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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레드 오션' 진입한 대구 제조업···'깊은 위기'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건협 기자 입력 2025-11-16 14:00:00 조회수 87


대구 지역 제조업이 깊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지역 경제를 지탱해 온 주력 산업들은 이미 시장 포화 상태인 '레드 오션'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도는 통계 수치 역시 대구 제조업 성장의 정체를 넘어, 쇠퇴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대구형 산업 대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관련 업계로부터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구 제조업의 현주소는?···성장 멈춘 '레드 오션'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 경쟁력 인식 조사 결과는 지역 제조업의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응답 기업의 82.3%, 그러니까 10곳 중 8곳은 현재 주력 제품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섬유 기업은 92.9%, 자동차 부품 기업은 89.5%, 기계·금속 기업은 82.5%가 주력 제품이 시장 포화 단계인 ‘성숙기’ 또는 시장 감소 단계인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기’라는 응답은 14.0%에 그쳤습니다.

통계적으로도 대구 제조업의 정체는 뚜렷합니다.

지난 1999년 전국 제조업 생산액(부가가치 기준)에서 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였지만, 2023년에는 2.0%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제조업 생산액이 3.57배로 증가하는 동안, 대구는 2.44배로 증가하는 데 그쳐 전국 평균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지역 기업의 38.0%는 현재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향후 5년 내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는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28.5%)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는 원자재·인건비 등 생산 비용 상승(61.8%), 관련 산업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41.2%), 그리고 경쟁 심화로 인한 시장 내 공급 과잉(36.8%) 등이 꼽혔습니다.


'대기업 부품 기지화' 구조적 제약···'앵커 기업' 부재도 한계
대구 제조업이 이처럼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배경에는 고질적인 구조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대구 제조업은 전통적인 섬유 중심에서 기계·금속,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전환되어 왔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부품기지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가 지적됩니다.

대부분의 지역 기업은 완성품을 해외로 수출하기보다 국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내수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OEM·ODM 등 위탁 생산 비중이 높아 자체 브랜드나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가 드뭅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주도할 만한 '앵커 기업'이 지역에 부재한 점도 성장의 정체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DX)과 기술 혁신 속도가 해외 경쟁국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제 경쟁력 격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업 3곳 중 2곳(63.7%)이 신사업 추진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기계·금속(70.0%), 섬유(67.9%), 자동차 부품(60.5%) 등 주력 산업에서 이런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성과 사업성에 대한 확신 부족이 43%로 가장 높았습니다.

자금 부족(23.7%)이나 전문 인력 부족(8.7%) 등도 주요 요인입니다.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기업 60.9%는 비수도권 기업이라는 지역적 제약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는 주로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47.7%)과 자금 접근성 부족(19.3%)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형 산업 대전환'의 청사진과 핵심 전략은?
대구상공회의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구가 제조업의 부흥을 다시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강점 산업의 첨단화와 신산업 융합, 그리고 AI·디지털 전환을 통한 산업 혁신이 절실하다고 짚었습니다.

대구는 기계·금속, 자동차 부품, 섬유 등 전통 제조 기반이 탄탄하지만, 이를 미래 산업 수요와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도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선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전동화·자율주행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차 핵심부품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위해 기계·전자 융합 기술과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 역량을 결합해 모터, 전장부품, 자율주행 센서 등 고부가가치 부품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국가적 거점으로 육성 중인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스마트 기계·로봇 분야의 AI 융합 기술 개발을 가속하면 기존 기계·금속 산업의 첨단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섬유 산업 역시 패션 중심에서 벗어나 AI·소재 기술을 활용한 미래차용 섬유, 의료용 섬유 등 첨단소재 산업으로의 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대구가 보유한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인프라와 로봇·ICT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의료기기 산업은 AI 기반 진단·재활·맞춤형 치료 기기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구조 전환을 위한 주체별 역할과 정책 과제는?
이러한 산업 대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속도감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보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기존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전통 산업들은 해당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AI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첨단화를 이루어서 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고, 지자체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로봇이나 미래차, 첨단 의료 같은 신산업들을 육성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해서 대구의 산업 구조 자체를 전환하는 데 더 속도를 높였으면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정책 과제는 ‘연구개발비 등 자금 지원(39.1%)’, ‘산업 규제 및 제도 개선(25.7%)’,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강화(19.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대구 제조업이 비록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지만, 미래차, 로봇, 의료기기, 첨단소재 등 신산업 중심으로 재편한다면 충분히 재도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산업 구조를 첨단화하고,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산업 대전환 정책을 실현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성장의 정체에서 쇠퇴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에 선 대구 제조업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신속하고도 전면적인 산업 혁신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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