에 대해서는 원청은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원청은 경영권 침해나 이중 처벌을 우려하면서 단순히 하청에 안전 가이드를 제공한 것이 인사권이나 임금 결정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교섭장에 안 나올 수도 있는 것이죠.
Q. 우리 지역에서도 지자체와 대학 등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원청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는 이제 원청이 대구시, 대학 당국이 되는 거겠네요?
A. 예, 맞습니다. 최근 대구 지역에서도 대구시 그리고 각 구·군청, 주요 대학들을 상대로 해서 하청 노동자들의 원천 교섭 요구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고요. 지난 4월 9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에서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들 원천 기관이 진짜 사장으로서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주요하게 요구했던 내용은 시민들의 일상을 집행하는 돌봄 분야, 그리고 대학 시설 관리 분야, 생활 폐기물 수거 분야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서 예산권 관리 권한을 가진 원청이 직접 나서서 임금 문제, 고용 불안 문제,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 개선 등을 해결하라는 내용입니다.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는 2026년을 원천 교섭 쟁취의 원년으로 삼고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Q.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필수 업무 분야에서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우리 도시나 대학의 삶이 돌아가는 거죠. 돌봄, 시설 관리, 폐기물 수거 같은 어떻게 보면 필수 공공 서비스 직군이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이들이 그동안은 자기 권리 주장하고 싶어도 이거 누구와 협상해야 하는가 참 쉽지가 않았거든요. 이제는 좀 명확해진 거죠?
A. 그렇죠. 지금까지 이분들은 우리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업무를 담당하지만, 정작 근로 환경과 처우 개선 필요할 때 책임자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청업체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 원청에서 예산을 안 준다고 하고 원청에 가면 우리는 직접 계약한 당사자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 속 과정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한 예로 얼마 전에 업체와 교섭하는 과정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을 논의한 과정이 있었는데, 서로가 책임자가 아니라면서 떠넘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서 얻게 된 성과가 있는데요. 이제 예산과 권한을 쥔 사람이 진짜 사장이라는 법적·행정적 판결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노동자들은 더 이상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게 아니라 대구시, 지자체, 그리고 대학 본부라는 실질적인 결정권자들을 향해서 직접 말을 걸 수 있게 됐습니다.
Q.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직접 하청 노동자들이 절실하게 요구했던 내용들이 있잖아요?
A. 예, 있습니다.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공통으로 외친 요구들은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천과 직접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정당하게 보상받는 근로 조건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대구 지역 아이 돌봄 노동자들은 대구시와 지자체가 말로만 돌봄의 공공성을 내세울 뿐, 현장 노동자의 전국 꼴찌 수준인 예방 접종 비용 3만 원조차 못 받는 열악한 처우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구시와 지자체가 진짜 결정권자로서 교섭에 진정성 있게 응답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설 관리 노동자는 진짜 사장인 대학이 직접 나서라면서 생활임금 보장, 식대 인상, 정년 연장 등 처우 개선에 대해서 원청의 실질적인 결단을 촉구하고 있고요. 그리고 생활 폐기물 수거 노동자는 예산 주머니를 쥐고 있는 진짜 주인인 지자체가 교섭장에 나와야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었습니다.
Q. 지자체와 대학들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해야 할 텐데 앞서도 짚어주셨지만, 또 지연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역할도 있지 않겠습니까?
A. 예, 맞습니다. 법은 통과됐지만 현장에서 원청들이 법리가 불명확하다면서 교섭을 피할 수도 있어서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법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단순한 감시자를 넘어서 길잡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떤 경우에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지에 대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겁니다. 현재는 개별 노동위원회의 판결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현장의 혼란이 크게 보이는데, 노동부가 구체적 기준을 세워줘야 원청들도 교섭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대구시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정부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노동부가 이들 기관의 법 취지에 따라서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성실히 대화에 임하라는 행정 제도를 강력히 시행해야 합니다.
Q. 개별 판단이나 그런 쪽에 의지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초기에 제도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용노동부, 또 정부 역할이겠습니다. 이번 주에 지자체 대학에 교섭 요구할 계획이라고 하셨는데요. 향후 계획까지 말씀해 주실까요?
A. 지난주에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대구시, 지자체, 지역 대학 본부의 교섭 요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후 계획은 우선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이행을 요구할 겁니다. 만약에 공고를 하지 않는다면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는 즉각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요구 사실 공부 시정 신청을 낼 계획입니다. 단순히 서류상 요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행동에 나설 거고요.
그리고 대구시와 구·군청, 대학 본부를 대상으로 직접 면담을 요청하고 이들이 교섭장에 나올 수 있도록 촉구하는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대구 지역 다른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해서 필수 공공 서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지역사회의 핵심 의제로 띄우는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 있습니다.
Q.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대구본부 장혜경 조직국장 이야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A.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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