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지역 기업들이 느끼는 경영 위기감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이 대구의 기업 환경을 '열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렴한 비용이라는 과거의 강점은 이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한계가 되고 있습니다.

대구 기업 83.1% "수도권 대비 대구 기업 환경 열악"···종합 만족도 3.06점
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 248개사를 분석한 데이터는 충격적입니다.
응답 기업의 83.1%가 수도권 대비 대구의 기업 환경이 열악하다고 답했습니다.
종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06점으로 보통 수준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사실상 '현상 유지'조차 벅찬 수준임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항목을 보면 대구의 고질적인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인력 수급 여건은 2.67점으로 전체 항목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응답 기업의 46.8%가 인력 확보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지자체 지원제도 역시 2.76점에 그치며 기업들의 체감 행정 만족도가 낮음을 시사했습니다.
기술 혁신의 핵심인 R&D 인프라 등 연구개발 여건 역시 2.77점으로 보통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반면 용수·에너지 공급(3.50점)이나 교통·물류(3.33점) 등 기초적인 하드웨어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아, 대구가 '생산'에는 적합하지만 '혁신'에는 취약한 구조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낮은 비용'의 함정···생산 기지로 전락한 대구
대구 기업들이 꼽은 지역의 최대 강점은 '낮은 비용(77.4%)'입니다.
부지 임대료와 인건비가 싸다는 점이 기업을 붙들고 있는 유일한 유인책인 셈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히려 '저부가가치 산업의 고착화'라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대구에 본사를 둔 이유를 물었을 때, '창업주 연고지'라는 응답이 83.3%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면 산업 집적 효과나 시장 접근성 때문에 대구를 선택했다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는 기업들의 '탈 대구'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기업 10곳 중 4곳(40.6%)은 이미 타 지역에 별도 사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그 이유로는 시장/판로 접근성(48.0%)과 영업·마케팅 업무 수행(47.0%)이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즉, 제품은 대구에서 만들더라도 파는 일과 핵심 비즈니스는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산 기지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없고, 팔 곳이 없다"···대기업 실종이 부른 연쇄 작용
대구 기업들이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약점은 '대기업 및 수요 기업의 부족(65.7%)'과 '고급 인력 확보의 어려움(54.0%)'입니다.
이 두 가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지역 내 대형 앵커 기업이 없으니 중소기업들은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이는 다시 낮은 처우와 기술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인재들이 대구를 떠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김보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단순히 비용이 싼 도시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밸류체인의 최상단에 있는 앵커 기업이 들어와야 그 아래 협력업체들이 동반 성장하고, 고급 일자리가 생겨나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 자체를 재편하는 전략이 절실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여주기식 아닌 체감형 지원 필요"
기업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 역시 '대기업·공공기관 유치(65.3%)'였습니다.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정주 지원(30.6%)과 세제·보조금 확대(22.2%)가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지자체의 정책이 실제 기업 현장의 필요와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산업 용지 확대(19.8%)보다는 정주 여건 개선이나 직접적인 인센티브를 원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기업 70% "3년 내 투자 확대 계획 없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향후 3년 내 대구 투자 계획에 대해 69.4%의 기업이 '현 수준 유지'를 선택했습니다.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기업(13.7%)보다 축소를 검토하는 기업(16.9%)이 더 많다는 사실은 현재 대구가 직면한 투자 절벽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상길 상근부회장은 "대구가 '비용이 낮은 도시'를 넘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 경제가 다시 뛰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장을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인재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정주 여건을 만들고 기술 혁신을 지원하는 정교한 산업 생태계 전략이 필요합니다.
'연고'와 '저비용'에 기대어 버티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대구만이 줄 수 있는 '성장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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