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역대 최악의 산불이 경북 북부를 휩쓴 지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잿더미가 됐던 마을에 건물이 다시 들어서고, 멈췄던 공장과 식당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있는데요.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복구 이면에는 막막한 생계를 홀로 감내해야 하는 이웃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2025년 화마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던 안동 남선우체국이 1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별정 우체국이었지만,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는 국장의 의지로 사비를 들여 청사를 다시 세웠습니다.
◀이민우 안동 남선우체국장▶
"산불 나는 것을 남의 일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제가 직접 당해보니까 너무 황당하고 낙담하고 뭐 그런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축하기까지) 약 10개월 정도 되었는데, 너무 기쁩니다."
마을과 함께 전소됐던 식당도 다시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세입자였던 탓에 받은 지원금은 고작 600만 원뿐이었지만, 중고 물건 등을 직접 구해 시설을 갖췄고, 기다려준 이웃들에게 무료 식사를 대접하며 재기를 알렸습니다.
◀최미영 산불 피해 식당 주인▶
"덤핑으로 넘어가는 것을 싸게 다 사 온 거예요. 이것도 식당 의자 아니잖아요. 가정집 식탁 의자잖아요. 안부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위로 인사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개업식) 그날 음식은 제가 무료로 제공 다 했어요."
국내 최초의 산업용 대마 연구기지인 헴프 특구도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던 시설을 걷어내고, 새 육묘 시설에서 2026년 초 첫 수확의 기쁨도 맛봤습니다.
◀홍승일 헴프 특구 기업 관계자▶
"작년 11월에 대마를 또 심어서 올해 1월쯤에 수확을 했고, 재배하기 위한 육묘 시설들도 새롭게 짓고, 지금 복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는 지난 1년간 무려 1조 8,000억 원의 복구비를 확보해 긴급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 정남권 경상북도 산림재난혁신팀장▶
"사유 시설 피해 복구비의 한 90% 정도를 지급을 완료했고, 현재는 작년에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에 그때 누락되었거나 부족했던 부분들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구된 일터에는 여전히 생존의 압박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습니다.
소상공인은 불어나는 이자 비용에, 중소기업은 존폐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미영 산불 피해 식당 주인▶
"오픈했을 때 걱정부터 앞섰죠. 이게 장사가 안되면 어쩔까, 이 빚을 어떻게 갚을까, 이자 어떻게 갚을까, 목을 조였죠. 하루하루. 그래도 사람이 좀 살게 한 2년 만이라도 이자를···"
◀홍승일 헴프 특구 기업 관계자▶
"원래는 굉장히 많은 기업들이 있었는데, 산불 이전에는, 대부분이 이제 다 나갔습니다.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새롭게 투자할 만한 여력도 안 되고. 저희 같은 중소기업들도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단순한 시설 복구를 넘어, 무너진 삶의 기반이 회복될 때까지 실질적인 생존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번에 출범한 국무총리 산하 재건위원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허승규 국무총리 산하 산불 재건위원▶
"생계 회복에 대한 대책을 재난 체계에 포함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 많은 과수농가의 경우, 산불이 났을 때 사과(나무)가 회복되는 데 4~5년 정도 걸리는데, 그동안에 대한 생계 회복이 되어야 지역 소멸도 방지할 수 있고···"
잿더미 위에 건물은 다시 들어섰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구체적인 보상 체계 마련이 진정한 재건의 핵심 과제로 남았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차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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